3. (질문) 독신 서원을 했는데 결혼하여 영적침체기에 든 경우 1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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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3 21:45
3. (질문) 독신 서원을 했는데 결혼하여 영적침체기에 든 경우 1760
목사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결혼한지 3년째인 형제입니다. 총각 때에 기도만 하면 은혜를 받고 기쁨이 넘쳤는데 결혼 후부터는 은혜받기가 너무 힘이 들어 괴로운 상태에 있습니다. 왜 그럴까? 고민하다보니 20살때 결혼하지 않고 오직 주님만을 사랑하며 살겠노라고 맹세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지금 영적인 부분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걱정입니다. 지금은 아무리 기도하고 몸부림을 쳐봐도 은혜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주님과 깊은 교제를 쉽고도 자연스럽게 나누던 총각 때에 비해 지금은 거의 불신자와 같은 마음상태로 바뀌어 갑니다. 20살때의 맹세가 문제가 되나요? 결혼할 때도 전혀 응답을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결혼하였더니 결혼 후 부터 영적안정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답변) 독신 서원은 시대의 성자들이라 해도 조심하는 것이 옳습니다.
1.스무살 때 하나님께 드린 서원 자체가 잘못된 서원이었습니다.
지금 현재 결혼했고 또 3년째 살고 있다는 결과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독신 서원은 사도 바울같이 특별한 은혜를 받은 사람들이 하는 것입니다. 주기철 손양원목사님 같은 분들이 그런 위대한 성자들이지만 다 가정생활을 정상대로 했었습니다. 주기철목사님은 목회자로서 한창 권위있게 목회하던 시절에 재혼했었고, 손목사님은 신사참배를 이기고 출옥한 후에도 아이를 낳았던 분이었습니다.
만일 이 분들이 신앙이 없을 때 결혼을 했고 그후 성자의 걸음을 걸을 때에는 아이를 가지지 않았다든지 했다면 우리가 달리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성자들도 결혼은 했고 또 정상대로 가정을 가졌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자의 서원은 서원 내용이 잘못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가정을 통해 우리를 고쳐가고 신앙으로 길러가야 하는 면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래서 질문자의 서원을 꺾으시고 일단 가정은 가지게 한 것입니다.
그때 서원은 서툴렀고 하나님께 잘못되었으므로 만일 그 서원에 대한 책망이 계신다면, 질문자의 나이나 여러 면을 생각해 볼 때 현재 마음으로 고통을 겪는 이런 면 외에 다른 면으로 책망하실 것 같습니다.
2.현재, 결혼 이전과 같은 은혜생활을 하지 못해서 고통스럽다면
①첫째, 결혼이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신앙의 침체기일 것입니다.
신앙은 생명입니다. 생명은 자라가는 것입니다. 자연계시로 보아 알 수 있듯이 밤이나 겨울이 오면 활동이 죽은 듯이 멈추기도 하고 또 낮이 되고 여름이 되면 마구 쭉쭉 뻗어 올라가기도 합니다. 돌아가는 시계처럼 고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물론 죄를 지어 침체기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또 좀더 위로 뛸 수 있도록 일시 자세를 낮추게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은혜를 주지 않으면 심령에 갈급을 느끼게 되고, 그렇게 갈급한 시간이 많이 지나간 뒤에 은혜를 주시면 그 해갈의 시원함을 더 크게 느낄 수 있게 됨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여러 면으로 필요하여 그렇게 하십니다.
②둘째, 결혼으로 인해 많은 짐을 지게 되었습니다. 그 피로가 누적되어 그럴 수 있습니다.
혼자 살던 사람이 결혼을 하게 되면 이제 두 사람이 힘을 합해서 믿게 되니까 신앙생활을 훨씬 잘 할 것 같아도 실제로는 그 반대입니다. 결혼으로 인해서 혼자 조용히 주님만 바라보던 분위기나 여건은 완전히 날라간 것입니다. 말하자면 문명이 전혀 미치지 않은 조용한 시골에 갑자기 도로가 뚫리고 아파트단지가 들어오고 공장이 들어오게 되었다면 어떤 상황이 되겠습니까?
결혼 전에 혼자 열심히 신앙생활하다가 결혼을 하게 되면 하나님과 나 사이의 조용했던 골방생활은 단번에 깨어지고 그 골방에 계시던 하나님이 사라진 자리에 아내가 들어와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러므로 결혼이라는 것은, 열심히 믿던 사람들에게는 신앙으로 백해무익이라는 통계를 쉽게 말하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가 그렇습니다.
결혼 3년이면 그런 현상이 아주 심할 때입니다. 주님 대신 아내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혹시 아이가 1-2명 생겼다면 이제 그 아이들이 철들 때까지는 더 정신이 없게 될 것입니다. 어쨌든 조용하게 골방생활을 하던 분에게 결혼이라는 것은 잠시도 혼자 조용하게 주님을 만날 기회조차 없애버리는 것이니, 그런 시간이 지나가도 신혼 초에는 계산도 해보지 않고 지나갔을 것이고, 어떻게 하다 보니까 이제야 제정신을 차리게 된 것입니다. 나라는 사람의 신앙이 이게 무슨 꼴인고? 이렇게 깊이 탄식하게 된 것만 해도 그래도 살아날 여망이 있다는 뜻입니다. 보통 1-20년세월을 쉽게 지나보내고 탄식조차 잊어버리고 사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3.결혼이란, 잘 믿던 사람의 신앙을 이렇게 황폐화시키는데도 왜 굳이 결혼을 시키는 것일까요?
결혼이라는 것이 열심히 믿던 사람에게 얼마나 큰 장애물이 되는 줄 하나님께서 잘 아시면서도 결혼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시는 것은, 결혼으로 상대방을 가져보고 둘이서 치고 박고 별별 짓을 해봐야 그때서야 경험적으로 아는 새로운 신앙의 세계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아내를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대하여 가진 사랑의 성질과 그 차원을 아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자식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아버지로서 사랑하는 그 마음을 아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가정을 가짐으로 가정으로 인하여 겪는 별별 일들을 다 통과하면서도 바로 믿는 사람이 되어야겠고, 또 한편으로 가정을 통해 부부와 자녀와 여러 면으로 특별하게 깨닫고 사람이 사람으로 점점 온전해지는 면이 있기 때문에 결혼제도를 주신 것입니다.
참고로, 백목사님은 서부교회 최고의 신앙으로 손꼽는 분들 중에서 아이를 가져보지 못한 분들에게 생전에 습관처럼 한 말씀씩 하는 것이 있습니다. '아이도 낳아 보지 못한 것이 무슨 사람이라!' 결혼해서 완전히 파김치가 되고 젊어 싱싱하게 돌아다니며 교회에서도 펄펄 날던 사람이 완전히 팍 쓰러져야 비로소 이제 진정 믿는 사람으로 하나님 앞에 새로 출발할 수 있는 준비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혼의 복잡함 속에서 이제 새로 출발하게 되면, 이제는 진정 하나님 앞에 신앙출발이 될 것입니다.
결혼 전에 열심있고 잘 믿었던 것은, 이제 결혼 후 출발하는 진짜 마라톤을 위해 준비운동을 했던 것입니다.
어쨌든 결혼을 신앙의 준비없이 하여 부족한 면이 있었다면 그 면은 그 면대로 따로 회개하고 돌이켜 보셔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20세 때 독신서원한 것은 현재 상황과는 직접 관계있다고 보이지 않습니다. 인생을 크게 놓고 볼 때 하나님께서 전혀 다른 신앙의 높은 차원에서 새로 출발시키시려고 주시는 어두움의 때라고 보입니다. 어두워 고통을 겪어본 만큼 새로 주시는 빛에 대하여는 그 감격과 감사가 다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