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손종일의 불같은 믿음
설명 | 38세, 이웃집 형 뻘에게 전도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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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 어린 | ||||
항목 | 인물 | ||||
날짜 | 1905.05. |
담당JHJ
0
10
07.24 19:34
1. 제삿상 뒤집어 엎음
설날 아침, 손씨 문중 일가가 모두 모여 조상의 묘에 절을 한다.모두 묘 앞에 엎드려 있는데 그때까지 혼자 장승처럼서있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제삿상을 훌떡 뒤엎어버렸다.제물로 놓여 있던 과일이며 나물, 음식물과 그릇들이떼굴떼굴 굴러 사방으로 흩어지고 깨져저 멀리 개울 우물까지 굴러 떨어졌다. 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인한 기독교 박해도 한풀 꺾이고, 비로소 우리나라에 선교사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기 시작했을 때다. 경남 함안군 칠원면 구성리 흙냄새 물씬 풍기는가난한 마을에서는 할아버지 손종일을 두고 미친놈이라고 부르기에이르렀다. 만만치 않은 손(孫) 씨 가문에 대소동이 일어난 것이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 하여 머리카락 한 올도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던 시대에, 할아버지가 거침없이상투를 싹둑 잘라버렸으니 미친놈 소리를 들을 만도 했다. 그뿐 아니다. 친척 어른들이 조상님 묘에 절을 올리는 자리에서 함께 절을하기는커녕 정성들여 차린 제삿상을 홀딱 뒤엎어버리기까지 했다.
2. 술 담배
그토록 즐기던 술과 담배도 하루 아침에 뚝 끊어버렸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예수'만 입에 올렸다.
3. 가정 불화, 주변 불화
사정이 그러니 유교사상에 물들어 있는 완고한 마을사람들 눈에는 할아버지가 정신이 온전히 박힌 인간으로 비쳤을 리 만무했다.마을사람들뿐 아니라 집안의 어른들까지도 손종일이 미쳤다고 단정해버렸다. 할아버지가 길거리를 다니며 “예수, 예수!" 하고 중얼거리는 걸 보고 동네 아낙네들이 미쳤다고 호들갑 떠는 바람에 할머니는 남부끄러워 달아오르는 볼을 감출 생각도 하지 못하고 한숨만내쉬었다. “요, 요, 영감, 오기만 해봐라. 마, 사생결단을 낼끼다." 할아버지의 비정상적인 행동에 속이 편치 않던 할머니는 치마폭을 잔뜩 움켜쥐고 할아버지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때마침 할아버지가 사립문을 들어서자 할머니는 느닷없이 소리를 지른다. "아니 당신 참말로 미쳤는갑소. 상투 자르고 조상님 제삿상까지뒤엎더니 와 당신 미친 사람처럼 길거리에 댕김시러 무어라고 중얼대는기요. 제발 그 '예수 예수' 소리 좀 안 집어치울라요. 내사 마, 남부끄러버 못살겠소." 할머니와 할아버지 간에 한바탕 말다툼이 벌어진 것은 두말 할 여지가 없다.
4. 손종일 전도 당시 설명
할아버지가 최초로 예수님을 영접하게 된 것은 38세 되던 1905년 5월 이웃집 형뻘되는 사람을 통해서였다. 어느날 누군가가 은밀하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누군가요?"“손서방, 내 자네에게 할이야기가 있어 안 왔나." 나름대로 강직한 시국관을 갖고 있던 그 형님은 할아버지를 찾아와 국모인 명성황후 시해를 기점으로 점점 노골화되는 일본의 검은야욕에 대해 분노를 터뜨리곤 했다. 할아버지 역시 수상하게 돌아가는 세월을 안타깝게 여기고있던 터라 두 사람은 마음이 통했고, 만나면 언제나 얼굴을 맞대고울분과 한탄을 토로했다. 비록 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농사꾼이지만강제로 외교권을 박탈한 일본을 용납할 수 없는 심정이다. 그날 역시 어떻게 될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나라의 운명과 갈수록 심해지는 일본인들의 폭압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할아버지는 속에서 불이 활활 타고 있는 것 같았다. 심란한 마음을 달랠 겸냉수나 한사발 들이키려고 일어서는 할아버지를 그 형님이 잡아 앉혔다. 그러고는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 내 말 잘 들어보래이. 내 진작 마음은 묵고 있었다네. 오늘만난 짐에 제일 좋은 선물 한 개 전할라꼬 안 하나." “제일 좋은 선물이 뭐꼬?" 할아버지의 반문에 그 형님은 할아버지가 죽을 때까지 따르고 순종한 바로 그 이름을 꺼냈다. “예수라네." 이웃집 형님은 소리 죽여, 그러나 열정적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한 복음을 전한 것이다. 이것이 할아버지 손종일 장로 신앙의 첫 출발이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지만 그날 이후 할아버지의 마음속에는 그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신앙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의 마음에 '예수'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입력된 것이다.
(손동희, 나의 아버지 손양원 목사
설날 아침, 손씨 문중 일가가 모두 모여 조상의 묘에 절을 한다.모두 묘 앞에 엎드려 있는데 그때까지 혼자 장승처럼서있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제삿상을 훌떡 뒤엎어버렸다.제물로 놓여 있던 과일이며 나물, 음식물과 그릇들이떼굴떼굴 굴러 사방으로 흩어지고 깨져저 멀리 개울 우물까지 굴러 떨어졌다. 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인한 기독교 박해도 한풀 꺾이고, 비로소 우리나라에 선교사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기 시작했을 때다. 경남 함안군 칠원면 구성리 흙냄새 물씬 풍기는가난한 마을에서는 할아버지 손종일을 두고 미친놈이라고 부르기에이르렀다. 만만치 않은 손(孫) 씨 가문에 대소동이 일어난 것이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 하여 머리카락 한 올도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던 시대에, 할아버지가 거침없이상투를 싹둑 잘라버렸으니 미친놈 소리를 들을 만도 했다. 그뿐 아니다. 친척 어른들이 조상님 묘에 절을 올리는 자리에서 함께 절을하기는커녕 정성들여 차린 제삿상을 홀딱 뒤엎어버리기까지 했다.
2. 술 담배
그토록 즐기던 술과 담배도 하루 아침에 뚝 끊어버렸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예수'만 입에 올렸다.
3. 가정 불화, 주변 불화
사정이 그러니 유교사상에 물들어 있는 완고한 마을사람들 눈에는 할아버지가 정신이 온전히 박힌 인간으로 비쳤을 리 만무했다.마을사람들뿐 아니라 집안의 어른들까지도 손종일이 미쳤다고 단정해버렸다. 할아버지가 길거리를 다니며 “예수, 예수!" 하고 중얼거리는 걸 보고 동네 아낙네들이 미쳤다고 호들갑 떠는 바람에 할머니는 남부끄러워 달아오르는 볼을 감출 생각도 하지 못하고 한숨만내쉬었다. “요, 요, 영감, 오기만 해봐라. 마, 사생결단을 낼끼다." 할아버지의 비정상적인 행동에 속이 편치 않던 할머니는 치마폭을 잔뜩 움켜쥐고 할아버지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때마침 할아버지가 사립문을 들어서자 할머니는 느닷없이 소리를 지른다. "아니 당신 참말로 미쳤는갑소. 상투 자르고 조상님 제삿상까지뒤엎더니 와 당신 미친 사람처럼 길거리에 댕김시러 무어라고 중얼대는기요. 제발 그 '예수 예수' 소리 좀 안 집어치울라요. 내사 마, 남부끄러버 못살겠소." 할머니와 할아버지 간에 한바탕 말다툼이 벌어진 것은 두말 할 여지가 없다.
4. 손종일 전도 당시 설명
할아버지가 최초로 예수님을 영접하게 된 것은 38세 되던 1905년 5월 이웃집 형뻘되는 사람을 통해서였다. 어느날 누군가가 은밀하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누군가요?"“손서방, 내 자네에게 할이야기가 있어 안 왔나." 나름대로 강직한 시국관을 갖고 있던 그 형님은 할아버지를 찾아와 국모인 명성황후 시해를 기점으로 점점 노골화되는 일본의 검은야욕에 대해 분노를 터뜨리곤 했다. 할아버지 역시 수상하게 돌아가는 세월을 안타깝게 여기고있던 터라 두 사람은 마음이 통했고, 만나면 언제나 얼굴을 맞대고울분과 한탄을 토로했다. 비록 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농사꾼이지만강제로 외교권을 박탈한 일본을 용납할 수 없는 심정이다. 그날 역시 어떻게 될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나라의 운명과 갈수록 심해지는 일본인들의 폭압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할아버지는 속에서 불이 활활 타고 있는 것 같았다. 심란한 마음을 달랠 겸냉수나 한사발 들이키려고 일어서는 할아버지를 그 형님이 잡아 앉혔다. 그러고는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 내 말 잘 들어보래이. 내 진작 마음은 묵고 있었다네. 오늘만난 짐에 제일 좋은 선물 한 개 전할라꼬 안 하나." “제일 좋은 선물이 뭐꼬?" 할아버지의 반문에 그 형님은 할아버지가 죽을 때까지 따르고 순종한 바로 그 이름을 꺼냈다. “예수라네." 이웃집 형님은 소리 죽여, 그러나 열정적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한 복음을 전한 것이다. 이것이 할아버지 손종일 장로 신앙의 첫 출발이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지만 그날 이후 할아버지의 마음속에는 그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신앙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의 마음에 '예수'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입력된 것이다.
(손동희, 나의 아버지 손양원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