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1월 6일

손양원 설교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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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1945년 1월 6일

성구(발신/수신) 발신:손의원, 수신:손양원
일시 1945.01.06
출처 손양원의 옥중서신(2015)-64
저자 (사)손양원정신문화계승사업회-임희국,이치만
서기 0 3
1945년 1월 6일
편지 원본 375쪽

발신 : 손의원
수신 : 손양원





지난해는 가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그야말로 송구영신(送舊迎新)하여 날마다 새롭게 거듭나시길 바랍니다.

형님께서 전하라고 주신 상균 형님의 서신은 때마침 상균 형님이 목단강의 이전 주소로 퇴거 증명하러 간다고 떠나서 전하지 못했는데, 그 이후로 전혀 연락이 닿지 않아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아버님께서는 건강하게 둘째 형님 댁에 계시고, 둘째 형님은 한 달 반 전부터 갑자기 병을 얻어 치료하는 중에 있습니다. 병세는 그냥저냥 하는 모양입니다. 병으로 많이 쇠약한 탓이겠지요. 둘째 형님은 가슴이 좋지 않다고 하는데 우리 집안에 그런 병력은 없지 않습니까? 하나님의 뜻에 맡기고 있습니다.

저는 무탈하게 잘 있습니다. 동자 어미, 동자, 동욱, 동례, 승자, 은순이 모두 무탈합니다. 저는 올해 어디로 가게 될지 미정입니다. 모든 형편을 고려하여 몇 달 더 이곳에 머물지, 아니면 4~5월경에 귀향할지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제 몸도 극도로 허약하여 현재 하는 일도 제대로 해나가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그 일이 특별히 어려운 일은 아니나, 일터가 너무 멀어서 전차로 통근해도 한 시간 반이 넘게 걸리고 도보는 2시간이나 걸립니다. 그 외에도 여러 사정이 있습니다만 생략합니다.

이곳은 20년 만의 추위가 찾아와서 견디기 힘든 지경입니다. "농사하여 땅을 파자니 힘이 없고, 빌어먹자니 부끄럽다"라는 탕자의 말과 같이, 만주 땅은 드없이 넓어도 내 몸 하나 의지할 곳 없는 형편입니다. 1944년 결전의 해도 전쟁의 한가운데서 저물어 버리고, 황군(皇軍)¹⁾ 특공(特攻)의 정열 아래 새해는 밝았습니다. 우리 믿음도 이를 본받아 우리 전(全) 생활이 총후(銃後)²⁾의 특공(特攻)이 되어야겠습니다.

뒷날 다시 소식 전하겠습니다.
1945년 1월 6일.
동자 아비 의원(義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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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제 강점기 일본 군대를 '천황의 군대'라는 뜻으로 지칭하는 말.
2) '총후'(銃後)란 직역하면, '총의 뒤편' 즉 전장의 후방이라는 뜻이다. 1937년 중일 전쟁 이후, 전장의 후방에서 물심양면으로 전쟁을 지원해야 할 사람들과 그 처지를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서신 검열을 의식한 문투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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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원본,활자화)손양원 옥중서신_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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