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3월 23일¹
편지 원본 301쪽

발신 : 손양원
수신 : 손양선





사랑하는 동생 양선의 무릎 위에

사랑하는 누이의 글을 보다가 오빠가 눈물을 흘려 너의 다정한 편지를 적시고 말았구나. 양선아! 오빠가 그렇게 보고 싶으냐? 까마귀도 어미가 자기를 키워 준 공덕(功德)을 알고 말도 사촌까지 알아본다고 하는데, 하물며 우리 인간은 어떻겠느냐! 나 같이 몰인정한 사람도 너희가 보고 싶어 가슴이 먹먹할 때가 종종 있는데, 하물며 너의 심정은 어떻겠느냐! 오빠가 간절히 보고 싶거든 오빠가 사랑하는 수남·주심·무연·점순이 동생을 더욱 사랑하여 주어라. 얼마나 고생하느냐? 오빠가 집을 떠나온 지 벌써 다섯 해가 되었으니, 네가 이 오빠를 보고 싶어 하는 것도 자연스런 마음이라고 본다.

그런데 오빠를 위하여 약을 준비하였다니 왜 그런 것이냐? 너희도 어려울 텐데 나 때문에 무리한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구나. 오빠는 너희의 염려와 교도관의 보살핌 덕분에, 몸과 마음이 평안하고 조금도 불편한 것이 없으니 내 걱정은 말고 너희의 살림살이에 마음을 쓰도록 해라. 너희의 평안한 삶이 내게 큰 기쁨과 힘이 된단다. 부산에 두고 간 약에 너의 정성이 가득하구나!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것은 동희에게 보낸 편지와 1월 20일에 너에게 보낸 편지를 잘 받아 보았느냐? 아마도 받아 보지 못한 듯하구나. 일본에 있는 동생에게서 편지는 자주 오느냐? 김해 친정어머니 생활은 곤란하신 게 없으신지 궁금하다. 오빠를 보고 싶어 하는 너희에게 종이에 쓴 흔적으로써 오빠의 얼굴을 대신하여 전하며 붓을 거두고자 한다.

지난 11일에 보낸 엽서도 15일에 잘 받아 보았다.
오빠 양원 씀.
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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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44년 3월 15일(소인) 양선의 편지에 대한 손 목사의 답신.




요청하신 책의 내용들을 순서에 맞게 조정하고, 정해진 구조에 따라 말끔하게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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