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1월 29일¹

손양원 설교자료      
​​

[편지] 1944년 1월 29일¹

성구(발신/수신) 발신:김주심, 수신:손양원
일시 1944.01.29
출처 손양원의 옥중서신(2015)-38
저자 (사)손양원정신문화계승사업회-임희국,이치만
서기 0 2
1944년 1월 29일¹
편지 원본 289쪽

발신 : 김주심
수신 : 손양원





경애하는 선생님²⁾ 무릎에

세월은 흐르고 흘러 경애하는 선생님과 작별한 지 벌써 4년이 넘고 5년이 되어 가는데 여태 편지 한 통 올리지 못한 것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원래 부족한 글이지만 이렇게 편지를 띄워 선생님의 적적함과 쓸쓸함을 위로해 드릴 마음 간절하였지만 친족 외에는 아무나 편지를 할 수 없다고 해서 편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요사이 듣기로 아무나 편지할 수 있다고 해서 부족한 글을 올리니 받아 주십시오.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 인간의 칠정을 가진 선생님이 그곳에서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십니까? 얼마나 춥고 더웠습니까? 저는 가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고생인 줄 압니다. 그러나 과거 4년의 고생을 일장춘몽같이 여기시고 남모르는 만족과 희열 속에서 지내셨을 줄로 믿고 멀리서나마 아버지와 선생님 얘기를 할 따름입니다. 꿈에서나 혹은 아버지와 얘기를 나눌 때, 마치 선생님을 뵙는 것 같았습니다. 육신으로 잠시 떨어져 있을 뿐이지 실상은 떨어져 있지 않음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경애하는 선생님! 부디 저희 가족 때문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버지의 보호로 옷과 음식에 곤란을 겪지 않습니다. 40년 동안이나 우리 조상을 만나로 먹이신 것만 기적이 아니라, 철없고 어린 형제를 지금까지 먹이신 것도 기적입니다. 한시도 굶지 않고 벗지 않았습니다. 공중에 나는 새를 먹이시고 들에 백합화를 곱게 입히시는데 하물며 저희를 그리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안심하십시오. 저희가 하는 고생은 고생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고락(苦樂) 가운데에서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울 때도 있고 웃을 때도 있고, 천대와 멸시를 받을 때도 있고, 대접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제가 어떠한 사람인가 스스로 묻습니다. 그리고 곧 죄인인 것을 알게 됩니다. 도가니는 금을 연단하고 풀무는 은을 연단하듯 고생 후에 참사람이 되리라 믿습니다.

경애하는 선생님! 찾아가서 뵙고 싶은 마음 간절하나 환경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큰형만 놔두고 저희 4형제는 아버지께서 합천으로 가라고 하셔서 음력 정월 20일 안으로 다녀올 예정입니다. 그곳에 계신 아저씨들도 뵙고 아버지께서 부탁하신 말씀도 전하려고 합니다.

제가 큰집에서 나온 지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만, 하룻밤이 지난 듯 잠깐 같습니다.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습니다. 남은 말씀은 다음 기회에 또 하겠습니다.


***

--------------------------------------
1) 이 편지는 북방리에 정착한 7명 중 한 명인 김주심의 편지다.
2) 1944년 1월 21일 손 목사의 편지에서, 목사 직함을 편지에서 쓰지 말라고 당부하였기에 '선생님'이라고 사용하였다.

***





(사진원본,활자화)손양원 옥중서신_287
▼01 손양원 옥중서신_287

손양원 옥중서신_288
▼02 손양원 옥중서신_288

손양원 옥중서신_289
▼03 손양원 옥중서신_289

손양원 옥중서신_290
▼04 손양원 옥중서신_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