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9월 4일¹

손양원 설교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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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1943년 9월 4일¹

성구(발신/수신) 발신:손양원, 수신:손양선
일시 1943.09.04
출처 손양원의 옥중서신(2015)-22
저자 (사)손양원정신문화계승사업회-임희국,이치만
서기 0 0
1943년 9월 4일¹
편지 원본 225쪽

발신 : 손양원
수신 : 손양선





객지에서 '떠도는 몸'으로 옷과 음식에 곤란을 겪으며 연약한 몸들이 얼마나 고생하느냐? 진작 소식을 알리려고 하다가, 서울로 이감 가서 하려고 기다리던 것이 벌써 3개월이 지났구나. 너희들이 땅을 조금 사서 곡식을 심어 재미를 본다고 하니 매우 감사하지만, 여자의 몸으로 얼마나 고생이 많겠느냐. 그러나 조금도 염려 말고 안심하기를 바란다.

사랑하는 누이야! 나는 솔로몬의 부귀보다 욥의 고난이 더욱 귀해 보이고, 솔로몬의 지혜보다 욥의 인내가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솔로몬의 부귀와 지혜는 나중에 죄악에 빠지는 매개물이 되었으나, 욥의 고난과 인내는 최후의 행복이 되었단다. 사람의 행복이란 최후에 어찌 되는지 살펴보아야 아는 것이고, 참다운 지혜란 죄악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래서 나는 솔로몬을 통해서 얻은 은혜가 많지만, 욥을 통하여 얻은 수확이 더욱 많다. 더구나 우리를 동정하고 위로해 줄 사람은 호화로운 저택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던 솔로몬이 아니라 온몸에 난 악창으로 인해 신음하고 고통받은 욥이 아니겠느냐.

사랑하는 누이야! 그대도 욥의 고난을 잘 생각해 보고 그 인내를 체득하여 그 같은 고난을 최후까지 극복하는 자가 되기를 이 오빠는 바란다.

수남, 주심, 무연, 점순이 동생도 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보고 싶을 때마다 마룻바닥에 얼굴을 대고 간절히 기도한다. 오빠는 지금도 언제 서울에 갈지 짐작하기 어렵다. 오늘인가, 내일인가, 하고 기다리고 있다. 5월 20일에 무기구금형을 받고 벌써 만 3개월이 지났다. 하루라도 일찍 서울에 가면 여기보다는 자유로울 것 같다만……. 그래도 이곳에서 배우고 은혜받는 것도 적잖이 많으니 범사에 다 감사할 뿐이다. 부산 본댁에서는 아직도 소식이 없다.

부디 모든 염려는 주께 다 맡기고 범사에 감사한 생활, 항상 기뻐하는 사람이 되기를 오빠는 항상 기도한다.

주께서 너희들과 함께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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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편지의 배경에 대해 손동희 권사의 기록을 보면 다음과 같다. 손 목사가 예비 검속으로 구금된 후, 애양원에서 손 목사와 동역하였던 미국인 선교사는 일제의 선교사 추방령에 의해 추방당했다. 손 목사의 가족도 애양원을 쫓기듯 떠나고 말았다. 애양원은 마치 목자 잃은 양 떼 마냥 우왕좌왕하며 무질서한 상태였다. 이윽고 애양원 원장으로 일본인 안도(安藤)가 부임하였다. 일본인 원장은 애양원 식구들에게 여지없이 신사 참배를 강요하였다. 손 목사는 애양원 식구에게 평소 신사참배는 십계명을 어기는 범죄라고 강조하였고, 자신도 신사 참배를 거부하다가 끌려가셨다. 그랬으니 손 목사를 사랑하고 존경하며 따르던 애양원 식구에게 일본인 원장의 신사 참배 강요는 견디기 힘든 시련이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양원에 그대로 있다가는 신앙의 지조를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한 몇몇 애양원 식구가 그곳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물론 애양원에 그대로 있으면 먹을 것과 잠잘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애양원을 떠나면 구걸하여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한센병 걸인들은 일반 걸인에 비해 구걸하기가 훨씬 힘들다. 먹는 일과 잠자는 일이 매우 힘들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명의 애양원 식구, 양선, 성점순, 김주심, 김수남, 심무연, 신길수 내외 등은 애양원을 떠나 무작정 진주 남강 다리 밑으로 갔다. 남강 다리 밑에는 한센병 걸인들이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우두머리가 애양원 출신 사람들의 사정을 듣고 자기들 패거리로 받아 줬을 뿐만 아니라, 그 우두머리는 이들 7명이 예배드리는 것에 순종할 것을 자기 패거리에게 호령했고, 자신도 예배에 참석했다. 그 후 하동군 옥종면 북방리에 움막을 지어서 옮겨 살게 되었다. 이 움막은 애양원에 남아 있던 식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지은 것이라고 한다. 참고도서, 손동희 엮음, 『손양원 목사 옥중 목회』(보이스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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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원본,활자화)손양원 옥중서신_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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