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7월 9일

손양원 설교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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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1943년 7월 9일

성구(발신/수신) 발신:손양원, 수신:손동인
일시 1943.07.09
출처 손양원의 옥중서신(2015)-19
저자 (사)손양원정신문화계승사업회-임희국,이치만
서기 0 0
1943년 7월 9일
편지 원본 213쪽

발신 : 손양원
수신 : 손동인





동인의 편지에 답하여 쓴다.

아버지를 대신하여 위로는 할아버지와 어머니를 모시고, 아래로는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가정의 책임을 지고 있으니 연약한 어깨가 얼마나 무거우냐? 낮에는 나무하고 밤에는 신을 삼아서 부모에게 효행하고 형제간에 우애하던 니노미야 긴지로(二宮金次郞)¹⁾에게 복을 주신 하나님께서 네게도 복을 주시리라 믿는다.

네 편지에서 나에게 자주 편지하지 못한 잘못을 뉘우친다고 말하지만, 너의 공장 생활이 얼마나 분주하였으면 그렇게 몸이 빠져나올 틈이 없었겠느냐. 그 사정을 잘 이해한다. 밤 12시에 쓴 편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성심으로 노력하는 너의 효심에 나는 오히려 감사한단다. 아버지를 생각하여 눈물로 쓴 편지를 나 또한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애독하였다.

나의 간절한 부탁은 할아버지를 부디 잘 위로해 드리고, 아침저녁으로 날마다 문안 여쭙고 기후에 따라 겨울엔 따뜻하게, 여름엔 시원하게 지내시도록 정성으로 돌봐 주기를 바란다.²⁾ 아버지가 못 다한 일을 너는 잘 해낼 줄로 믿는다. 내가 부탁하지 않더라도 그 이상으로 네가 잘할 줄 믿고 안심한다.

할아버지께서 두 번이나 보내 주신 편지는 잘 받아 보았고, 동신이 편지까지 기쁘고 즐겁게 잘 읽었다. 편지가 없는 것을 보니 네 어머니는 아직도 완쾌하지 못한 모양이구나. 양선 아주머니에게는 내 소식을 전한 줄로 믿는다. 네가 일급으로 2원 20전이나 받는다니, 일을 얼마나 잘 해내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감사하기 이를 데 없구나.

너도 삼촌에게 5~6개월간 편지 쓸 형편이 못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네 둘째 숙부는 5월 초에 편지를 보내고 아직 소식이 없고, 막내 숙부는 이사 간 뒤로 도통 편지가 없으니 웬일인지 궁금하다. 난 서울로 이감되고 나서 편지할 생각인데, 네가 또 한 번 편지를 해보거라. 양선 고모에게도 서울 가서 편지하려고 한다. 그런데 주소를 잊어버렸구나.

모두에게 문안하기를 원하고 이만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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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니노미야 손도쿠(二宮尊德)의 다른 이름.
2) "겨울엔 따뜻하게 여름엔 시원하게, 저녁에는 잠자리를 챙겨드리고 이른 아침에 문안한다(冬溫夏凊昏定晨省)"는 뜻의 『예기(禮記)』 ·곡례(曲禮)의 글귀를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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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원본,활자화)손양원 옥중서신_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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