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3월 26일

손양원 설교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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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1943년 3월 26일

성구(발신/수신) 발신:손양원, 수신:손양선
일시 1943.03.26
출처 손양원의 옥중서신(2015)-16
저자 (사)손양원정신문화계승사업회-임희국,이치만
서기 0 0
1943년 3월 26일
편지 원본 200쪽

발신 : 손양원
수신 : 손양선





사랑하는 누이 양선이는 다섯 가족과 고생도 하겠지만 더불어 사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참다운 고생을 해본 사람이 참다운 즐거움도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고생한 뒤에 영광을 누리게 된다는 말이 아니라 고생하는 중에 하늘에서 내려오는 영광을 맛보게 된다는 말이다. 이것이 기독교의 가르침이다. 남이 받는 행복을 받고자 하거든 남이 받는 고생도 받아야 하고, 남이 못 받는 큰 복을 받기 원하거든 남이 겪지 못할 어려운 일도 겪어야 하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바울을 흠모하는 것은, 남보다 가치 있는 고난을 참고 견디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썬다 싱¹⁾ 선생도 티베트에서 "십자가 지기를 꺼려하지 말라 지상에 두 번 올 수 없느니라"고 했다. 주를 사랑하는 누이에게 고생은 괴로움이 아니라 오히려 기쁨이 되지 않겠느냐. 효자는 아버지를 위한 고생, 충신은 임금을 위한 고생, 열녀가 남편을 위해 당하는 괴로움이 어찌 힘들지 않겠느냐! 그 같은 고난 중에도 기쁜 소식을 담은 편지는 내게 위안과 용기를 갖게 한다. 진실로 나의 참다운 누이로다. 이러한 누이를 볼 날도 이젠 불과 한 달 반밖에 안 남았구나. 3년도 긴 세월이나 지나고 보니 일장춘몽에 불과하다. 지난 3년보다 남은 한 달 반이 '일각이 여삼추(一刻如三秋)'같이 느껴지지만 그것도 잠깐이겠지.

이번에 보낸 편지도 잘 보았다. 그런데 부탁이 하나 있다. 5월 17일 출소 예정일에는 이곳으로 올 것이 아니라 내가 부산에 간 후 편지하면 그때 부산에서 만나면 좋을 것 같다. 까닭은 광주에 본가가 있었다면 문제가 안 되었을 일인데, 부산으로 이사를 갔으니 누이가 나를 만나러 오는 길이 불편할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부산으로 갈 때는 기차가 대전을 거쳐 가니 불편하지 않겠지? 그리고 진주역에서 누이 있는 곳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도 알려 주면 좋겠다.

그만 맺는다.
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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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도 출신 전도자 사두 썬다 싱(Sadhu Sundar Singh, 1889-1929)을 말함.



요청하신 책의 내용들을 순서에 맞게 조정하고, 정해진 구조에 따라 말끔하게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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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원본,활자화)손양원 옥중서신_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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