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12월 7일

손양원 설교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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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1942년 12월 7일

성구(발신/수신) 발신:손양원, 수신:손의원
일시 1942.12.07
출처 손양원의 옥중서신(2015)-15
저자 (사)손양원정신문화계승사업회-임희국,이치만
서기 0 0
1942년 12월 7일
편지 원본 197쪽

발신 : 손양원
수신 : 손의원¹





사랑하는 아들 동인, 동신에게

옛 성인의 글에 "새는 비록 조롱에 갇혀 있으나 날기를 잊지 않고, 말은 매여 있으나 달리는 것을 항상 생각하느니라"고 했다.²⁾ 아직 부모의 품에서 자랄 너희가 벌써 남의 밑에서 공장 일을 하는 몸이 되었구나. 하지만 너희의 본분을 잊지 않고 장래에 위대한 신앙의 인격자가 되기 위해서는 첫 번째 심령의 수양과 두 번째 지식 계발에 힘쓰기를 바란다.

1. 너희가 비록 공장에서 많은 사람과 교제하게 되겠지만 세상 죄악에는 물들지 않기를 바란다. 생명이 있는 고기는 더러운 바닷물 속에 있어도 짠물이 살갗을 절이지 못하고, 진흙 구덩이 속에서 자란 연꽃이 아름답고 향기로운 것 같이, 너희도 아름다운 선행으로 생명의 향기를 발하도록 해라. 작은 악이라고 가벼이 여기지 말고 작은 선이라고 쉽게 보지 말거라. 작은 악이 쌓여서 큰 악이 되고, 작은 선이 자라서 큰 성현이 되는 연유이니라. 옛날 중국에 유명한 사마온공(司馬溫公)³⁾ 선생에게 누가 "어떻게 하면 성인이 될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선생이 "거짓말하지 말지니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작은 것에 충성하는 사람은 큰 것에도 충성하는 법이다. 너희는 어릴 때부터 선한 습관을 잘 길러야 한다. <예레미야> 13장 23절에 “표범이 그의 반점(斑點)을 변하게 할 수 있을지언정, 어릴 때 습관이 된 죄악은 변할 수 없느니라”⁴⁾고 하였다. 정말로 너희만할 때 내가 예사롭게 여긴 죄악 때문에 지금도 얼마나 마음의 고통을 겪는지 말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너희도 나와 같은 고통을 겪지 않으려거든, 지금부터 조금만 힘쓰도록 해라. 네게서 나온 죄의 줄기가 습관이 되어 얽매이게 되면, 나중엔 떼어 낼 수 없을 만큼 어려워지는 것이다.
세계적인 영웅 나폴레옹이 출세하기 전 어떤 고을에 군인으로 있을 때의 일이다. 한번은 연회에서 다른 동료들과 어울리다가 취하지 않는다고 조롱을 받았단다. 나중에 출세한 뒤에 마침 그 고을을 지나갈 일이 있었는데 지난날 자기를 비웃던 사람을 일부러 찾아가 말하기를, "만약 그때에 이 몸이 향락에 취했더라면 오늘의 내가 되지 못하였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꿈같이 잠깐뿐인 이 세상에서 뱀같이 간악한 육체의 정욕과 허영(虛榮)에 너희가 속지 않기를 눈물로 기도하고 부탁한다.

2. 지식은 비록 학교에 다니지 못하더라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지식이란 사물(事物)의 이치를 아는 것이다. 이는 모든 일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말이다. 예부터 '형설지공'이란 말이 있다. 진(晉)나라 차윤(車胤)이란 사람은 반딧불이를 잡아서 그 불빛으로 공부했고, 손강(孫康)은 눈에 반사되는 불빛으로 기름을 대신하여 글을 읽고 성공하게 되었다는 말에서 생겨난 글귀이다. 이러한 예는 너무 많다. 미국 16대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은 초등학교 2학년밖에 못 다녔고, 일본의 니노미야 손도쿠(二宮尊德)⁵⁾는 맨손으로 백가지 계책이 무효한 상황에서 입신출세하였다. 세계적인 부흥가 무디 선생은 신발 공장 직공이었고, 엘리사는 밭 갈다가 선지자의 소명을 받았고, 다윗은 양을 치다가 불려와서 왕이 되지 않았느냐. 그러니 너희는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그리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빠져 처지를 낙담하고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해라. 웅덩이에 버려진 요셉이 이집트의 총리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리고 갈대밭 나일 강가에 버려진 모세가 이스라엘의 구원자가 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 "당신의 아들은 멍텅구리라서 퇴학을 시킵니다"라고 선생님이 말하던 그 아이가 바로 세계적인 발명왕 에디슨이 아니냐. 양철 공장에서 일하는 동인, 동신이 장래에 어떻게 될는지 누가 알겠니. 그래서 항상 근신하고 수양하고 학식과 덕행에 힘써야 한다.
1) 분투와 견고한 뜻을 세우고 2) 필사의 노력과 3) 끝까지 인내하라. 요셉과 함께하신 하나님께서 너희와 함께하시니 믿고 의지해 지와 덕을 완성하기 위해 나아가라.

양선 아주머니는 진주에 가셨느냐. 사진을 보내 준다는 마음은 감사하나 아마 내게는 전달이 안 될 것 같다고 전해다오. 춥기도 하고 종이도 적고 시간도 충분치 못하여 항상 글에 오자가 많고 말의 처음과 끝의 문법도 틀리니, 여러 번 읽어 뜻만 알아듣도록 해라. 건강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의원(義源)아! 아버님께서 어떻게 하시다가 허리에 탈이 나셨느냐. 이제는 완치되셨느냐. 고향에 청원(淸源)의 모친이 별세하셨다는데, 청원(淸源)이란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 그리고 만주에 사는 둘째가 온다는 날짜가 맞느냐? 1월 6일 면회는 틀림없이 만나게 될 것이라고 전해다오. 혹시 4일에 놀게 될지 어떨지 아직 자세히 모른다. 동인이는 모든 소식을 좋든 나쁘든 간에 내게 사실대로 알려야 어려움이 있을 때 기도할 텐데 말이다. 집에 불⁶⁾이 났다더니 어떻게 된 것이며, 손해는 얼마나 난 것이냐? 모두에게 인사와 문안을 전해다오. 편지 회답은 항상 받자마자 보내야 내가 의심과 걱정을 안 하게 된다.

이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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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제 수신자는 손동인, 손동신.
2) 중국 북송시대 시인 소동파(蘇東坡)의 시 「秀州僧本瑩靜照堂(수주 승려 본영의 정조당에서)」의 첫 구절, '조수불망비 마계상념치(鳥囚不忘飛, 馬繫常念馳)'의 인용. 비록 감옥에 갇혀서 부자유한 몸이나 자신의 신앙적 소신은 어떠한 것으로도 가둘 수 없다는 손 목사의 기개를 엿볼 수 있다.
3) 중국 북송 시대의 역사이자 유학자, 정치가인 사마광(司馬光)의 별칭. 온국공(溫國公)의 작위를 받아 사마온공으로 불리기도 한다.
4) 손 목사 당시 개역성경(1938년) 원문은, "구스인이 그 피부를, 표범이 그 반점을 변할 수 있느뇨 할 수 있을찐대 악에 익숙한 너희도 선을 행할 수 있으리라"였다.
5) 일본 에도 시대 후기의 농업 행정가. 일명 긴지로(金次郞). 1787년 현재의 가나가와 현(神奈川県) 오다와라(小田原) 출생으로,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근면 정신으로 오다와라(小田原) 번의 부흥에 기여하였다. 그 공로로 농민의 신분에서 무사의 신분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 메이지 시대에 이르러 근대 교육의 대표적인 인물로서 소학교 교과서에 실려 널리 알려졌다.
6) 손동희 권사의 말에 의하면, 손 목사가 편지에서 언급한 불난 곳은 집이 아니라 동인 군이 일하고 있는 공장이라고 한다. 이 화재로 인해 동인 군이 가족을 위해 모아둔 현금 25원, 찬송가, 개인 물품 등이 전부 소실되었다고 한다. 참고 도서, 손동희 엮음, 『손양원 목사 옥중 목회』(보이스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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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원본,활자화)손양원 옥중서신_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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