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추정) 10월 14일

손양원 설교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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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1942년(추정) 10월 14일

성구(발신/수신) 발신:손양원, 수신:정양순
일시 1942.10.14
출처 손양원의 옥중서신(2015)-12
저자 (사)손양원정신문화계승사업회-임희국,이치만
서기 0 0
1942년(추정) 10월 14일
편지 원본 185쪽

발신 : 손양원
수신 : 정양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달 하루도 어기지 않고 면회를 오던 당신이 이렇게 늦은 것을 보니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누가 아픈가요? 무슨 일이 있나요? 면회를 못 오게 될 사정이 생겼으면 편지라도 해 주셔야 한 가지만 염려할 텐데 말입니다. 편지까지 감감무소식이니 무슨 일인지 별별 걱정을 다하게 됩니다. 속히 소식을 전해 주세요.

밤마다 꿈에서 당신이 근심하며 아픈 것을 봅니다. 아마 걱정에 눌려 병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근심과 걱정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걱정이란 병 중에 병이요, 죄 중에 큰 죄입니다. 우리가 보통 머리가 아프거나 배가 아프거나 손과 발이 아프면 병인 줄 알지만, 근심으로 인해 병이 생긴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적습니다. 도둑질이나 살인이나 간음은 죄인 줄 알지만, 걱정이 죄가 되는 줄 아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모든 죄 중에 제일 큰 죄가 불신의 죄 아닌가요? 믿음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죄가 됩니다. 모든 염려를 주께 맡기면 주께서¹⁾ 권고해 주신다고 했는데, 주님께 맡기지 않고 마음으로 근심하는 것이 불순종입니다. 육신의 생각은 근심을 일으키고, 근심이 쌓이면 병이 되는 것입니다. 영적 생각은 자족한 마음을 갖게 하고, 자족할 줄 아는 것은 큰 부자가 되는 것입니다.

걱정은 병 가운데 큰 병이고, 죄 가운데 큰 죄입니다. 자족하는 것은 부자가 되는 것보다 낫습니다. 내가 항상 말하지만, 고난은 참으로 큰 복입니다. 꿀 같이 달게 받읍시다. 참고 견디면 이보다 큰 복이 없을 것입니다. 고난은 곧 연단하는 것이니, 고난을 거치지 않고 되는 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모든 기구도 그렇고 부자나 학자나 성인군자가 다 고난의 산물이 아니겠습니까. 고난은 성공의 어머니입니다. 고난은 복을 거두는 씨가 됩니다. 고난을 받으면서 자기의 지난 죄를 깨닫고 용서받는 은혜를 누립니다. 세상과 벗하여 죄 가운데 있는 자에게 고난의 채찍을 가하면 그는 하나님께 점점 가까이 나아가게 됩니다. 육체의 염려와 세상 생각은 우리의 신앙을 자라지 못하게 하는 돌밭이요, 가시덤불입니다. 그래서 걱정 근심은 우리가 받은 구원의 즐거움을 빼앗고, 하늘의 영광을 보지 못하게 눈을 가립니다.

옛날 이스라엘은 몰렉²⁾에게 장자를 바치는 것도 기뻐했거늘 하물며 아브라함이 외아들을 하나님께 바친 즐거움과 비하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아브라함은 믿음의 선조가 되었고, 오늘 우리의 본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나를 위하여 조금도 염려하지 마세요. 한 덩어리의 주먹밥, 한 그릇의 소금국이야 말로 신선의 요리요, 천사의 떡 맛입니다. 공중의 새를 먹이시고 들의 백합화를 곱게 입히시는 우리 아버지께서 내가 먹는 양을 작게 만드셨으니 이 정도의 밥으로도 나는 족합니다. 나의 키를 작게 만드셔서 옷과 이불이 내 발등을 덮을 수 있으니 이만하면 만족합니다. 하나님께서 새를 먹이시고 들의 풀을 곱게 입히시거늘 하물며 사랑하는 자녀이자 당신의 일꾼을 돌보지 않겠소! 오히려 주께서는 "믿음이 적은 자들아 왜 의심하느냐"라고 꾸짖으십니다. 염려할 것은 다만 우리에게 이런 믿음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도하시고 안심하십시오. 신신당부합니다.

평양의 아버지도 안녕하신지 소식이 없습니다.

동인이가 할아버지께 편지하거든 이달에는 광주 본가에 편지를 보내기 때문에 아버지에게는 편지 보내지 못한다고 말해 주세요. 만주에 있는 둘째 동생은 내년 양력설에 휴가 받아서 면회 온다고 합니다.

당신은 면회 오기로 했는데 무슨 일로 못 오게 되었는지, 사정을 사실대로 자세히 적어 모든 소식과 함께 편지해 주세요. 그래야 기도를 해도 그 목적을 가지고 기도할 것이고, 걱정을 해도 한 가지만을 주께 간구하겠지요. 출소 만기만을 기다리며 간절히 기도해 주세요. 또 동생과 동인에게도 기도 많이 해달라고 부탁해 주세요.

그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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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신 본문과 겉봉에는 작성 연도가 없고 월일(10월 14일)만 있다. 연도를 추정할 수 있는 소인도 훼손되어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 그러나 연도를 추정할 수 있는 두 가지 힌트가 있다. 1) 주소가 '부내(府內)'로 되어 있는 점, 이는 본 서신이 손 목사와 손 목사 가족이 모두 '광주부(光州府)' 안에 있던 1941년에서 1943년 3월 말 사이에 작성한 편지라는 것을 뜻한다. 2) 1942년 11월 5일 손 목사의 편지 내용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는 점, 즉 1942년 11월 5일 편지와 가까운 시일에 작성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힌트에 착안하여 여기서는 1942년 10월 14일에 작성한 편지로 추정했다. 안용준도 이 편지 작성 연도를 1942년으로 보고 있다. 안용준 편, 『손양원 목사 설교집 (하): 체형조서, 옥중서신』(신망애사, 1969), 207.
2) 인신(人身)을 제물로 받던 암몬족 신. <레위기> 18:21, 20:2-5, <예레미야> 32:35 등 참고.


새롭게 요청하신 책의 내용들을 순서에 맞게 조정하고, 정해진 구조에 따라 말끔하게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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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원본,활자화)손양원 옥중서신_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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