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8월 18일¹

손양원 설교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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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1942년 8월 18일¹

성구(발신/수신) 발신:손동인, 수신:손양원
일시 1942.08.18
출처 손양원의 옥중서신(2015)-11
저자 (사)손양원정신문화계승사업회-임희국,이치만
서기 0 0
1942년 8월 18일¹
편지 원본 179쪽

발신 : 손동인
수신 : 손양원





아버지,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평안하십니까?

저는 하나님의 은혜와 아버지의 기도 덕분에 늘 평안히 지내고 있습니다. 염려 마십시오. 8월 12일에 보내 주신 편지는 잘 읽었습니다. 박 집사님이 저희 가족을 사랑하셔서 편의를 봐주고 그 덕분에 식비가 따로 들지 않아 매월 20원씩 부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동신(東信)이도 이곳으로 오게 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광주 본가에서 멀어져 적적할 것 같습니다.

이전 편지에 아버지께서 훈계하신 말씀은 잘 새겨듣고 지키려고 힘쓰고 있습니다. 막내 숙부께서도 종종 훈계의 말씀을 하십니다. 막내 숙부께 부치라시던 편지는 바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부탁하신 것은 막내 숙부께 편지하겠습니다. 순덕이 아주머니께 드릴 편지도 곧 전하겠습니다. 아주머니는 부산 양복공장에 취직하였습니다. 그런데 대구 병원으로 가겠다고 하셔서 제가 극구 말렸습니다만, 구경삼아 가보고 좋지 않으면 산중 마을로 가서 다른 아주머니들과 지낼 예정이라고 말씀하십니다. 16일 주일에 부산진(釜山鎭)교회²⁾로 오셔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고향 농사는 삼촌이 지었습니다. 올해 칠원(漆原)³⁾에는 물 부족으로 모를 한 포기도 심지 못했다고 합니다. 저는 늘 하나님의 은혜 속에서 무한하신 예수님의 사랑을 매일 받으며 기쁨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박 집사님은 요사이 기거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고아원에서 생활하신 지 2개월이 되어 갑니다. 고아원 보모 김 집사님, 원아 20명과 박 집사님 내외, 동무 직공 두 명과 열옥 누님, 그리고 제가 모여 아침에는 식전 예배를, 저녁이면 밤 기도회를 재미나게 드리고 있습니다. 또 과실 등 새로운 음식이 있으면 한 가족처럼 20여 명이 둘러앉아 먹을 때도 있습니다. 또 간혹 심심할 때는 찬송을 부르고 풍금도 칩니다. 우리는 늘 평화롭고 재미나게 지냅니다마는, 가끔씩 슬프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주의 길을 벗어난 것임을 이내 깨닫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사랑을 깨닫는 동시에 큰 은혜와 위로를 받고 다시 새로운 신앙생활로 돌아가는 경험을 많이 합니다. 저는 매일 아침 5시 반쯤 일어나 저녁 11시쯤 취침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잠자는 시간도 알맞은 것 같습니다.

저는 공장에서 전기톱으로 나무 자르는 일을 합니다. 예수님도 어릴 적 목수 일을 하신 것을 떠올리며 "주님이 하신 일을 나도 하고 있구나" 싶어 위로를 받습니다. 박 집사님께서 저를 돌봐 주시고 훈계도 많이 해주시고 기술도 잘 가르쳐 주십니다. 끝으로 아버지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시도록 하나님 앞에 엎드려 빌면서 삼가 글을 맺습니다.

8월 18일 밤, 아들 동인 올림.

추신: 아버지 읽고 싶으신 책을 알려 주십시오. 사서 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열옥 누님의 동생은 작년 여름에 사망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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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8월 12일 손 목사의 편지에 대한 동인 군의 답신.
2) 현재 부산 동구 좌천동에 위치.
3) 현재 경남 함안군 칠원읍 구성리, 손 목사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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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원본,활자화)손양원 옥중서신_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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