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펄전으로부터 듣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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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3 00:00
제가 인터넷을 처음 접한 것은 1985년 겨울로 기억 됩니다. 플로리다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이수하던 분이 제가 공부하던 신학교의 겨울 강좌 하나를 듣기 위해 왔는데 두 명이 사용하던 기숙사 방에 한 분이 겨울 학기에 자리를 비워 그 박사 과정 학생과 몇 주간을 함께 있었습니다.
대화 중에 백 목사님 소개가 있었는데 그 분은 스펄전의 기도 모음이라는 작은 책자 하나를 제게 선물하며 역사 최고의 설교가인 영국의 스펄전과 같은 분으로 생각 된다고 했습니다. 스펄전(C. H. Spurgeon)은 신학교를 운영할 때 두 종류의 학생은 입학을 거부했다고 전해 집니다. 매우 유능하여 모든 일에 성공하기 때문에 목회에도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진 학생과 하나님이 자기를 목사로 만들려고 모든 일에 실패하게 하셨다고 믿는 지원자는 거부했다고 합니다. 후자는 목회를 해도 실패할 것이고 전자는 너무 교만하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스펄전 목사는 전자는 좀 아깝더라 덧붙였습니다.
공회 목회자들은 저처럼 신앙 생활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은혜를 받고, 멋 모르고 열심히 뛰어 다니다가 자연스럽게 어느 날 목회자가 된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그러나 흔치 않은 경우지만 세상에 손을 댄 것마다 또는 자기 활동한 분야에서 너무 유능하여 자신감이 넘치다가 공회 목회자들을 겪어 보며 너무 답답해서 차라리 내가 해서 뭔가를 보여 주겠다며 나선 분들도 있습니다. 또 나를 목회로 끌어 내시려고 모든 길을 다 막았다 하는 분들도 적지는 않습니다.
세상을 성공하고 목회를 나온 분들 중에는 백 목사님께서 혼잣말로 '네가 한 번 해 봐라, 해 봐야 알지, 말로는 누가 못해'라고 했던 분들이 있습니다. 설교록에도 나오는 사례입니다. 역시 그런 경우는 목회에서만은 철저하게 막히고 깨져 그들의 목회는 '안 되는 것도 있구나. 목회만은 다르구나.'라고 결론을 맺은 듯합니다. 물론 서영준 홍순철 목사님과 같은 경우는 차원이 다릅니다. 순종 하나로 나온 분이지 요까짓 것쯤이야 하는 그런 마음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세상에 하던 일을 다 실패하여 막히고 막혀 다른 것을 더 이상 할 수가 없어 나온 분들 중에는 목회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나 물 만난 고기처럼 교인도 행복하고 가족도 행복하고 본인은 꿈인지 생시인지도 모를 만큼 만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스펄전의 예견 그대로 되어 가족도 고통이고 교인도 고통이고 본인도 고통인 경우, 그런데도 본인만 행복하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공회는 세상을 밟게 합니다. 그리고 교회가 그를 필요로 할 때 부릅니다. 그 모든 과정에서 내적으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느끼는 소명이 있고 외적으로는 공회가 그 사람을 부를 때 목회를 출발합니다. 비록 세상을 다 초월하고 능가하는 특별한 성공 신화를 가진 사람은 아니라 해도 나름대로 세상 생활을 잘 해야 하는 조건은 불문율처럼 있습니다. 획일적으로 적용하지는 않지만 신앙의 일반 원리이며 공회의 현장입니다.
이런 점에서 공회의 앞 날을 책임 지거나 연구소를 위해 수고할 분들을 찾는 일은 쉬우면서도 어렵고 어려운 듯하나 쉽습니다. 하나님의 역사가 함께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빨리 찾는 것은 사무엘도 더듬었지만 조금 지난 다음에는 온 백성이 다 알 수 있었습니다.
63 세에 첫 출발을 다시 하는 분을 봅니다. 큰 교회를 만드는 것은 3 년이면 충분하다고 제게 1989년 9월 2일 말씀하고 떠난 분입니다. 크게 만들어 놓으면 모두가 찾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쉽지 않았나 봅니다. 정말 못하는 것이 없고 마음 먹고는 이루지 못한 것이 없는 정도의 실력가인데. 1998년 5월에 우리 공회 전체를 통해 첫 손에 꼽을 실력가 한 분 역시 몇백 명 교인만 모아 놓으면 총공회 모든 교회가 쳐다 볼 것이고 권위를 가질 것이니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파를 가리지 않고 배우고 그대로 할 것이며 성공을 하면 그 때 가서 공회를 다시 찾겠다 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이 경우는 아주 영영 가셨나 하여 걱정입니다.
마음을 먹은 것은 가져 보지 못한 것이 없는 분 또는 사람으로 그렇게까지 될 수 있을까 하는 아주 특별한 실력을 가진 위인들, 우리 공회에도 소리 없이 곳곳에 인재는 많습니다. 그런데 이 노선을 지키며 세월이 10 년씩 한 번을 가고 두 번을 가면서 세월이 말하는 것을 들어 보고 있습니다. 별 볼 일 없는 이들이 지키는 이 노선이어서 이 가을이 더 추워 집니다. '이까짓 것쯤이야' 또는 '이제는 돌아 옵니다.' 이 둘 속에 담긴 함정은 첫 아들과 둘째의 장단점 사이에서 우리를 가지고 놀고 있습니다. 유능한 분들이 유능하게 우리를 좀 이끌어 주셨으면. 그리고 좀 잠잠할 분들은 소리를 낮추어 우리에게 가야 할 길을 소란스럽게 하거나 혼동스럽게 하지 말았으면. 그저 그런 정도인 우리의 바람이라 생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