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 ICRC, 국제개혁교회협의회와 고신
ICRC(국제개혁교회협의회)와 고신의 역할과 기대/배굉호 목사
고신기관지, 2005-12-14 12:03:41]
매 4년마다 열리는 ICRC(국제개혁교회협의회) 2005년도 총회가 지난 10월 남아공화국의 수도 프리토리아에서 정회원 22개 교회와 업서버 5개 교회, 그리고 회원신청을 한 몇몇 교회와 방문 차 온 몇 교회들이 모인 가운데 개회되어 전체 일정이 질서 있게 진행되었으며 더욱 발전적인 비전을 강조하면서 마쳤다. 본 교단 대표로 참석한 필자는 금번 회의를 보면서 ICRC와 우리 고신교단의 역할과 기대에 대해서 생각하고 느낀 점들을 피력하고자 한다.
■ 개회 예배
금번 회의 주최는 남아공화국의 남아공 자유개혁파교회(Free Reformed Church in South Africa)로, 이 교단은 비록 모두 합쳐 7개 밖에 되지 않지만,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운영하면서 개혁주의 신앙을 가르치는 전통적인 화란 개혁파 후손들이었다. 흑백 인종차별이 없어진 남아공에서 열린 금번 ICRC 총회에는 전통복장을 한 흑인목사 모갈레(Rev. Mogale)가 사회를 하면서 진행되었다. 파이프 오르간 연주로 ‘시편 100:1-4’ 찬송을 한 후 장소를 제공하고 총회기간 헌신적으로 봉사한 프리토리아 자유개혁파 교회의 담임 목사인 끼스 끌레인(Rev. Cees Keijn)이 사도행전 15장 1-35절을 봉독하고 ‘예루살렘 총회를 통하여 하나님께서 교회의 연합과 공동성을 보장하심’에 대하여 강해설교를 하였다. 아프리카 선교지 방문시부터 필자와 친분을 쌓아온 그는 항상 미소를 머금고 온화한 평소 모습과는 달리 그의 설교는 힘이 있었고, 철저히 성경중심의 개혁주의 설교를 행함으로 많은 은혜를 끼쳤다. 설교 후 끼스 끌레인 목사의 기도, 찬송 시 134 에 이어 축도로 개회 예배를 마쳤다.
■ 회의 진행
회의에 앞서 회원 호명이 있었다. 아시아는 우리 고신 교회와 인도네시아, 인도 개혁파 교회, 아메리카는 미국과 카나다에서 온 개혁주의 교회, 유럽은 잉글랜드와 웨일즈, 스코틀랜드, 아일랜드의 교회들, 대양주는 호주와 뉴질랜드 교회, 아프리카는 남아공 자유 개혁파 교회 등 22개 회원 교회가 호명되었고, 이어서 금번에 회원 청원한 5개 교단 즉 스코틀랜드 자유교회, 스페인 개혁교회, 콩고, 남아공 개혁교회, 미얀마 개혁교회가 소개되었다. 그 외 일본 개혁파 교회를 비롯한 약간 명의 방문교회 대표들이 소개되었다. 이어서 회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임원선거에 들어가 앞으로 4년간 이 회를 이끌어갈 회장에 Rev. Bort de Graaf(화란 기독교개혁파 교회), 부회장엔 Rev. Bruce Hoyt(뉴질랜드 개혁파 교회), 서기는 Rev. Cornelius Spronsen(카나다개혁파교회), 회록서기는 Rev. Peter J Naylor(잉글랜드 웨일즈복음장로회), 회계는 Mr. Henk Berends(카나다개혁파교회)등이 선출되었다.
■ 총회 주제 결정과 세미나 토론
지난 2001 필라델피아 총회에서 주제설정이 너무 이론적이라는 의견에 따라 금번 총회에서는 좀 더 실제적인 적용을 위해 중심 주제를 ‘그리스도의 주 되심’(The Lordship of Christ)으로 정하고 그리스도의 주 되심이 성도, 교회, 세계라는 세 가지 범주에 맞추어 강의하고 토론하도록 했다는 것을 회장이 설명을 하고, 이어서 프로그램과 매일 시간표를 총회가 승인했다. 그리고 임시 위원회가 정한대로 모든 회원을 11개 분과 위원회로 나누어서 중심 주제를 토론하여 발표하고, 또한 상정된 모든 의제를 토론하고 본회에 제출하여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을 회장이 설명하고 그대로 받았다. 모든 회의는 시작 할 때와 마칠 때 회원들이 회장의 지명대로 반드시 성경을 봉독하고 설교하고 찬송 부르고 기도로 마치는 순서를 가졌다.
■ 주요 결정 사항들
가장 중요한 일은 회원 교회 영입문제였다. 먼저 콩고개혁파 교회는 아론 까야얀이라는 프랑스 출신 개혁주의 신앙을 가진 선교사가 라디오 방송으로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했는데, 방송을 듣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여 조직된 개혁파 교회가 250개, 목사 22명, 곧 안수받을 목사가 9명으로 놀라운 부흥을 이룬 교단으로 여러 차례 인터뷰와 사실 확인을 한 후 만장일치로 회원 교회로 받기로 하였다. 그리고 스페인 개혁파 교회(IRES)도 프랑코 독재시대에 가톨릭의 많은 핍박을 이겨내고 1999년 새 헌법에 의해 종교자유를 보장받고 개혁주의 신앙을 파수하고자 하는 열심을 가지고, 지난번 총회에 이어서 금번에도 강력하게 회원국이 되기를 신청하였는데, 여러 차례의 인터뷰와 토론 끝에 드디어 받아들이기로 결정하였다.
또 뜨거운 논쟁을 일으킨 것은 ICRC의 초창기부터 협력해 온 남아공 개혁파 교회(RCSA)는 포쳅스트룸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큰 영향력 있는 교단으로 모든 면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지난 번 그들의 총회에서 여자에게도 안수하여 직분을 줄 것을 결의한 것이 논란의 제공거리였다. 대부분의 개혁파 교회에서는 아직도 여자 안수문제를 성경대로 허락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 문제에 대하여 집요한 질문과 끈질긴 토론이 이어졌다. 여러 차례 정회한 후에 2일간에 걸쳐 토론한 끝에 교단 대표가 총회 앞에서 이 문제는 아직 전면적으로 실행되고 있지 않고 교단 내에서도 문제를 제기한 상태이며 다가오는 총회 내년 1월에 반드시 ICRC의 뜻을 전하고 시정하기로 노력할 것을 다짐한 후에 긴 터널을 통과하고 회원국으로 영입하여 박수로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오랜 토론 끝에 끝내 회원가입에 실패한 교회는 스코틀랜드 자유 교회와 미얀마 개혁교회이다. 스코틀랜드 자유교회는 교회간의 세상 법정에 고소한 문제로 논란이 이어졌다. 실상은 자기 교단의 교회와 타 교단 교회의 부지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세상 법정에 고소한 것이 발목이 잡혔다. 다수의 회원들은 고전 6장에 나오는 세상 법정에 고소하지 말라는 말씀에 근거하여 반론을 전개했으며, 스코틀랜드 자유교회 대표들은 자신들의 어쩔 수 없는 사정을 호소하고 돌아가서 고소를 취하하도록 하겠다는 호소를 했다. 하지만 총회는 고소문제를 취하한 후 다음 총회에서 영입문제를 의논하도록 하고 투표 결과 절대다수의 반대로 회원가입이 좌절되었다. 그러나 그들도 깨끗이 승복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미덕을 보여주었다. 또한 미얀마 개혁교회(URCM)는 8년째 회원신청을 해 왔는데, 여러 날에 걸쳐 인터뷰하고 토론하였지만 총회는 결국 다음회기로 미루기로 결정을 했다. 이유로는 그 교단은 아직도 분명한 개혁주의 신학이 부족하고 공산치하 속에서 정부와 협력하지 않고 어떻게 개혁주의 신학을 유지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투명성 있는 해명과 증거가 부족하고 오직 한 사람의 지도자에 의해 모든 교회가 운영되고 있는 등의 문제로 부결되었다. 부결된 후 대표인 모세 탕 목사(Rev. Moses N Thang)는 섭섭함을 토로하고 그들의 진심을 왜 몰라주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총회의 뜻을 따를 것이며, 4년 후에 다시 신청하겠다고 하여 큰 박수로 격려를 받고 끝까지 회의에 참석하고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회의는 원칙대로 그리고 질서 있게 아주 민주적으로 충분한 토론을 한 후 성경 말씀에 입각하여 가장 합리적으로 중의를 모으고 중요한 사항 즉 회원 가입 등은 개 교회 대표들을 호명하면서 가부를 물어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모두가 다 그 결과에 승복하며 따르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개혁주의의 성숙한 회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 고신의 역할과 기대
그동안 ICRC 총회는 전호진 목사(교단 전 총무)의 많은 역할과 수고로 우리 교단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놓아 처음 참석한 섭외위원장 전태 목사와 필자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친절한 환영을 받았다. 사실 ICRC 교회들은 교세가 약한 교회들이 대부분으로 우리 고신 교단이 교인 수는 가장 많고, 예산도 화란 기독교 개혁교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지출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도 유로화의 강세로 인한 것이지 조만간 우리 고신교단이 제일 큰 회원 교회로 책임과 권리를 가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리고 총회가 없는 기간 동안 ICRC를 운영하며 준비하는 선교위원회(MC) 회원으로 유럽 2명, 아프리카 2명, 아시아대양주 2명, 아메리카 3명이 임명되었는데, 아시아 대양주는 인도네시아 데단 목사(Rev. Yonson Dethan)와 필자가 임명되었다. 우리 고신은 전호진 목사 시절부터 MC 멤버쉽을 취득하고 있었는데, 금번에 전 목사님 대신에 부족한 사람이 맡게 되었다.
MC는 총회로부터 다음과 같은 임무를 위임 받았다.
ICRC 멤버 교회의 선교사역을 요약하여 책으로 발간 배부하는 일, 회원 교회의 선교비전 정책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선교사 훈련 등에 관한 문서들을 연구하여 수집하는 일, 지역 컨퍼런스를 위해 선교에 관련된 안건들을 준비하며 도우는 일, ICRC Mission News letter를 발행하는 일, 선교 리스트를 유지시키고 발전시키는 일, 차기 ICRC 총회 개회 6개월 전까지 통신담당 서기에게 리포트를 보내는 일, 차기 ICRC 총회까지 4년 동안 예산안을 만들어 제안하는 일 등이다.
몇몇 MC 멤버들은 한국에서 MC 컨퍼런스를 개최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고신 교회에 대한 기대를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고 유대인 선교를 위한 사역은 아직 분명하게 사역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관심을 가지도록 한다는 것과 고통받는 교회를 도우는 일도 연기해선 안 된다는 임무도 위임되었다. 금번 ICRC 총회를 통하여 우리 고신 교회는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야 할 필요성을 요구받았다.
아직도 고신 교단의 역사와 신학과 교회에 대하여 잘 모르는 회원들이 많았다. 우리 교단 규모의 신학대학원 대학교 병원을 가진 교단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우리는 적극적으로 타 교회와의 교류하면서 우리의 선교와 비전을 알려야 할 필요를 느꼈다. 우리보다 개혁주의 신학이 앞선 네덜란드 미국 카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교회와 교류를 더욱 확대하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배우고 나누어야 할 것은 나누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개혁주의 교회의 회의와 세미나 총회 등에 우리 교단의 대표자들을 적극 참여시키며, 타 교회와의 교류 확대와 국제회의에 전문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양육하고 확보하는 일도 이제 우리 교단이 해야 할 일이다.
이 일을 위해 소요되는 경비는 개혁주의 교회 확장과 성장을 위하여 총회와 개 교회가 적극적으로 후원해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동시에 이제 우리 고신 교단을 향해 도움을 요청하는 교세가 열악하고 어려움에 있는 개혁파 교회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 그들의 학생들을 우리 고신대학교와 신학대학원에서 공부시켜 다시 지도자로 재파송하는 일은 개혁교회 세계 건설과 세계선교를 위한 우리 교단의 정책에도 부합할 것이다. 실제로 회의 도중에 콩고와 미얀마 대표들이 필자에게 고려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것과 방문을 여러 차례 요청해 왔다. 이제 우리 교단도 개혁주의 신학 확산을 위해 어려운 교회들을 도와주어야 할 사명을 가진 교단으로 성장했다. 어려운 개혁파 교회의 신학교육을 도우는 일은 총회와 개 교회들의 관심과 후원이 있으면 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개혁주의 교회는 신학이 혼탁하고 세속주의의 급류에 휩싸이고 허덕이는 이 마지막 시대에 성경의 진리를 파수하며, 전파해야 하는 중요한 사명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개혁교회가 교세가 적고 재정도 열악한 것은 그만큼 진리 파수와 전파가 힘들고 어렵다는 증거이다. 그러므로 개혁주의 교회는 중요할 수 밖에 없으며, 우리 고신 교회의 사명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 고신 교회가 ICRC 등 개혁주의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주님의 지상명령인 세계 선교와 개혁주의 교회 건설을 위해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일해야 할 때가 왔다.
■ 배굉호 목사
(총회 섭위위원회 전문위원, 남천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