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교회에서 굿판...[7]
교회에서 굿판
[한겨레 2004-10-13 17:39]
[한겨레] 서울 향린교회‥“우리 문화로 하나님 경배”
“어이~풍물패들!” “예~” “우리 풍물패가 풍악만 뚱땅뚱땅 울릴 것이 아니라” “얼씨구!” “성령님을 맞이하야겠는디, 성령님이 오실 때 워찌키 오실라나?” “절씨구!” “성령 안에서 좋은 일만 생기도록 한가위 성주풀이를 멋들어지게 한번 놀아보닌디!” 지난 10일. 오전 11시 서울 을지로2가 향린교회3층 예배당에 장구, 꽹가리, 징소리와 함께 풍물패가 도착했다. 이들은 예배당 앞에서 ‘성령문’을 여는 ‘문굿’에 이어 십자가 아래서 성령맞이 굿판을 벌였다.
“예수 믿는 중생들아 예수자랑 하지 말고 예수정신 실천하여 겸손하게 살지어다~” 이 교회 집사로 30여명의 풍물패를 이끈 서울전통예술원 심택 원장이 ‘성주(聖主)풀이-예수편’을 이어갔다. 한가위 감사절 예배를 맞아 아기들에게 한복을 입혀 참가한 500여명의 신자들은 심 원장의 물음에 추임새를 넣고 웃으며 호흡을 함께 했다. 풍물패가 손을 끌자 조헌정 목사가 함께 춤을 추었고, 마당에서 이어진 대동놀이엔 신자들이 함께 어울려 덩실덩실 춤을 추고 음식을 나누었다.
시골 마을 한가위에서 봄직한 한가위 잔치가 서울 한복판인 명동입구에서 벌어진 것이다.
향린교회는 대표적인 민중신학자인 고 안병무 박사가 설립한 교회다. 오히려 ‘우리 것이 터부시’되는 한국 개신교회 현실에서 이미 10여년 전부터 국악기들을 이용한 국악찬송을 하며 하며 복음과 전통문화를 앞 서 접목해온 선구자다.
조헌정 목사는 설교에서 “3대째 장로교인으로 최근 방한한 미국의 신학자로부터 ‘한국 교회들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찬송가들을 자신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미국 교회에서도 한 때 유행했다가 사라진 것들을 한국 교회는 마치 교회 2천년의 전통인양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조상들이 하나님을 향한 제사를 올리며 벌인 민족의 축제 의식조차 ‘우리 문화를 저열하고 미신’으로 단정한 미국 선교사들의 시각대로 보아왔다”며 “‘복음’이라는 내용은 하나지만, 이를 담는 그릇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늘 변천해온 게 교회 역사”라고 밝혔다.
굿판에 참여한 신자 김명화씨는 “우리 문화, 우리 정서로 하나님을 경배하니 하나님이 더욱 더 마음에 와 닿는다”고 말했다.hyanglin.org. (02)776-9141.
글·사진 조연현 기자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