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이 안낳는 사회…국력붕괴 대책세우자 ①출산율 세계최저
20년후 일할 사람 340만명 준다
삼성전자규모 회사 67개가 사라지는 셈
▲ 한산한 신생아실 / 정경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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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안동이 고향인 강옥녀(80) 할머니는 19살 때 대구로 시집와 7남매를 낳았다.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 때문에 온갖 고생을 하며 혼자 키운 아이들은 벌써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이 됐고, 손자·손녀는 14명이 됐다.
그 강씨의 증손자는 2명뿐이다. 결혼 3년이 넘은 손자·손녀 4쌍 중 2쌍만 아이를 하나씩 낳았고, 20대 후반의 손자들은 아직 미혼이다. 미혼인 손자들 중 3분의 1은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강씨 가계도는 손자 대에서 14명까지 늘었다가 증손자 대에서는 7~8명 선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이 땅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가족들에게서 일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60년 가임여성 1인당 6명에 달했던 합계 출산율은 현재 1.17명까지 줄어 세계 최저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한 사회의 활력도를 가늠할 수 있는 노령화지수(65세 이상 인구를 14세 미만의 인구로 나눈 지수)에서 2000년 23위를 차지했던 한국은 2050년에는 전 세계 2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한 나라가 늙어가는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의 도래도 멀지 않았다. 불과 20년 후인 2023년에는 주변 사람들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이 된다(통계청).
또 20년 후면 현재 425만명에 달하는 초등학생이 275만명까지 줄어든다. 전교생 1630명의 서울 노원구 온곡초등학교 937개가 사라지는 셈이다. 출산율 저하는 한창 일할 나이의 20~40대 생산인력을 현재보다 340만명 줄어들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삼성전자 67개가 사라지는 것과 맞먹는 숫자이다.
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48) 박사는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곧 그 사회의 성장을 이끌 젊은 세대가 사라진다는 뜻이며, 우리 사회가 꿈꾸는 ‘소득 2만달러 시대’가 물 건너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출산율 추세가 지속되면서 제조업을 유지하려면 300만명이 넘는 해외 이민자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우리는 왜 아이를 낳지 않을까. 출산율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결혼 연령의 상승과 미혼율 증가이다. 양육비 상승, 만혼(晩婚)에 따른 불임률 증가, 임신·출산과 동시에 직장에서 퇴출당하는 여성인력의 현실도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경제규모가 커진 대부분의 국가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절박함과 대책은 우리와 다르다. 프랑스는 ‘마(魔)의 출산율’이라고 불리는 1.5명 선을 지키기 위해 지난 90년대 초부터 각종 출산 장려책을 도입했다.
선진국이 출산율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대로 가면 나라가 무너진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미국 허드슨 연구소는 최근 “선진국의 출산율 저하와 고령인구 급증으로, 50년 후에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정치적 역학관계가 역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혼과 출산은 분명 개인의 선택이다. 그렇지만 아이들 없이는 가정의 미래도, 국가의 미래도 없다. 이화여대 함인희(44) 교수는 “지금이라도 정부와 사회, 각 가정이 우리의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20년 후는 먼 미래가 아니다.
<특별취재팀 power@chosun.com >
(허인정 사회부기자 팀장) (이규현 문화부기자)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이경은 산업부기자) (채성진 사회부기자)
입력 : 2003.08.10 17:12 33" / 수정 : 2003.08.11 03:5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