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환상
[시론]
지난해에 인간 체세포 복제를 이용한 배아줄기 세포주 획득에 성공한 황우석 교수 연구팀은 올해에도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인간 배아줄기 세포주 획득률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세계적 업적은 많은 국민에게 희망과 뿌듯함을 안겨주었다. 특히 희망도 없이 오랜 기간의 투병생활에 지쳐 있는 난치성 질환 환자들은 배아 줄기세포 요법을 통해 자신의 병이 곧 완치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난치성 소아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로서 완치의 기대가 쉽게 이뤄지지 않았을 때에 환자와 가족들이 받을 고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연구자들은 체세포 복제를 이용해 만들어진 배아 줄기세포를 환자의 치료에 사용하고 싶다는 희망을 제시한 것뿐이었는데도 많은 사람은 배아줄기 세포를 통해 난치성 질환들이 곧 완치될 것처럼 성급한 판단을 하고 있다.
배아 줄기세포가 환자에게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점이 있다.
첫째, 배아 줄기세포로부터 암 발생의 가능성이다. 배아줄기 세포는 영원히 죽지 않고 지속적으로 분열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무한정으로 분열할 수 있다는 배아 줄기세포의 특성은 암의 특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 병을 치료하려다가 도리어 암이라는 치명적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은 이미 동물실험에서 관찰되고 있다.
둘째, 체세포로 만든 배아 줄기세포의 노화다. 세계 최초의 체세포 복제 동물인 복제 양 돌리의 사망 원인이 노화 촉진에 의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는 체세포 배아 줄기세포가 이미 어느 정도 노화돼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배아 줄기세포 치료는 일시적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줄기세포를 필요한 특정 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는 조절능력이 부족하다. 손상된 세포가 있는 곳에 줄기세포를 주입하면 건강한 세포가 생겨나서 병이 치료될 수 있다고 많은 사람이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줄기세포가 정상 세포로 분화하는 것을 생체가 알아서 조절해 주기를 기대하는 수준이다.
넷째,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 필요한 장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는 불가능하다.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해 필요한 장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배아 줄기세포를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키고 장기가 만들어질 때까지 수 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배아 줄기세포는 세포가 아니라 태아 상태다.
다섯째, 환자의 체세포로 만든 배아 줄기세포로는 유전자 결함에 의한 질병을 치유할 수 없다. 유전자 결함을 가진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해 만든 배아 줄기세포는 병적인 유전자를 그대로 갖고 있다. 따라서 유전자 결함에 의한 질병을 환자의 체세포로 만든 배아 줄기세포만으로는 치료할 수 없다.
여섯째, 면역학적 거부반응이다. 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사용된 난자는 다른 여성의 것이기 때문에 거부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체세포로 만든 배아 줄기세포라도 거부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일곱째, 동물을 대상으로 한 검증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체세포로 만든 배아 줄기세포가 갖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동물을 대상으로 안전성 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
배아 줄기세포를 인간의 난치병 치료에 이용하려면 이와 같은 문제점과 논리적 과정들이 먼저 신중히 검토, 해결돼야 한다.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환자들이 성급한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표현은 삼가며, 차분히 연구의 진행을 지켜봐야 할 때다.
김중곤 서울대 의대 교수.소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