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 나오자마자 폐기된 새 찬송가
[2012년 교계 이슈 정리 9] 찬송가 사태 해결책 없이 졸속 제작, 교인·교단 외면
2012.12.29
김은실 (raindrops89)
<뉴스앤조이>가 2012년 한국교회 이슈들을 정리했습니다. 감리교 세습 방지법 통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의 총회 파행 사태, 이단 문제, 분쟁 중인 교회 등 한국 교계에서 일어난 일들을 돌아봤습니다. - 편집자 주
▲ 올해 8월 만들어진 새 찬송가는 나오자마자 사실상 폐기됐다. 사진은 새 찬송가 사용 청원 건을 부결하는 예장합동 정준모 총회장. ⓒ마르투스 이명구
올해 여름, 새로운 찬송가가 곧 완성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1세기 찬송가>가 나온 지 불과 6년 만에 찬송가가 바뀐다는 소식에 교회는 술렁였다. 지난 2008년 불거진 찬송가 사태가 새 찬송가 발간으로 다시 사람들 입길에 오르내린 것이다. <뉴스앤조이>는 찬송가 사태를 7월부터 9월까지 3회에 걸쳐 기획 기사로 다루고, 9월에는 찬송가 좌담회를 열어 문제의 원인을 살피고 대안을 찾았다.
찬송가 사태는 <21세기 찬송가>의 재산권을 두고 교단과 출판사들이 둘로 나뉘어 갈등을 빚으며 벌어진 사건이다. 4년 전 찬송가공회가 교단의 반대에도 법인 등록을 강행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법인 등록과 동시에 찬송가 재산권을 뺏긴 교단과 출판사들은 비법인찬송가공회를 만들어 법인찬송가공회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새 찬송가 발간은 비법인찬송가공회 측이 찾은 사태 해결책이었던 셈이다.
비법인찬송가공회는 <21세기 찬송가>의 문제점을 들어 새롭게 찬송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1세기 찬송가>는 외국 곡이 많이 실려 있어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외국 곡 21편의 저작료 4억 8000만 원을 지급했고, 앞으로 한국 곡에도 8억 6400만 원가량의 저작료를 매년 내야 하는 등, 저작권료 부담이 커 제작이 어렵다는 것이다. <21세기 찬송가>를 만들 때부터 지적됐던 수준 미달의 찬송가 문제도 다시 거론됐다.
<21세기 찬송가>를 둘러싼 소송도 새 찬송가 발간 주장에 힘을 실었다. 지난 5월 충남도청은 법인찬송가공회 법인 등록을 취소했고, 법인찬송가공회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만약 <21세기 찬송가>를 소유한 법인찬송가공회의 법인 등록 취소가 확정되면 <21세기 찬송가>는 출판이 중지된다.
비법인찬송가공회는 9월에 열리는 주요 장로교 교단 총회에서 새로운 찬송가 사용 승인을 받고 2013년부터 새 찬송가를 판매하려고 했다. 8월에는 새 찬송가 감수를 마쳤고 9월 총회에 배포할 시제품을 완성해 총회 임원들에게 시제품을 배포했다. 여기에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과 통합 등 규모가 큰 교단 임원들이 새 찬송가 지지를 약속하면서 비법인찬송가공회는 힘을 얻는 듯했다. 그러나 새 찬송가는 총회에서 외면받았다.
새 찬송가 문제를 총회에서 다룬 교단은 예장고신·통합·합동 세 곳으로, 새 찬송가를 선택한 교단은 한 군데도 없다. 예장고신과 예장합동은 새 찬송가를 만드는 비법인찬송가공회 대신 법인찬송가공회를 개혁하고, 새 찬송가는 사용하지 않기로 결론지었다. 예장통합은 새 찬송가 사용은 거론하지 않은 채 찬송가 문제를 1년 더 연구하기로 했다. 결국 새 찬송가 판매는 잠정 중단됐다.
<21세기 찬송가>와 법인찬송가공회가 가진 숱한 문제에도 새 찬송가 채택이 거부당한 것은, 그 취지나 동기에 교인과 목회자가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법인찬송가공회는 찬송가로 이익을 얻는 교단이나 출판사를 위해 찬송가를 무리하게 만드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새 찬송가는 단 1년 만에 소수 목회자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진행 과정도 불투명해 졸속 논란에 휩싸였다.
찬송가 사태는 올해도 해결되지 못하고 해를 넘기게 됐다. 내년에는 찬송가 사태 변곡점이 될 주요 재판 결과가 나온다. 법인찬송가공회의 법인 등록 취소 여부와 <21세기 찬송가> 출판권 소유가 누구에게 있는지 결론이 난다. 판결에 따라 찬송가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