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매년 신학교졸업생 6천명, 절반은 갈곳이 없다?
(조선일보 인용. 200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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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신학교 졸업생 매년 6000명…“갈곳이 없다”
개신교 목회자는 ‘공급 과잉’인가? 개신교 언론들이 목회자의 수급(需給) 불균형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기획을 잇달아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신임 목회자의 절반 이상이 일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그 정도가 점점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신학대 신학대학원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올해 졸업생 244명 중 졸업 때까지 일할 곳이 결정된 사람은 11%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다른 교단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열린 한 세미나에서 교회문제연구소 한정근 교수는 “지난 몇 년 간 각 신학교에서 배출된 목회자 가운데 65% 가량이 일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처럼 새내기 목회자들이 일할 곳을 찾지 못하는 것은 우선 배출되는 목회자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신학대학원의 정원은 예장 통합 800명, 예장 합동 720명, 감리교 150명 등 4년제 정규대학을 갖춘 20여 개 주요 교단만 해도 4000명을 넘는다. 여기에 무허가 신학교까지 더하면 그 수는 약 6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목회자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데 비해 교회와 교인의 증가는 90년대 중반 이후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일할 곳을 찾지 못한 목회자가 점점 많아지는 것이다.
개신교 목회자의 ‘양적 팽창’은 필연적으로 ‘질적 저하’를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대부분의 신학대학원들은 교육부로부터 인가 받은 ‘목회학 석사’ 이외에 ‘목회연구 과정’이란 이름으로 상당수의 신학생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정원외 학생 운영에 따라 교육 내용이 부실해질 수 밖에 없고 수준 이하의 목회자들이 배출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평가 결과 주요 교단의 신학대들이 거의 대부분 ‘보통’ 판정을 받아, 일반 대학보다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개신교계에서는 신학대학원을 통폐합하거나 정원을 대폭 축소하는 등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각 교단은 현실적인 이해 관계 때문에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계 일각에서는 “교회 성장 운동을 적극 전개해서 신자를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대두하고 있다. 기독교방송(CBS)이 홈 페이지(www.cbs.co.kr/churchnews)에 개설한 ‘갈 곳 없는 신학대 졸업생 문제’라는 토론 광장에는 “목회자가 올바른 자세만 가지면 활동 공간은 넓다”며 ‘공급 과잉’을 인정하지 않는 글도 상당수 올라오고 있다.
기독교신문 김창수 부장은 “한국 개신교는 이제 목회자 교육을 놓고 질적 내실을 기하느냐, 아니면 양적 팽창에 계속 매달리느냐 하는 고비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 李先敏기자 smle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