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농협대출로 회생 기회 삼았으나, 교단의 운영권 간섭 전제 조건 제시 [교계현실]
분류: 소식- 교계 현실
================================================
" 번호 : 2203 등록일 : 2004-01-14
뉴스 해설/ 농협 대출 약정, 어떻게 되나?
복음병원이 정상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농협과의 약정서가
교단내외에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농협이 복음병원에 2백50억원을 대출해 주는 조건으로 제시한 약정 내용은 복음병원 운영전
반에 확실한 변혁을 요구하고 있어,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고려학원이 교육인적자원부로
부터 2백50억원의 기채승인을 받아 여러 금융기관에 대출을 모색한 끝에 농협과 연결이 되
어, 농협은 지난해 말 대출을 위해 2주간 경영진단을 실시한 바 있다. 전례 없는 장기간 동
안 강도 높은 경영진단 끝에 나온 이 대출 조건은 일단 농협이 고려학원과 교단 병원 그리
고 노조에 그들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건들이 워낙
광범위하고 확실한 개혁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관련 기관들은 전전긍긍하면서 조심스럽게 취
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기관들의 입장은 우선 이사장과 총장, 병원장 등 운영진은 원칙적으로 수
용해야 한다는 쪽이고, 총회는 아직까지 특별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채 분석 중에 있으
나 몇몇 수용 불가능한 조항들을 수정 보완하면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
다. 가장 적은 부담을 지고 있는 교수협도 아직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약간의 수정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수 차례 모임을 갖고 격렬한
논란을 벌였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 일반 노조원들은 “병원을 살리기 위해서는 반
드시 대출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결국 수용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의견이 높아가고 있지
만, 노조 집행부는 강한 반발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장 절박한 운영자금과 새로운 시설 설비가 시급한 복음병원 경영진으로서는 하루
라도 빨리 이 약정에 대한 결론을 짓고 대출을 받아야 할 입장이어서 다급한 모습이다.
■ 농협이 제시한 약정서 내용
우선 농협이 조목조목 제시한 항목들은 결코 만만치 않은 내용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고려학원 경영합리화를 위한 특별 약정서(상환자력 유지 의무용)’이라고 되어 있는 이
조건에 농협은 고려학원 이사장(채무자)과 총회장, 총장, 병원장, 의과대 교수협회장, 노
조 지부장이 연서로 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농협은 “대학발전 및 병원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구조개선 조치”라고 명시하고
이를 위해 정관과 시행세칙의 변경을 비롯하여, 교단의 추가 지원, 이사회의 신속한 구조조
정 실시, 병원의 경영정상화 방안 수립, 노조의 개혁, 교수협의 임금 반납, 재무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정관 관련사항은 ①정관변경, 재산관리, 예산외 채무 부담, 해산 등 조항 총회 사전
인준 및 동의는 사후 보고로 변경(이유: 사립학교법과 상충됨) ②법인 임원은 이사 9인(사
외이사 1인 포함) 및 감사 2인으로 축소하되, 구성은 총회 소속 목사 3인 이내, 나머지는
신도(자) 중 재정 교육 법률 의료 등 분야별 전문가와 대학 총장 및 사외 이사로
③이사 선임은 총회 동의를 받되, 교수협 추천 교육분야 전문가 1인 및 주채권 은행 추천
사외이사 1인은 예외 인정 ④법인 해산 의결 정족수를 ‘이사 전원 찬성’에서 ‘이사정수
3분의 2 이상 동의’로 변경(사립학교법 제34조와 상충) ⑤병원장 권한은 병원 모든 업무
(처장 이하 간부직원 임명권 및 재정 집행권 포함) 통괄하고 소속 직원 감독(책임경영 강
화) ⑥병원 조직에 원목실 기획조정실 행정처 이외에 진료처 설치(진료관련 부서 총괄) 등
6개항으로 되어 있다.
시행세칙 변경에 관한 주요 내용은 △사무직 정년을 58세로 줄임(고임금 해소 및 신규인력
충원) △행정처 산하 부서를 총무부 관리부 원무부로 통합 조직 축소하고 △각부 팀제 실시
(운영의 신축성) △의대 임상교수 기본급여는 학교회계에 성과급여는 병원 회계에 편성 집
행(병원회계 인건비 절감) △노사협상 권한 병원장에 전부 위임 △결과를 이사회보고(협상
권 강화) △진료부 및 중앙진료부의 책임경영제 신설 등으로 되어 있다.
우선 정관과 시행세칙에 관한 농협의 요구는 대체로 그동안 고려학원이 잘못 시행해 오던
법제들을 교육부법과 일반 사립학교법에 적합하게 고치고, 이사회의 운영을 개선하여, 병
원 집행부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일부에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사수의 축소는 오히려 이사회의 효율성과 기능성에 긍
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사 15인 감사 3인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다수 학원
들과 같이 축소함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사 구성의 내용. 농협이 요구하는 이사 구성은 9인의 이사 가운데 교단
목사 3인과 각 분야의 전문가인 신도, 그리고 총장과 사외 이사(1인)이다. 그리고 이사의
선임은 총회의 동의(교수협 추천 교육전문가 1인과 은행 추천 사외이사 1인은 제외)를 받아
야 한다. 결국 9인 중 최소 6인 최대 8인은 교단이 선임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 약정서 분석과 몇 가지 견해
그러나 이 부분의 분석에서 몇 가지로 의견이 나뉜다.
그 첫째는 언젠가는 시정되어야 할 정관과 시행세칙들이 농협의 대출을 계기로 올바로 고쳐
지게 되었다고 보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과거 고려학원 운영이 현행법 보다는 관례에 의
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어 왔다는 시각을 바탕으로, 정관과 구조조정 부분에서 현재의 시
스템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는 약정서대로라면 어쨌든 학원과 병원에 대한 교단의 영향력이 상당히 축소될 것으
로 보는 견해이다. 주거래은행(농협) 파견 사외이사 1인으로 인해 은행의 입김이 이사회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것이고, 병원장의 권한 강화로 실질적으로는 병원장이 복음병원을 경
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어느정도 설득력을 가진 분석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운
영이 되든지 간에 교단은 최소한 이사의 3분의 2선(6명)을 선임할 수 있기 때문에 교단이
하나만 되면 이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반론도 있다.
그리고 세 번째 분석은 농협의 약정서가 사실상 제3자 인수와 같다고 보는 시각이다. 그러
나 이 주장은 근거가 희박한 매우 주관적이고 왜곡된 분석이라는 평가다. 이사 9인 중 농협
이 요구하는 이사는 사외이사 1명뿐이다. 이것은 주거래 은행측에서 보면 수백억원을 대출
해 준 금융기관으로서 자신들이 제공한 대출금에 대한 감시 기능을 하겠다는 의도로 보아
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사회에서 농협의 입김이 공식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정도의 분석
은 가능하지만, 제3자 인수라며 이것 때문에 사실상 병원의 경영권이 농협으로 넘어간다는
분석은 전혀 근거가 없는 과장된 분석이며 왜곡된 시각이 아닐 수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9분의 1로 어떻게 경영권을 주도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어서 교
단 내에서는 이 주장은 또다른 의도가 있는 음모론 아니냐는 반응이다. 왜냐하면 교단에 위
기감을 조성하거나 다른 특별한 목적이 없다면 이런 과장 왜곡 분석을 제기하고 공개적으
로 여론화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문제는 정관 변경 등을 총회에 사후 보고하도록 한 대목이다. 이것 때문에 교단 일각에서
는 약정서의 저의를 의심하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고려학원 사무처와 병원 당국은 당장 2
백50억원이 병원에 투입되어야 할 형편인데, 9월 총회까지 가면 그때는 이미 늦어 병원 회
생의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고, 사립학교 법에도 부합하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
고 있다.
만약 농협과 약정서가 체결되면 정관 변경과 새 이사회 구성 등은 당연히 관선 이사가 철수
된 이후 시행될 것이다. 이것은 교단은 물론 관선 이사와 이를 파견한 교육부도 함께 동의
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혹 약정서 내용이 교육부의 복안이 아닌가 라는
생각은 상당히 일리가 있는 것이다.
교단이 부담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기존 2백억원에 1백억을 더하여 3백억을 지원하라는 대
목.
그러나 이번 농협의 약정서에서 요구한 3백억원은 무리가 있다. 2백억원은 교단이 이미 미
기채 승인 부채를 상환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모금을 하고 있다. 하지만 농협이
추가로 1백억원을 요구하는 데에는 특별한 근거가 없어 보인다. ‘자본잠식 문제 해소’를
이유로농협이 1백억원을 더 요구하는 것은 정당성을 찾기 힘들기 때문. 그리고 “향후 원금
상환, 이자부담 등과 같은 지원 조건은 붙이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이 있는데, 이는 이미
교단이 충분히 인식하고 대책을 세워놓은 부분이어서 특별한 의미는 없어 보인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교단은 ‘어떤 경우에도 신학교는 반드시 교단이 직영하는 것’이란 분
위기다. 고려학원이 정상화가 되고 관선 이사가 철수하든, 아니면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여
복음병원이 파산하든 신학교는 반드시 교단이 직영해야 한다는 것이 교단내 광범위하게 형
성된 공감대다. 만약 고려학원에 최악의 경우가 닥친다 해도 교단은 신학교를 운영해야 하
기에 제대로된 신학교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백억원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교단은 시기가 문제일 뿐 2백억원 마련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 노조 수용 여부가 최대 관건
농협이 요구하는 약정 내용 중 교수협에 대한 부분은 환자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학술연구
에 주력한다는 것과 급여 2-4개월분 반납에 동참하라는 내용이 전부이다. 그러나 농협은 노
조에 대해서는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요구하고 있다. 약정서는 병원운영 안정을 위하여
①직원의 노조가입 및 탈퇴 자유화 ②인원 감축 등 경영진의 구조조정 수용 ③인사 재무
등 고유 경영권 불간섭 ④무분규 선언(최소 5년이상) ⑤매점 운영권 병원 반납 ⑥급여 2-4
개월분 반납 동참 등 6개항을 요구했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복음병원 경영진단에 반드시 지적되는 것이 노조의 근본적인 개혁이었는
데, 이번 농협의 약정서에도 예외없이 노조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유니온 숍의 폐지는
이미 교단과 2년전에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임에도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는데, 이번 농협
의 2백50억원 대출에 가장 걸림돌로 예상되는 것 또한 노조의 태도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복음병원은 병원안팎의 일관된 분석과 같이 기채승인에 따른 농협 대출이 무산
되면 사실상 복음병원의 정상적인 회생은 물건너 갈 수 있는 전환점에 서있다. 병원이 살아
야 직원들의 일자리가 보장되고 노조의 존립 근거도 된다. 농협 대출을 위해서는 노조의 획
기적인 자기 개혁과 전폭적인 협력이 그 어느때 보다도 절실하고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
다.
약정서 체결을 위한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협도 무한
정 기다릴 입장이 아니며, 하루하루 자금 마련에 급급한 병원은 더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
다. 이제 교단은 약정서 체결하기에 앞서 교단내 공감대를 이루어야 한다. 교단 전체가 병
원과 대학, 신대원에 대한 관계 정립을 확실히 하고, 문제들을 충분히 인식하여 공감한 상
태에서 체결이 이루어지면 교단적인 힘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공청회도 개
최하고, 교단의 중진 모임도 열어 함께 문제를 풀어가야 할 시점이다.
■ 최정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