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친북주의 종복주의
‘심상정 혁신안’ 부결 민주노동당 분당 국면
입력: 2008년 02월 04일 02:17:50
沈 대표사퇴 4일 기자회견 노회찬 등 탈당 ‘진보 핵분열’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내놓은 혁신안이 3일 열린 임시 당 대회에서 자주파의 반대로 부결됐다. 혁신안 통과를 통해 제2창당과 재도약의 계기로 삼으려 했던 비대위 목표가 좌절된 것이다. 이로써 창당 이후 8년 동안 유지되어온 자주파와 평등파 간의 동거 구조가 깨지면서 민노당은 분당 수순에 들어가게 됐다.
‘혁신 꿈’ 퇴장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 심상정 대표가 3일 서울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열린 임시 당 대회에서 혁신안이 부결되자 퇴장하고 있다. 김문석기자
심상정 비대위 대표는 혁신안 부결을 불신임으로 받아들여 사실상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노회찬 의원은 혁신안이 부결될 경우, 탈당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심상정·노회찬 의원 등 평등파 인사들의 향후 거취에 따라 진보진영 세력의 급속한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열린 당 대회의 핵심 쟁점은 일심회 사건 관련자인 최기영 전 사무부총장과 이정훈 전 중앙위원의 행위를 해당 행위로 규정, 제명을 결정한 안건이었다.
이 혁신안에 대해 현장에서 5건의 수정 동의안이 발의됐고, 대의원들은 3시간 가까이 찬·반 격론을 벌였다. 이 중 최 전사무부총장 등 제명이 적시된 혁신안의 항목 전체를 삭제한 자주파의 수정안이 재석 862명 중 553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에 원안인 혁신안은 자동으로 폐기됐다. 심대표는 4일 기자회견을 갖고 혁신안 부결에 대한 입장과 함께 향후 거취를 밝힐 예정이다.
당 대회가 혁신안의 좌절로 결론나면서 그간 탈당을 유보한 평등파 당원들의 탈당 행렬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들이 이미 민노당을 탈당한 신당파와 합류, 진보적 시민사회 세력과의 연대·연합을 모색하면서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이 한층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럴 경우, 진보 진영은 자주파 중심의 민노당과 평등파 중심의 새로운 진보정당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 김종목·김재중기자 〉
‘일심회 제명안’ 부결에 민노당 심대표 퇴장
입력: 2008년 02월 03일 18:40:00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이 3일 오후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열린 임시 당대회에 참석, 눈을 감는 등 무거운 표정으로 앉아 있다. 오른쪽부터 강기갑·노회찬·단병호 의원. 김정근기자
17대 대선 참패에서 시작된 민주노동당 내 정파간 대립은 3일 서울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열린 임시 당대회에서 파국적 결말을 맺었다. 다수파인 자주파 대의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가 보고한 혁신안의 핵심인 ‘일심회’ 관련 최기영 전 사무부총장·이정훈 전 중앙위원 제명안을 부결시켰다. “혁신안을 통과시킨다면 대거 탈당과 분당을 막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는 심상정 대표의 호소도 무위로 돌아갔다.
제명안 부결이 확정된 순간 행사장 앞자리에 앉아 있던 심상정 대표는 곧바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혁신안 부결에 대한 항의 표시이자 민주노동당 분당이 기정사실화하는 순간이었다. 회의시작후 9시간이 지난 오후 11시였다. 한 평등파 대의원은 “(민노당의) 관뚜껑이 열렸다”고 말했다. 평등파 대의원들도 대거 퇴장했다. 강경 평등파 평당원 23명은 현장에서 탈당을 선언했다.
앞서 일심회 관련 당원 제명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가자 수정동의안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투표 결과 강경 수정안이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혁신안 중 17대 대선 평가 부문도 표현이 대폭 완화됐다. ‘분명한 참패’로 규정됐던 17대 대선은 ‘실망스러운 결과’로 완화됐다. ‘편향적 친북행위에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 친북정당 이미지가 형성됐다’는 항목은 통째로 삭제됐다. 비대위측 인사는 “17대 대선 결과가 단지 ‘실망스러운 결과’였다면 비대위를 구성할 이유가 뭐가 있었느냐”고 비난했다.
일심회 관련 당원 제명 문제는 회의 시작 직후부터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종권 집행위원장이 “북한 및 북한과 연계된 인물에게 전달할 것을 목적으로 당내 동향과 당직자의 신상·성향을 분석한 자료를 유출한 것은 당헌·당규와 당의 기밀을 지켜야 하는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두 당원이 제명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자, 1시간50분 동안 대의원들의 ‘항의성’ 질의가 쏟아졌다. 자주파쪽 대의원들은 “당원의 양심을 믿어야지 시대악법인 국가보안법 판결문을 믿을 것이냐”며 추궁했다. 좌석에서는 “당에 안기부가 들어와 있는 것이냐”는 말도 나왔다.
임시 당대회는 오후 3시쯤 재적 대의원 1323명 중 739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됐다. “창당 이래 이렇게 빨리 정족수가 채워진 적은 처음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의원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참관석에도 300여명의 당원들이 모여 대회를 지켜봤다. 행사장 안팎은 대회 개시 이전부터 정파간 선전전으로 격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일심회 사건 관련자 가족 모임과 민노당 학생위원회는 행사장 입구에서 비대위의 최기영·이정훈 당원 제명 조치에 반발하는 피켓시위를 연이어 벌였다.
〈 김재중기자 〉
민노당, 사느냐 죽느냐 ‘갈림길 40일’
입력: 2008년 02월 03일 18: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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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의 대선 참패 이후 3일 임시 당대회까지 40여일은 진보정치세력엔 그야말로 ‘위기와 기회’가 공존했던 시간이었다. 17대 대선에 세번째 도전장을 냈던 권영길 후보는 당초 공언했던 500만표에 턱없이 못미치는 71만2121표(3.0%)를 얻었다. 사실상 단기필마로 대선에 처음으로 뛰어들었던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보다 뒤지는 성적이었다. 대선 열흘 뒤인 지난해 12월29일 문성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가동키로 했지만 비대위 구성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대선 패배 책임론을 둘러싸고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와 비주류라 할 수 있는 평등파간 갈등이 본격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민노당의 발목을 잡아온 종북(從北)주의, 패권주의 문제가 수면위로 분출했다.
당 지도부는 고심끝에 심상정 의원에게 비대위 대표를 제안했으나, 심의원이 수락의 전제조건으로 비대위에 전권을 부여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다시 진통이 거듭됐다. 자주파와 평등파의 갈등 고조, 당내 일각의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 등으로 확산된 위기감은 결국 지난달 12일 민노당 혁신을 표방한 심상정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비대위가 일심회 사건 관련자인 최기영 전 사무부총장 등에 대한 제명과 ‘친북 편향적 행태’의 추방 의지를 혁신안에 담아내자 자주파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심대표는 혁신안 부결을 자신에 대한 불신임으로 여기겠다며 배수진을 쳤고 혁신안 반대세력도 물러서지 않았다.
또 ‘자주파와의 동거 구조 청산’을 주장하는 강경 평등파의 탈당과 진보정당 창당추진 행렬은 이날 당대회 당일까지 이어졌다.
민노당 신당파, 제갈길로…조승수·김석준·박승옥 창당 주도
입력: 2008년 02월 03일 23:33:09
조승수, 김석준, 박승옥(왼쪽부터)
“민노당은 민노당, 우리는 우리식대로 갈 길을 간다,”
‘민주노동당 극복’을 앞세운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 운동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2·3 임시당대회 결과와는 무관하게 ‘마이 웨이’를 고수하겠다는 분위기다. 당초 공언한 대로 ‘민노당 임시당대회 직후 창당선언’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이달 내로 창당발기인 대회와 시·도당 창당대회를 마치고 3월초에 창당한 뒤 4월 총선 준비에 돌입하는 수순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새 진보정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들의 주류는 민노당내 강경 평등파다. 이들은 민노당 창당 이래 줄곧 주류 자리를 점해온 자주파가 당내 기득권을 놓지 않는 한 당의 근본적인 혁신은 불가피하다고 여기는 세력이다.
지난달 26일 출범한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의 공동대표는 조승수 전 의원과 김석준 부산시당위원장, 박승옥 ‘시민발전’ 대표 등 3인이 맡고 있다. 이들 중 최근 김형탁 전 대변인과 함께 민노당을 탈당한 조전의원은 새 진보정당 창당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핵심 인물이다. 조전의원은 1982년 동국대 재학시절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반대시위를 벌이다 제적·구속된 뒤 울산 노동현장에 몸담았다가 정치와 인연을 맺었다. 울산 시의원·울산 북구청장을 지낸 뒤 2004년 17대 총선때 울산 북구에서 당선됐으나 2005년 대법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 확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2006년 민노당 대표 경선에 나섰지만 자주파가 민 문성현 후보에게 패했고, 이후 당내 진보정치연구소장을 맡아왔다. 부산대 교수이기도 한 김석준 위원장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후보로도 출마했던 인물로 ‘부산 민노당’의 간판으로 불린다. 그가 진보정당운동 대표를 맡은 이후 민노당의 부산지역 전·현직 당간부들이 연쇄적으로 참여를 선언했다.
박승옥 공동대표는 재생가능에너지 시민기업인 ‘시민발전’의 대표로 풀뿌리 운동을 해왔다. 1980년부터 돌베개 출판사 편집장을 지냈고, 서울노동운동연합 정책실장과 전태일노동자료연구실 대표 등을 지냈다.
새 진보정당 창당을 추진하는 또 다른 핵심 인물군에는 김혜경 전 민노당 대표와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 등을 들 수 있다. 조교수는 민노당 정책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가, 지난달 말 이재영 전 정책실장과 김석연 전 정책위부의장(변호사) 등 당 정책브레인들의 동반 탈당과 진보신당 합류를 주도했다.
민노 분당·진보 핵분열 가시화…8년만에 제 갈길로
입력: 2008년 02월 04일 02:24:49
ㆍ총선국면 ‘진보 연합’ 가능성 노선 다양해 세력결집 쉽잖아
굳은 沈 민주노동당 심상정 비상대책위 대표가 3일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열린 임시 당 대회에서 혁신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김문석기자
민주노동당이 결국 파국 위기에 직면했다. ‘심상정 비대위원회’가 마련한 혁신안이 3일 열린 임시 당대회에서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의 수정안 통과로 인해 자동 폐기됐다. 대선 패배후 당 회생의 마지막 카드로 여겨졌던 심상정 비대위가 사실상 불신임당하면서 분당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이날 혁신안 부결은 2000년 1월 창당 이후 8년간 ‘한지붕 두가족’으로 동거해 온 정파 구도가 깨졌음을 의미한다. 자주파와 평등파의 공존을 통해 유지되어온 민노당 역사도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동시에 1987년 민주화 이후 20여년간 PD(민중민주)와 NL(민족해방)로 대표되는 진보운동 양대 진영의 균열과 재편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점에서 ‘2·3 당대회’는 한국 진보정치운동의 분수령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날 혁신안 부결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일심회 사건 관련자인 최기영 전 사무부총장과 이정훈 전 중앙위원에 대한 제명 조치를 담은 혁신안이 결국 비대위의 발목을 잡았다. 자주파는 혁신안 중에서도 제명 조치를 마녀사냥과 인권유린으로 규정하며 반발의 목소리를 높였다. 자주파가 주도적으로 벌여온 민족해방과 통일운동 위축에 대한 위기감도 반발의 큰 이유였다. 평등파도 문구 수정 과정에서 삭제한 ‘편향적 친북 행위’ 등 문구를 다시 되살린 수정안을 내며 종북(從北)주의 청산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면 승부였다. 단순히 2명의 당원에 대한 제명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진보운동의 좌표를 어디에 둘지를 두고 양대 정파가 벌인 이념·노선 투쟁 성격이 짙었다.
대선 패배를 둘러싼 정파간 입장차도 당 대회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비대위는 대선 패배를 ‘참패’로 규정했지만, 자주파는 “대선 패배는 실망스러운 결과”라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출해 가결시켰다.
수정안 통과에 따른 혁신안 폐기로 귀결된 당 대회는 민노당의 핵분열을 가져올 전망이다. 혁신안 통과를 전제로 탈당을 유보해온 평등파 당원들의 탈당은 4일부터 러시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노회찬 의원의 탈당도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노의원은 최근 “(혁신안 통과를 위한) 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면 제가 서 있는 자리는 지금 이 자리가 아닐 수도 있다”며 탈당을 시사한 바 있다. 심의원의 탈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두 의원이 탈당할 경우 일단 제3지대에서 진보정치 운동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탈당한 신당파와 당장 결합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총선 국면에서 ‘진보세력 원탁회의’ 형식으로 통합진보정당 건설이나 총선 연대 등을 추진할 여지는 높아보인다.
혁신안의 좌절은 모든 진보세력이 결집하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진보진영 전체의 공중분해와 전반적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평등파가 떠난 민노당은 ‘친북 정당’ 이미지를 고스란히 안고 갈 수밖에 없다. 민노당 밖 진보 정치 세력도 단일대오로 뭉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민주노총 등 진보 정당의 토대를 이룬 여러 세력의 지지 없이 자력으로 진보정치 운동의 대중적 지지 기반을 만들 수 있을지가 1차적 의문이다. 민노당 분당에 따른 평등파의 총결집과 진보진영 재편이 쉽지 않은 이유다.
민노당, 일심회 관련자 제명안 부결…분당 사태 현실화될 듯
조선닷컴
민주노동당은 3일 임시 전당대회를 열고 북한 간첩 혐의가 확정된 ‘일심회’사건으로 실형선고를 받은 최기영 전 당 사무부총장과 이정훈 전 정무위원 등 에 대한 제명안건을 처리하려 했으나 부결됐다.
전당대회에서는 최기영·이정훈씨 등 일심회 사건 관련 당원에 대한 제명 안건을 포함한 비상대책위원회 혁신안에 반발, 당내 자주(NL)파가 발의한 ‘제명안 완전삭제 수정안’이 출석 대의원 862명 중 553명의 찬성을 얻어 가결됐다.
이에 따라 심상정 대표와 비대위가 당내 종북주의 청산을 내세우며 혁신안에 포함시켰던 최기영·이정훈씨에 대한 제명 안건은 폐기됐다.
비대위는 최기영·이정훈씨에 대해 “명백한 해당행위”라며 제명안건을 상정했으나 자주파는 “진보정당에서 악법인 국가보안법의 피해자를 제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당초 혁신안에 포함됐던 ‘몇몇 편향적 친북행위’ ‘부정적 의미의 친북정당의 이미지’ 등 친북 관련 표현들도 삭제됐다.
심상정 비대위 대표가 혁신안이 부결될 경우 사퇴할 뜻을 밝혔고, ‘종북주의’청산을 둘러싸고 자주파와 대립했던 평등(PD)파 당원들의 탈당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민주노동당의 분당사태가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심회 관련 당원 제명 안건이 부결되자 평등파 대의원들은 “주사파의 종북주의를 확인한 대회”라며 회의장을 떠났다.
자주파 대의원들 환호 일부는 "더 친북(親北)해야"
3일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임시 전당대회의 핵심 쟁점은"친북(親北)노선 청산"문제였다. 그러나 9시간이 넘는 격론 끝에 이루어진 표결에서, 당내 다수파로 당권을 장악해온 자주파들은 심상정 대표 등 당 비대위가 마련한 혁신안의 내용을 차례로 부결시켰다.
결국 자주파는 밤 11시쯤 간첩사건인 "일심회 사건 관련자인 최기영·이정훈의 행위를 명백한 해당(害黨) 행위"로 규정하면서, 이들을 제명하는 안건을 부결시켰다. 이 안건은 심 대표 등 평등파가 혁신안의 핵심으로 본 사안이다. 자주파 대의원들은 환호하면서 "심 대표는 탈당 안 하겠다고 약속하라. 민노당에 남아 4월 총선을 치르겠다고 약속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평등파 대의원들은 "민노당은 이제 포기했다" "모든 게 끝났다"며 회의장을 떠났다. 심 대표는 부결 직후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자주파는 이에 앞서 대선 패배의 원인을 진단하면서 민노당을 "민주노총당" "운동권정당" "친북정당" 등으로 평가한 부분을 삭제하는 수정안도 제출해 통과시켰다.
심 대표는 이날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로부터 "이대로의 민노당은 안 된다"는 최후통첩을 받았다"고 원안 통과를 호소했지만 표결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자주파 당원들은 행사 시작 전부터 대회장 밖에서 "민노당은 더 친북해야 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최기영·이정훈씨 부인들도 나와 "국가보안법 피해자를 제명하는 비대위는 물러나라"고 시위를 했다. 한 자주파 대의원은 "부르주아 법원의 판결에 따라 당원을 제명하는 게 진보정당이냐"고 외쳤다. 평등파 당원들은 "종북주의자와 동거하는 것은 진보정당의 사망선고"라며 혁신안의 통과를 요구했다. 정종권 비대위 집행위원장은 "북한에 전달할 것을 목적으로 당내 동향 등을 분석한 자료를 유출한 것은 명백한 해당행위"라며 제명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입력 : 2008.02.04 00:46
평등파 "민노당, 종북주의자 집합소로 전락"
● 민노당 자주파, 표결로 "친북 청산안" 무산시켜
노회찬 등 탈당 잇따를듯… 黨의 존립 위협받아
박두식 기자 dspark@chosun.com
입력 : 2008.02.04 00:44 / 수정 : 2008.02.04 03:06
3일 소집된 민주노동당의 임시 전당대회 결과는,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NL)의 완승으로 끝났다. 바꿔 말하면 대선 패배 후 당 운영을 맡은 심상정 대표와 비상대책위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민노당의 친북(親北) 노선 청산"이 실패로 막을 내린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심 대표가 대선 참패는 자주파가 당을 이끌며 북한을 추종하는 "종북(從北)주의" 노선을 따랐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털어내지 않고서는 민노당의 장래가 없다는 인식 아래 소집했다. 민노당 내의 친북 문제는 전당대회를 통하지 않고서는 쉽게 정리할 수 없을 만큼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 대표는 "당 혁신안"이라는 이름으로, ▲북한 간첩으로 법원에서 확정된 일심회 사건 관련자들의 제명 ▲북핵 실험은 자위(自衛)용이라는 당내 발언의 강령 위반 여부 등을 안건으로 집어넣었다. 3일 오후 서울 센트럴시티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전당대회에서 평등파 당원(위쪽)들과 자주파 당원들이 각각 상반되는 주장을 담은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있다. 평등파는 친북 노선의 청산을 요구했고, 자주파 피켓에는“더 친북해야 한다”는 문구가 들어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그러나 결과는 혁신안에 반대하는 자주파의 뜻대로 됐다. 친북 노선의 청산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구들에 대해 자주파는 관련 구절을 삭제하는 수정안을 잇달아 제출해 가결시켰다. 사실상 혁신안이 부결된 것이다.
이로써 민노당은 분당(分黨) 사태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심 대표는 이미 "(친북 노선 청산 등을 담은) 당 혁신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당 안팎에선 심 대표와 노회찬 의원 등 평등파 핵심 의원들이 동반 탈당할 것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조승수 전 의원과 김형탁 전 대변인 등도 "종북주의와의 결별"을 요구하며 탈당한 상태다.
분당 사태를 맞게 되면, 민노당은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자주파는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표결을 통해 "친북 노선"을 지켜냈지만, 이는 국민적 공감을 얻기 힘든 내용이다. 게다가 그간 당의 간판 역할을 해 온 심 대표 등이 탈당할 경우, 민노당은 "종북주의자들의 집합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이 상태로는 4년 전 17대 총선 때 새로운 진보 정당의 출현을 반기며 민노당에 표를 줬던 유권자들의 마음을 다시 얻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다. 17대 총선에서 민노당은 13%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 비례대표 8명을 포함해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었다.
일심회 사건이란
2006년 10월 국가정보원이 적발한 간첩 사건이다. 당시 북한의 지령을 받은 장민호가 주동자로 최기영 민노당 전 사무부총장과 이정훈 전 민노당 중앙위원 등도 이 사건으로 북한에 정보를 제공한 간첩 혐의가 확정돼 복역 중이다. "일심회(一心會)"란 명칭은 장민호가 최기영·이정훈씨 등과의 관계를 명명한 은어(隱語)로, 386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총 5명이 연루돼 "386 간첩사건"으로 불리기도 했다.
민노 "불안한 동거" 창당 8년만에 결별 수순
자주파-평등파 파경..진보진영 재편 불가피
연합뉴스
민주노동당이 자주파(NL)와 평등파(PD)의 ‘불안한 동거’ 체제를 끝내고 평등파의 대규모 탈당을 통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
2000년 1월 진보정당을 표방하고 창당한 민노당이 8년 만에 분당의 길을 걷게 됨에 따라 진보 진영의 재편은 물론 총선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민노당은 휴일인 3일 오후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에서 열린 임시 당대회에서 비대위가 마련한 일심회 관련자 제명 안건을 상정했지만,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 대의원들이 일심회 제명 안건을 삭제하는 내용의 수정동의안을 발의해 가결시킴으로써 비대위가 제출한 안건을 무력화시켰다.
제명안이 자동폐기되자 평등파 대의원들이 대거 행사장을 떠나면서 의사정족수가 미달하는 사태가 빚어졌고, 결국 당 대회 시작 9시간40분만인 밤 11시40분께 행사가 중단됐다.
심상정 비대위 대표가 제명안 처리와 비대위 재신임을 연계시켰기 때문에 당장 심 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하며 이로 인해 한동안 지도부 공백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보여 임박한 18대 총선을 정상적으로 치르기 어렵게 됐다.
이날 당 대회는 표면적으로 “내부 기밀을 유출한 해당행위자를 제명해야 한다”는 평등파 비대위의 주장과 “진보정당이 국가보안법 피해자를 마녀사냥해선 안된다”는 자주파의 주장이 대립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 같은 대립의 이면에는 민노당이 17대 대선에서 3% 득표로 참패한 원인이 ‘친북(親北)당’ 이미지와 관련이 있느냐는 문제가 깔려있었다. 사실상 자주파와 평등파 간의 대선 패배 책임 공방이 ‘일심회’ 사건이라는 상징적 사안을 빌미로 표면화한 셈이다.
심상정 대표는 일심회 관련자 제명을 통해 ‘친북당’ 이미지를 털고 자주파의 기득권 구조를 깨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통일운동(NL)과 노동운동(PD)에 국한된 당의 노선을 환경, 여성, 비정규직 등으로 다변화할 수 있다는 판단때문이었다.
심 대표는 일심회 관련자 제명안 통과와 비대위 신임을 연계하는 배수진을 치면서 다수파인 자주파가 수적 우위를 이용해 제명안을 부결시킬 경우 당 분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압박했다.
그러나 자주파는 분당 위험을 감수하면서 일심회 관련자 제명안을 부결시켰다. 국가보안법 관련자를 제명하는 것은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는 자신들의 ‘자주 평화통일 신념’에 어긋나고 존립의 명분 자체를 흔든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양측이 비타협적인 충돌을 택함에 따라 평등파의 대규모 탈당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대회에서 소수파의 한계를 절감한 이상 ‘발전적 분열’을 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평등파인 노회찬 의원은 이미 혁신안 원안 부결시 탈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 대표는 아직 개인 거취를 분명하게 밝히지는 않았으나, 노 의원과 행보를 같이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강경 평등파인 조승수 전 의원, 김형탁 전 대변인 등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 핵심 인사들이 탈당했고, 평등파 최대 조직인 ‘전진’의 한석호 전 집행위원장도 조만간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회가 열린 이날도 평등파 평당원 23명이 집단 탈당했다.
일각에서는 민노당에 자주파만 남겨둔 채 평등파가 새로운 진보세력 결집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주파 역시 평등파에 대해 마음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자주파 대의원들이 이날 평등파가 만든 ‘새로운 진보정당운동’ 조직에 대한 당 차원의 해체 촉구 결의안을 현장에서 발의한 것은 결별을 각오한 수순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진보진영 내부에 두 개의 정당이 만들어져 서로 책임공방을 벌일 경우 가뜩이나 취약한 지지기반이 분열돼 총선에서 공멸할 위험성이 크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