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순교와 성직을 남용하는 오늘의 교회 [교계실상]
분류: 소식- 교계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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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회용어 무분별한 사용
출처: "이태형기자의 교회이야기" (00. 9. 22. 국민일보 보도)
내용: 순교자가 많아 참 순교가 퇴색되고, 선교사 박사 목사가 명예를 위해
남발되고 있다.
평가: 평화시에는 "순교"와 "성직"이 과잉 공급되어 눈이 어지럽도록 혼란스럽다.
환란시에는 희귀한 "참 순교"와 "참된 성직자"의 씨종자까지 없애버린다.
이 두 극단의 행동은 한 곳에서 나온다. 교계의 대세를 장악하고 있는
소수의 교권과 그 교권의 발표를 순진하게 믿고 따르는 일반 교역자와
교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국민일보 보도)
몇년 전, 아프리카에서 사역하던 P선교사가 안식년을 맞아 귀국한 뒤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당시 P선교사를 파송한 교회에서는 그를 ‘순교자’라고 부르며 대대적인 추모행사를 벌였다.그 당시 이를 보던 한 노 선교사가 “P선교사는 순교(殉敎)를 한 것이 아니라 순직(殉職)한 것”이라고 말해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파송교회에서는 선교사가 세상을 떠나면 형태는 어떠하든 당연히 순교라고 주장했고 결국 그 행사는 ‘순교자 P선교사 추모예배가 됐다.P선교사의 죽음은 순직이라고 강조하던 선교사는 “순교란 말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그를 기리고 도전을 받는 것은 좋지만 너무나 많은 순교자가 나올 경우 순교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뼈있는 한마디를 했다.
개인적으로는 교회의 용어를 정확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언어에는 힘이 있기에 불명확하게 사용된 용어는 혼란을 불러 일으킨다.그 노선교사의 말처럼 순교는 귀하지만 너무나 흔하게 순교란 이름이 붙여질 경우,선교지에서 모진 박해를 받으며 ‘순교’한 선교사들의 귀한 정신이 퇴색될 수 있다고 느껴진다.
용어와 관련, 한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은 ‘선교사’란 이름도 너무나 남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점이다.현재 전 세계에 나가 있는 한국 선교사들은 약 8000명에 달한다.그런데 이들 가운데는 학생으로 나가서 공부만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포함돼 있다.물론 그들도 적절한 선교훈련을 받고 현지에서 복음사역을 하고 있지만 주된 일이 공부라면 선교사란 이름을 붙이는 것을 제고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선교사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필요하지만 모두가 ‘선교사’란 이름을 갖게 되면 역시 오지에서 이름없이, 빛도 없이 사역하는 선교사들에게 본의 아닌 누가 될 수 있다.
또한 선교사역을 하다가 귀국해서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계속 선교사라고 부르는 것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아프리카나 남미 등 오지에서 사역한 일부 선교사 가운데서는 귀국해서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도 직함에는 항상 과거 사역했던 지역의 선교사란 이름이 붙어있다.심지어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경우에도 ‘아무개 선교사’라고 말한다.물론 안식년으로 귀국하거나 공부할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지만 엄연히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전직 선교사’‘전 아프리카 선교사’ 등으로 정확히 부를필요가 있다.현재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들과는 나름대로 차별성을 둬야 한다.
선교사 뿐 아니라 ‘목사’나 ‘박사’도 마찬가지다.우리 주위에는 어느날 갑자기 목사나 박사가 된 사람들이 적지 않다.목회자와 박사가 되기 위해서 10년이 넘게 각고의 노력을 한 사람이 있는 반면, 수개월만에 속성으로 목사와 박사의 ‘타이틀’을 따서 행세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건강한 사회라고 볼 수 없다.그같은 일이 보편화되면 결국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허수(虛數)와 허세(虛勢)와 허명(虛名)에서 벗어나 역동적인 건강미를 갖추기 위해서는 단순한 용어라도 정확하게 사용하려는 노력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태형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