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동정]천주교와 루터교의 절충, 그리고 동방정교회란
로마가톨릭·동방정교회 ‘바로알기’
기독교학술진흥원 비교신학 공개세미나
로마가톨릭, 생각했던 것보다는 우리와 멀지 않지만 그러나 여전히 차이는 존재한다. 동방정교회, 아직은 너무나 모르고 있다. 한국기독교학술진흥원이 3월 5일 연 ‘기독교 비교신학’ 공개 세미나 청중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이형기 박사(장로회신학대학교 명예교수)는 계시론, 사도신경,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 십계명, 주기도문, 교회론, 그리고 구원론 들을 주제로 로마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의 공통분모를 찾는 데 논의를 집중했다. 그리고, 이 세미나를 주최한 한국기독교학술진흥원 원장 이종성 박사는 성서와 전통, 교회론, 구속론, 성례전, 성상숭배와 마리아숭배, 종말론 들을 중심으로 동방정교회와 개신교회를 비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지난 1999년 로마가톨릭과 루터교세계연맹이 합의한 구원론에 대한 수렴내용을 분석, “로마가톨릭교회는 세례를 전후하여 일어나는 인간의 내적 변화의 과정을 전적으로 은총으로 돌리는 동시에, 이 세례에서 받는 의롭게 됨이 결코 그 이전이나 그 이후의 내적 변화에 결코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루터교는 수직적인 이신칭의 차원에서도 믿는 사람은 이미 성령(사랑)이 부은바 되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주하시기 때문에 성화의 추진력을 지녔고, 소망 가운데 있다는 것, 즉 ‘오직 믿음’의 차원에 ‘사랑’과 ‘소망’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역시 ‘구원’(이신칭의)은 결코 ‘성화’(사랑과 소망)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하는 입장’으로 “서로가 양보”했다고 평가했다. 이종성 박사는 동방정교회는 “기독교의 기본 교리를 확정하는 데 절대적 공을 세웠지만” “로마교회와 분열된 후, 확정된 교리를 고수하는 일에만 전념하고 그 교리가 역사에 적용될 신학적 의미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신학적 정체상태에 빠지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이 박사는 “기독교의 3개 교파인 프로테스탄트교회와 로마가톨릭교회와 동방정교회는 모든 인간 문제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극복하고 복음 안에서 하나가 되어 인류역사를 그리스도의 현존 역사로 개조할 것에 힘을 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이형기 박사는 루터교회와 로마가톨릭교회가 1999년 공동선언을 통해 “복음에 대한 수용과정에 대하여 그 본질적 진리들에 있어서 합의를 보았다”며 “대체로 개혁교회(장로교)가 루터교회와 구원론을 공유하기 때문에, 개혁교회 역시 로마가톨릭교회와 매우 가까워졌다 하겠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박사의 평가에 대해 로마가톨릭과 루터교회가 가까워졌다는 것만으로 루터교회와 가까운 개혁교회와 로마가톨릭도 가까워졌다는 것은 “지나친 단순 논리”라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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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트 칭의론은 칭의와 성화 혼동”
라은성 교수 〈신학지남〉 여름호서 가톨릭 칭의론 비판
오직 믿음만으로(sola fide)를 내걸고 16세기에 개혁운동(the Refor-mation)이 일어났다. 온 유럽에 퍼진 들불과 같은 이 개혁 운동 앞에 로마가톨릭교회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개혁을 단행했으며 이것을 두고 프로테스탄트 쪽에서는 반종교개혁(Counter Reformation)이라 하고 가톨릭은 가톨릭 종교개혁(Catholic Reformation)이라고 부른다. 프로테스탄트의 도전에 맞서 로마가톨릭 내부에서 일어난 개혁운동의 핵심에 트렌트 종교회의가 있었다. 그리고 이 종교회의의 핵심에 ‘칭의론’이 있었다. 그들에게 저항하는 이들(프포테스탄트)이 개혁 운동의 깃발로 내건 것이 이 문제였으니, 그들로서는 이 문제를 매듭짓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로마가톨릭교회의 트렌트 칭의관은 최근까지 유지되어왔다. 그런데 아주 최근 중대한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솔라 피데’의 주역들이었던 루터란과 로마가톨릭이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연합 에큐메니컬 위원회’를 출범하면서 이 둘은, 그들 사이의 화해를 가로막고 있던 최대 걸림돌인 칭의에 관한 이견을 좁히고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때 이들은 ‘오직(sola)’이라는 말을 빼놓는(라은성 교수의 표현으로) “커다란 실수”를 했다. 한편, 1994년에는 흔히 이시티(ECT) 문서라고 불리는, 복음주의권에서 익히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사들의 서명이 들어간 ‘복음주의자와 가톨릭이 함께’(Evagelicals and Catholics Together)라는 문서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문서에서도 역시 솔라(sola)는 생략되어 있었다.
과연 단순한 “실수”였을까?
라은성 교수(역사신학)가 〈신학지남〉 봄호에 이어 여름호에 잇따라 ‘카톨릭 칭의에 대한 칼빈의 비판’을 제목으로 한 논문을 발표했다.
16세기 개혁 운동에서도, 새 천년을 바라보면 구원을 씻고 화해를 찾자는 대의명문을 내세우며 21세기 문턱에서 나온 로마가톨릭과 루터교회의 에큐메니컬 운동에서도 쟁점이 된 칭의론의 문제를, 라 교수는 16세기 트렌트회의에서 제정된 로마가톨릭의 칭의론으로 되돌아가 다시 살펴본다.
그리고 그 종교회의의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를 지켜 본 칼빈의 입장에서 로마카톨릭의 칭의론을 비판한다.
결론은 이렇다.
“로마가톨릭의 칭의는 칭의와 성화를 혼돈하는 오류에 빠졌다. 성화를 점진적 칭의로 혼돈하여 칭의가 증진해야 한다고 하는 데 칭의는 즉각적인 동시에 완성적이고 단회적이다.”
김은홍 기자 등록일 2004-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