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구원에 대하여
Name : SML Date : 02-10-2001 09:25 Line : 14 Read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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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얼굴을 뵈서 기쁘구요^^
많은 선물(?)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기..질문이 하나 있는데 혹 시간 되시면 답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얼마전 주일 오전 예배시에 목사님께서 설교 중에 이런 말을 하셨는데요..
전도를 열심히 하자는 의도의 말씀을 전하시면서 ~열심히 영혼을 전도해서 "부끄러운 구원" 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합시다~라구 하셨거든요..
사실 이제껏 이런 설교를 한 두 번 들은 것은 아니지만.."부끄러운 구원"이라 말함에는 예수님의 구원 사역의 완전함에 손상을 입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보통은 목사님들께서 천국 상급과 관련해서 이런 말을 많이 쓰셨던 기억이 납니다. 목사님 책 "한국교회~~~"에서도 ~천국상급을 미끼로 성도들을 경쟁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하여튼 저는 "부끄러운 구원을 받지 않도록 열심히 전도하자"는 말이 왠지 찝찝하게 남는데요..목사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에게는 특히 이런 사소한 부분들도 중요합니다. 목사님의 생각은 이러해서 공예배시간에 이렇게 설교를 하셨는데 제가 주일학교에서 전혀 다른 생각을 가르친다면 교사들도 혼란이 올 뿐 아니라 저 자신도 많은 좌절이 되기 때문입니다.
시간의 여유를 꼭 내셔서~~ 답좀 해 주셔요^^*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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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밀양 00교회의 이00전도사님의질문에 대한 0 목사님의 답신입니다)
이00 전도사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2001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면 많은 일들이 있었는 듯 합니다. 유쾌하고 즐거운 일들이 많이 있었는가 하면 안타까운 일들도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밤만 지나면 올 한해도 다 지나가고 2002년 새해가 되는군요. 사람들은 새해가 되었으니 이제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며 예의 각오들을 다시 하겠지요?
이 전도사님의 "부끄러운 구원"에 대한 질문을 받은지 오래 된 것 같은데 이제야 답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여러분들에게 답변해야 할 많은 문제들을 남긴 채 한해를 마무리해야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만 이렇게 전도사님에게 글을 쓰게 되니 그나마 감사한 마음입니다.
전도사님의 말처럼 많은 설교자들이 교인들에게 "부끄러운 구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런식으로 설교를 하는 사람들이야 그렇게 함으로써 교인들이 열심있는 신앙생활을 하도록 하려는 것이리라 짐작해 봅니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은 것을 그렇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옳은 것이 아닙니다.
자칫하면 자기의 목회적 야망을 달성하기 위한 방편으로써 그렇게 할 위험이 따를 수 있습니다. 즉 성경에서 가르치는 바가 아닌 데도 스스로 그렇게 잘못 설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설교자 자신은 마치 자랑스러운 구원을 받을 것인 양 생각하며 성도들에게 부끄러운 구원을 들먹이며 어떤 채찍을 가하는 듯한 자세를 가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성경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바 "부끄러운 구원"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구원에 참여하게 되는 모든 성도는 동일하게 감사할 따름이며, 거기에 부끄럽고 자랑스럽고 하는 것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구원받은 자녀 중 누구는 끔찍히 사랑하여 자랑스럽게 하고 다른 누구는 구원해 주기는 했으나 부끄럽게 생각하도록 하시지 않은 것입니다.
여러 설교자들이 부끄러운 구원을 이야기 하는 것은, 고린도전서 3장 15절 말씀에 대한 오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사도바울은 고린도교회에 편지하면서, "누구든지 공력이 불타면 해를 받으리니 그러나 자기는 구원을 얻되 불 가운데서 얻은 것 같으리라"(If it is burned up, he will suffer loss; he himself will saved, but only as one escaping through the flames. NIV)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말 성경의 "구원을 얻되 불 가운데서 얻은 것 같으리라"는 말이 영어성경에는 그 의미가, "마치 불 가운데를 지나 탈출한 사람 처럼 구원을 얻을 것이라"는 말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부끄러운 구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택함을 받은 백성으로서 자신이 한 일이 아무런 의미없는 일이라면 마치 불 가운데를 지나 탈출한 사람 처럼 아슬아슬하게 구원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것 또한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은 것이지요. 다시 말해서 고린도전서에 기록된, "불 가운데를 지나 탈출한 사람처럼 구원을 얻는다"는 말은 구원받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구원의 과정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도바울이 고린도교회에 편지를 하면서 이 말을 한 것은, 자신이 전한 진리의 터인 예수 그리스도 위에서 일을 하되 올바르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고전3:11). 그 터 위에서 일을 하면서 "금이나 은이나 보석이나 나무나 풀이나 짚으로" 일을 핱터인데 마지막 심판날 그 일한 것들을 불로 시험하여 그 일한 내용들이 남아있으면 잘 한 것이요 다 타버리게 되면(고전3:12,13), 그동안 아무런 의미없는 헛된 일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 말씀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 가운데 하나는 "일하는 자의 능력이나 수고"가 아니라 "사용해야 할 자재"의 중요성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했다 할지라도 자재를 잘못 사용한다면 그것은 헛수고일 따름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올바른 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중요함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도바울이 고린도교회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바로 그 점입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일을 하는 우리도 자신의 열심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올바른 자재를 사용하도록 신경 써야 할 것입니다.
바울은 그 말을 통해 하나님의 일에 참여하는 자들의 가치판단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개인의 능력이나 열심 자체가 아니라 주님께서 원하시는 올바른 자재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물론 하나님의 구원은 하나님의 약속과 은혜에 달려 있는 것이기에 어떤 인간의 능력이나 마음 자세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올바르게 신앙생활을 하려는 사람들은 이에 대해 명확해야만 합니다.
이 전도사님,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하나님의 구원에는 부끄러운 구원이란 없습니다. 부끄러운 구원이 있으니 그러한 수준낮은 구원을 피하고 수준 높고 자랑스런 구원을 받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린도전서 3장 15절에 나타난 말씀은, 구원 받은 성도로서,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방법으로 일을 하지 않은 채 이 땅에 사는 날 동안 하나님의 진정한 은혜 안에 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치 말라는 권면일 것입니다.
하나님의 자녀에게는 그의 은혜에 대한 감격이 있을 따름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일에 참여하는 그의 백성들은 그의 뜻에 합당하게 살며 일해야 할 것입니다. 택함을 받아 구원에 참여하는 성도들은 이 점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자녀다운 모습으로 살기 위해서이지요.
우리도 사도의 이러한 가르침을 잘 깨닫는 가운데 온전한 신앙생활을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곧 새해가 되겠군요. 언제나 주님의 재림을 소망하며 기다리는 전도사님이기를 원합니다.
2001. 12.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