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집단이 된 개신교 보수세력?
개신교 보수세력 특집 다뤄
학술계간지 <경제와사회>
최근 한국 개신교 보수 세력이 ‘흥미로운’ 사회 집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적 은둔’을 고수하던 이들이 2003년 봄부터 ‘반핵반김 3·1절 국민대회’, ‘한미동맹 강화 6·25 국민대회’ 등 일명 ‘시청 앞 집회’를 개최하며 노골적으로 친미·반공운동을 전개해 한국 사회를 놀라게 했던 것. 시청 앞에서 열린 ‘친미반북집회’는 반전평화, 자주통일을 주장하는 진보적 종교·시민사회에 대항하는 성격을 띠기도 했다. 이 같은 집회를 주도한 ‘대한민국 안보와 경제살리기 국민운동본부(본부장:김한식 목사)’는 올해도 3·1절 집회에 이어 ‘한미동맹 강화와 경제살리기를 위한 6·25 비상구국기도 및 국민각성대회’ 개최를 앞두고 있다.
보수적인 개신교회 일부가 극우집단과 함께 한국 사회의 두드러진 정치적 행위자 중 하나로 등장하고 있는 현상은, 많은 관심을 불러 모은다. 한국산업사회학회(회장:이종구)가 펴내는 학술계간지 <경제와사회>(한울)가 2004년 여름호에서 ‘한국 개신교 보수 세력과 친미·극우정치’를 주제로 특집을 마련했다. 진보적 담론을 이끄는 것으로 알려진 <경제와사회>는 “개신교 보수세력과 극우 집단들은 단순히 친미·반공 성향을 표출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과 입장을 달리하는 이들에게 거침없이 공세를 가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에 초점을 맞춰 특집을 소개했다.
이 특집에서 ‘1990년대 이후 개신교지형의 변화’를 다룬 강인철 교수(한신대)는 “지난 10년 동안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개신교 보수세력의 헤게모니가 확장됐다”고 밝혔으며, ‘2000년대 한국 개신교 보수주의자들의 친미·반공주의 이해’를 발표한 류대영 교수(한동대학교)는 “이는 극우세력과 개신교 보수세력이 탈냉전적 변화에서 비롯되는 위기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군사독재 기간에는 내내 침묵을 지키던 보수적 교회들은 탈냉전의 변화에도 동참하지 않았으며, 이를 유지시키는 친미·반공주의를 견지했다. 이들은 사회의 변화가 자신들의 신앙적 세계관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보고, 친미·반공주의에 종말론적, 이원론적 의미까지 덧붙여 정치적 극우파와 손을 잡고 ‘반격’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류 교수는 “특히 개혁성향의 정부 등장에 따른 정치적 혼란으로, 한국 사회의 보수 진영이나 진보 진영 모두 결정적인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공격을 받고 있으며 위기에 처했다고 믿는 이상한 현상이 만들어졌다”며 “개신교 보수세력의 분노와 위기의식도 근본적으로 이런 피해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개신교 보수세력의 실제 정치적 영향력은 미미한 것으로 평가됐다. 강인철 교수는 “개신교 보수세력의 왜곡된 헤게모니는 대다수 평신도의 기대에 어긋나는 것이며, 비판적 시민사회와도 자주 충돌하고 있다”며 “종교권력의 하층에서 대항이 빠르게 구축됨에 따라 이들의 헤게모니는 더욱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 예측했다. ‘우경화와 종교의 정치화’를 발표한 엄한진 교수(서울대학교)도 “개신교 보수세력이 대안적 정치세력이 되고 있지는 못하며 아직 초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므로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엄 교수는 “극우현상을 섣불리 과소평가할 것이 아니라 극우세력에게 자기표현의 길을 열어주는 것, 대화와 공존으로 이끄는 것이 극우에 대한 유일한 대응”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배경 기자 등록일 2004-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