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예배는 주일에 - 토요일에 주일1부 예배를?
[기독논단] 백남선 목사·광주미문교회
일부 대형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못 드리는 사람들을 위해 토요일에 ‘주일 1부 예배’를 드리면서 주일성수를 안 하는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어 왔다. 그런데 주5일 근무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되면서 이제는 금요일에 ‘주일 1부 예배’를 드리면서 주일성수의 신앙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다.
좀 오래전에 C3TV에서 주5일 근무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될 경우 토요일이나 금요일에 예배를 드리는 것에 대한 리서치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33.8%가 긍정적이고 66.2%가 부정적으로 대답했다. 이미 시류에 따라 주말교회가 등장했고 토요일에 주일 1부 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생긴 것만 보아도 성경적 교회관에 큰 차질이 생긴 것이다.
교회사가 보여주는 한국 교회는 1970년데 이전 격주마다 하루만 쉬었던 노동환경에서도 주일성수를 신앙의 생명처럼 지켜왔었다. 그런데 이미 시류에 편승해 주일성수의 거룩한 전통을 스스로 포기하고 말았다. 주일 아침 일찍 1부 예배를 드린다는 핑계로 주일 저녁 예배를 포함한 주일성수적 삶을 포기한 지는 이미 오래 되었고 지금은 세계교회에 그 유례가 없는 소위 ‘주말교회’라는 성경에도 없는 현상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휴가를 떠나는 성도들의 편의를 위해서 산이나 바닷가에 수양관 겸 주말교회를 마련하여 휴가지에서 예배드릴 수 있게 하는 교회도 있다고 한다. 주말휴가를 떠나고 싶어 하는 성도들을 배려하려는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교회가 주일 예배를 다른 날 예배로 대치하는 것은 ‘안식일을 지키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위배되는 것이다. 주일 예배를 아무 날이나 아무 곳에서나 드려서는 안 된다. 교회가 사도시대부터 지금까지 정해서 지켜온 주일예배를 자기 마음대로 다른 날 예배로 대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인간중심의 비신앙적인 일이다. 제도적 기독교와 역사적 기독교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할 발상인 것이다.
우리는 주일성수의 기원을 안식일 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하나님께서 창조를 완성하시고 엿새 동안에 창조하신 일을 보시고 만족해 하셨다. 그리고 그의 백성들에게 안식일을 지킬 것을 명령하셨다. 안식일에는 엿새 동안 하던 일을 쉬고 하나님을 생각하면서 하나님과 교제하는 가운데 하나님 안에서 안식하도록 하셨다. 안식일을 마음대로 폐하거나 변경시킬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안식일의 준수가 초대 교회에 이르러서는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을 ‘주의 날’로 지키게 되었다. 부활하신 주님과 사도들의 첫 번째 만남이 안식 후 첫날에 있었고, 그들은 이 날을 기념하여 모이게 되었다. 이 날에는 성도들이 모여 함께 떡을 떼며 부활하신 주님을 경배하였다.
이것은 사도들의 모범이었고 또한 교훈이었다. 주님의 부활사건으로 구속을 완성하신 날을 기점으로 해서 이후의 성도들은 주일을 지키게 되었다. 그래서 안식일이 그리스도의 초림을 예표하고 있다면 주일은 예수의 재림을 예표한다.
우리는 이 날을 거룩하게 지키기 위하여 거룩함을 가다듬어 왔다. 한 날을 주님께 구별하여 예배드리기 위해 엿새 동안 행하던 평소의 활동을 중단하였다. 그렇다면 시장경제 체제에 사는 우리들은 이 날에 자신의 수입을 위하여 물건을 팔지도 말아야 하며 사지도 말아야 한다. 또한 오락과 사사로운 말까지 금해야 한다. 우리의 생각과 세상적 욕망까지도 억제해야 한다.
칼빈은 “우리 마음은 변덕스럽고 은혜를 잊어버리기 쉬우므로 한 날을 정하여 모든 세상적 일들을 중단함으로 거룩한 일들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반드시 성전에 모여 기도와 예배를 드리면서 말씀의 강론을 통해 하나님에 관한 지식을 증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칼빈의 교리를 따르는 우리는 주일을 성스럽게 지내야 한다는 의미를 부정할 수 없다.
성경과 기독교 역사에는 주말교회라는 이름이나 개념이 없다. 초대 교회와 청교도들은 생명을 바치면서 주일을 거룩히 지켰다. 기독교는 부활의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여 창조와 구원의 하나님께 예배하는 날로 주일을 지키는 역사적 종교다. 주일을 거룩히 지키는 것은 역사의 종국, 곧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셔서 부활과 새 하늘과 새 땅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하나님 앞에서 성도의 본분은 신앙생활을 선명하게 펴 나아가는 일이다.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었더라도 주일성수와 예배의 본무를 보다 충실하게 수행해 나아가도록 힘써야 한다. 그리고 지도자들은 주일을 더 잘 지킬 수 있도록 교육하며 선한 다짐을 해야 할 것이다.
기자 등록일 2005-08-09 print this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