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사도신경 재번역 - 지옥으로 내려가사 삽입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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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사도신경 재번역 - 지옥으로 내려가사 삽입 관련


사도신경 재번역과 “지옥으로 내려가사”의 삽입문제

최근 몇 년 동안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의 재번역이 교계의 중대한 이슈로 떠올랐다. 그 중에서도 사도신경 재번역의 핵심은“지옥으로 내려가사”(hedescended into hell)라는 문구의 삽입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이 문구는 과거 타락한 중세 로마가톨릭교회의 연옥설과 면죄부의 근거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사도신경의 고대 로마형과 공인된 원문
사도신경의 기원은 의심의 여지없이 베드로의 신앙고백이다(마 16:6). 베드로의 신앙고백이 세례 의식에 사용되기 위해 삼위일체의 순서를 따라 배열되었고 주후 4세기경에 교회가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다. 최초의 공식적 사도신경 본문이 작성된 것 역시 주후 4세기로 추정되고 그 이후 서방교회나 동방교회는 각각 그들에게 맞는 형태로 사도신경을 사용했다. 그러므로 교회들마다 여러 형태와 형식들을 각기 다르게 사용해왔다.
그러나 로마교회가 주후 7세기경 다양하게 고백되어 온 사도신경의 통일을 명했고 이때 “지옥으로 내려가사”(descendit ad inferna)라는 문구가 공식적으로 첨가되었다. 이 사도신경을 우리는 공인된 역본(Textus Receptus)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 문구는 적어도 주후 7세기 이전에는 발견되지 않는 것이다.

로마가톨릭교회의 교리적 남용과 타락
이렇게 통일된 사도신경을 사용해 온 로마가톨릭교회는 수많은 이단적 교리들을 작성해 왔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신경을 기초해서 만든 연옥설과 면죄부이다. 저들은 스콜라주의의 영향을 따라 지옥을 연옥, 선조림보, 지옥으로 나누고 예수님께서 장사된 이후에 지옥 즉 선조림보에 내려가셔서 세례를 받지 못하고 죽은 구약성도들의 구원을 위해 복음을 전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교리는 더 넓은 의미로 확장되어서 연옥설과 선조림보에 있는 영혼들을 위한 면죄부 교리에 악용되었다. 이런 교리의 악용과 남용은 만인구원설로 연결되었고 결국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기 때문에 교리적으로 그리스도의 속죄의 보혈을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엄청난 죄악을 자행한 것이다. 만일 사도신경에“지옥으로 내려가사”라는 이 문구가 로마가톨릭교회의 주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삽입된다면, 그것은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막아야 될 일이다. 그렇게 주장하고 믿는 것은 구원을 좌지우지하는 교리적 이단이기 때문이다.

종교개혁자들의 개혁과 한국교회
그렇다면 사도신경 공인본에 나타난 “지옥”은 무엇인가? 칼빈은 이 “지옥으로 내려가사”라는 표현을 십자가상에서 하나님이 떠나시고 그리스도가 겪은 하나님의 진노에만 관련시켰다. 말하자면“지옥으로 내려가셨다”는 것은 지옥과도 같은 사망의 권세를 경험하신 것을 강조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예수님의 지옥강하를 지지하는 듯한 성경본문은 실상 그 반대를 지지한다(롬 16:10;엡 4:8-10; 딤전 3:16; 벧전 3:19-20). 이 본문들은 모두 그리스도께서 지옥 같은 십자가 수난과 사망권세를 경험하신 것을 강조하는 말씀들이다. 고대교회 역시 이 표현을, 그리스도께서 장사되신 고난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했다. 따라서 교부시대의 신조인 니케아 신조와 칼케돈 신조에는 본 문구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종교개혁 이후부터 사도신경에는 이 문구가 삭제되어 있는 것이다.

종교개혁 이후 가히 신조의 시대라 불릴 만한 17세기의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44문답)과,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제8장 4절), 소요리문답(27문답), 대요리문답(50문답) 역시 이 표현을 그리스도께서 경험하신 비하의 극치로서의“사망의 권세에 얼마 동안 거하신 것”으로 진술하고 있다. 개혁주의 조직신학자들인 찰스 핫지, 알렉산더 핫지, 루이스 벌콥, 그리고 한국의 박형용, 박윤선 박사도 모두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 미국장로교회(PCA)가 사도신경에서 이 문구를 사용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의미에서이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더 나아가서 이러한 종교개혁자들과 개혁주의 신학의 전통을 따라 사도신경을 고백할 때 이 문구를 삭제해서 고백하고 있다.

오해의 소지는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
이런 맥락 하에서 최근 장로회총회 통합측의 사도신경 재번역위원회(2002년)는 사도신경의 재번역을 시도하면서“지옥으로 내려가셨으며”라는 문구의 삽입을 장시간 동안 논한 결과 최종적으로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앞서 논한 대로 공인된 원문(Textus Receptus)에는 있으나 고대로마형에는 거의 발견되지 않으며, 12개의 원문 가운데 무려 9개의 원문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 문구가 신학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과 로마가톨릭의 연옥설을 지지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구의 삽입을 주장하는 학자들조차도 연옥설을 지지하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천국뿐만 아니라 지옥도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주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삭제를 반대한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신앙적인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소지를 주는 문구를 사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 문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사도신경에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속죄사역이라는 대속적 죽음의 충분한 의미가 잘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 한영 찬송가의 표지 안쪽에 있는 영문 사도신경은 이 문구를 포함하고 있고 한글 사도신경은 삭제하고 있어서 성도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우리 교단의 성도들은 앞서 언급한 이 문구에 대한 역사적 기원과 신학적 의미를 잘 숙지하고, 혹 있을지도 모르는 로마가톨릭의 연옥설과 이단자들의 만인구원론이라는 공격을 철저하게 배격해야 할 것이다. [12월 개혁고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