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교계 최고의 개혁단체의 철부지 후회?
교갱협, 교단 정치 아예 손 뗀 건 아니다
[인터뷰] 이건영 대표회장, "창립 초기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로 돌아갈 것"
데스크 승인 2013.08.23 17:18:16
이명구 (agape22nd)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교갱협·이건영 대표회장)는 창립된 1996년부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정준모 총회장) 총회 정치권에 쓴소리를 해 왔다. 혼탁한 교단 현실을 지켜보다 못해 고 옥한흠 목사를 중심으로 개혁을 바라는 목회자들이 모였고,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규정했다. 매년 총회를 전후해 성명서를 쏟아 내며 교단 갱신을 부르짖었지만, 금권 선거에 찌든 총회 "정치꾼"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성과는 있었다. 총회 임원 선거에 만연했던 금권 선거를 막고자 2000년 제비뽑기 선거제도를 제안하고 안착시킨 것, 2005년 예장합동 총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원로목사의 교단 가입을 저지한 것 등이다. 그 외에는 큰 결실을 손에 넣지 못했다. 예장합동 총회 정치권은 견고했다. 교권과 금권에 의해 교단은 여전히 좌지우지됐다.
교갱협은 전략을 바꿨다. 최근 몇 년간 교단 곳곳에 들어가 변화를 일궈 내려고 애를 썼다. 총신대와 총회세계선교회(GMS), 총회 임원에 출사표를 던지며 교단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랬던 교갱협이 8월 19~21일 열린 18차 영성 수련회에서 교단 정치보다는 목회 갱신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했다. 교단과 목회 현장 사이에서 갈등해 왔던 교갱협이 목회 개혁 쪽으로 방향을 틀은 것이다. 설립 당시부터 교단 갱신의 목소리를 높여 온 교갱협은 왜 교단 정치에서 한 발짝 거리를 두기로 한 것일까. 고 옥한흠 목사와 김경원 목사의 뒤를 이어 교갱협 3대 대표회장에 오른 이건영 목사(인천제2교회)를 8월 20일 사랑의교회 안성 수양관에서 만나 그 이유를 들었다.
▲ 교갱협 3대 대표회장이 된 이건영 목사를 만났다. 교갱협이 교단 정치보다는 목회 갱신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 ⓒ마르투스 구권효
총신대 신대원 75기인 이건영 목사는 교갱협 전 상임회장으로 옥한흠 목사와 함께 설립 초기부터 교갱협 활동에 몸담아 왔다. 그가 시무하는 인천제2교회는 인천에 두 번째로 세워진 장로교회로 1948년에 세워졌고, 총회장을 두 번 배출했다. 1대 이승길 목사는 25회 총회장, 2대 이삼성 목사는 77회 총회장이었다. 이건영 목사는 주일학교 때부터 인천제2교회에서 자라 부교역자 시절을 보냈으며 1993년에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인천기독교총연합회 총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그는 부평 지역에 신천지 건물이 건축되는 것을 막아 낸 바 있다. 다음은 이건영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
- 이번 수련회에서 교갱협은 교단 정치에 어느 정도 선을 두겠다고 공표했다. 이런 선택을 하게 된 이유와 상황은 무엇인가.
"교갱협 창립의 주체였던 옥한흠 목사님의 처음 정신으로 돌아가는 거다. 옥 목사님이 강조했던 건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라는 교갱협의 정체성이었다. 만약 총회 정치 현장에 들어간다면 교단 정치를 하는 사람들보다 더 지혜롭고 열정적이어야 하는데 그 당시 교갱협 안에는 그럴만한 사람이 없다고 판단했다. 2005년까지 한 8~9년을 그래 왔다. 그러나 교단 안에 혼탁함이 더 짙어지는 걸 보면서, 옥 목사님은 총회 안으로 들어가서 갱신의 모습을 보이고 열매가 되라고 했다. 그래서 교단 곳곳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 이건영 대표회장은 ""광야의 외치는 소리"까지 포기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글이나 기도회 등으로 총회의 긴박한 사안에 대해 관심 표현을 하겠다는 것이다. ⓒ마르투스 구권효
교갱협은 창립 후 바로 교단 안으로 뛰어든 게 아니다. 중간에 들어간 것이고, 때문에 여러모로 쉽지 않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개혁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하나님이 직접 하실 일이 있는데, 우리가 노력하는 것보다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사역과 권능에 맡기는 것이 진정한 갱신이고 개혁이 아니겠느냐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광야의 외치는 소리"까지 포기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름대로 글이나 기도회 등으로 총회의 긴박한 사안에 대해 관심의 표현을 할 것이다. 하지만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날 정도의 개입은 하지 않을 것이다. 총회 현장에서 의견 대립에 대해 교갱협 바깥에 있는 분들 중에는 교갱협도 정치꾼들과 똑같은 거 아니냐고 비판한다. 갱신을 외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갱협은 몸싸움이나 물리적 충돌은 하지 않겠다고 뜻을 모았다."
- 그렇다면 교단 정치에서 아예 손을 떼는 건 아닌 셈인가.
"전혀 아니다. 물리적인 충돌로 좋은 결과가 있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교갱협의 근본정신이 훼손되는 경우도 있었다. 진흙탕 싸움을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내부적으로도 있었다. 그런 이유로 우리가 좀 자제하겠다는 것이다.
교갱협 임원이나 주요 이사들이 교단 정치 현장에 들어가는 것까지 막는다거나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의 절대 주권에 의해서 교단이 갱신되는데, 그동안 우리가 너무 앞서가지 않았나 하는 자성의 목소리다.
옥한흠 목사님이 8~9년 동안 주장했던 "광야의 외치는 소리"라는 방향이 영향력이 강했다고 본다. 교갱협의 목소리를 교단 목사나 평신도들이 그때는 순수하게 받아 줬는데, 지금은 또 하나의 정치 세력이 된 것으로 사람들에게 비춰지고 있다."
- 교갱협이 정치 세력화되었다는 비판은 정치꾼들이 그런 프레임을 짜서 비판하기 때문에 빚어진 걸 아닐까. 혼탁한 교단 현실 속에서 그나마 교갱협이 어느 정도 긍정적인 역할을 해 주었다고 본다. 그런데 이번 교갱협의 방향 전환 선언을 듣고 "이제 합동 교단은 완전 끝인 건가" 하는 절망감을 갖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 이건영 대표회장은 교단에 가장 필요한 것은 상식이라고 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다시 말하지만 정치에서 완전 손을 떼는 건 아니다. 무게 중심을 목회 갱신 쪽에 두려고 하는 것이다. 교단 문제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교단을 초월한 이슈나 사회적인 이슈에도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예를 들면, 안락사가 성경적이냐에 대한 포럼을 해서 연구 결과를 한국교회에 내놓는다든지, 분열된 장로교회의 미래를 두고 한 교단 다체제에 대한 현실적인 방향을 제시한다든지 등이다. 그러면 신학생과 젊은 목회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교단 안으로 들어가서 사역할 사람은 그렇게 하면 된다. 다만 이제부터는 교갱협의 이름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97회 총회 사태 진상 규명 보고서의 경우를 보자. 모든 책임을 교갱협에게 덤터기 씌워버렸다. 이런 부분이 목회지에 좋지 않은 영향이 끼쳐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중이다.
교갱협을 혁명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하는 분들이 보통 그렇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혁명이 아니라 갱신이다."
- 갱신이라는 말은 다소 추상적인 것 같다. 예장합동 교단 갱신을 위해 구체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교단에 정말 필요한 것은 상식이다. 상식이 통했으면 한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목사·장로들이라면 총회가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궁극적인 책임은 본인들에게 있는데, 본인들은 다 억울하다고 한다. 그래서 서로 고소·고발을 한다.
총회의 역할은 상식이 통하는 목사·장로를 길러내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총회가 강력한 힘을 발휘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려면 확실한 상벌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총회에서 총대들이 제대로 판단했으면 좋겠다. 하나님이 우리 교단에 바라시는 게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