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 총회장 선거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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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 총회장 선거 문제점


입력 : 2000년 10월 26일 (목) 18:18:55 [조회수 : 317] 최재호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처음 열린 정책공청회 탓인지 후보들은 긴장했다. ⓒ뉴스앤조이 최재호

각 교단장 선거에 금권 개입과 향응 제공 의혹이 수시로 제기되고, 혈연·지연·학연 등 각종 연줄에 얽히고 설킨 이전투구적 선거 모습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실망과 좌절감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이 같은 실망감을 떨쳐 버리기 위해 예장합동은 지난해 제비뽑기 방식을 도입, 금품 수수가 개입될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선거 방식을 도입했다. 예장통합도 제비뽑기를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올해 총회에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예장고신이 금년부터 부총회장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지역별 정책토론회를 겸한 공청회를 개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과거 장로연합회나 고신목회자협의회(고목협) 등에서 실시한 전례는 있으나, 총회 차원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예장고신도 총회 임원 선거를 비롯해 각종 선거에서 깨끗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 올해 부총회장 후보 대다수가 돈봉투를 돌렸다는 어느 목회자의 양심선언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한 제보자는 각 후보측이 총대들을 5만원·10만원·20만원 짜리 총대, 봉투를 주지 말아야 할 총대 등으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고 밝혀, 교단 내 극심한 불법선거 풍토의 단면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 접수된 것은 한 건도 없다.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서봉덕 목사(범천중앙교회)는 "선관위가 본격적으로 가동한 시점이 5월 1일부터이므로 그 이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고 어떤 조치를 취하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과는 선관위가 불법선거를 막기 위해 제 역할을 못한 것이거나 안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되지만, 교단 안에 온갖 사조직과 자금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진행하는 불법 타락선거 풍토를 "당연시" 하거나 은근히 "즐기는"이들도 있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공청회 사회 이서 목사의 뒤로 여러가지 이해관계를 가진 총대들의 모습이 보인다.
ⓒ뉴스앤조이 최재호
하지만 교단 설립 50주년을 맞는 금년에는 지난해와 다른 제도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선거 풍토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여기에는 금년 목사 부총회장 후보가 4명에 달해 유례없이 치열한 경쟁 구도가 되었다는 점도 작용했다.

7월 8일 부산 삼일교회에서 교단 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제52회 총회 부총회장 후보 초청 열린 정책공청회"는 금권 타락 선거로 얼룩진 과거의 교단 선거판을 반성하고, 공정한 정책대결의 장으로 승화시켜 깨끗한 선거문화를 이루어 보자는 의욕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선관위는 제도 도입 첫해인 만큼 영남을 포함한 중부 이남(7/8 실시)과 수도권(7/15 예정) 등 두 권역으로 나눠 총대들을 초청했고, 부총회장 후보들로부터 정책과 소신, 비전을 들어보고 후보들의 인격적 됨됨이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후보자간 토론을 허용하지 않고, 정견발표와 정책구상을 밝히는 선에서 진행됐다. 인신공격이나 자질검증에 초점이 맞춰질 경우 감정대응이나 과열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각 후보에게 주어진 질문은 후보자가 직접 뽑은 질문지에 따르며, 답변 시간은 3분씩 주어졌다. 또 한 사람에게 세 가지 질문이 주어지고 참석한 총대들로부터 한 가지씩 질문을 받기로 했으나, 이날 공청회에서는 총대 질문은 받지 않았다.

각 후보에게 던져진 질문은 △50주년 맞은 교단 평가 △팽팽한 긴장관계에 있는 복음병원 문제 해결방안 △신학대학원의 단설대학원 전환 문제 △대북지원 및 선교정책 △정체성 위기를 맞은 한국교회의 해결방안 △투쟁 중인 단군상 문제 대처방안 △연합운동 등 현안에 집중됐다.

고신의 새로운 시도는, 다른 교단 못지 않게 학연·지연 등의 암초 앞에서 공명선거 의지가 종종 무너지곤 했던 과거의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다. 선거관리위원회 서기 이서 목사(나라교회)는 "고신은 이른바 영남교단이 수도권으로 진출한 형태를 가진다. 따라서 교단 임원들을 구성하는데도 지역연고의 영향을 많이 받고, 신학대학원 기수별 서열에 의해 좌우되곤 한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하고, "이번 정책공청회는 이러한 구습을 상당 부분 타파할 대안이 되기를 바라면서 준비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목사의 말처럼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행사이지만, 이번 공청회가 급하게 준비된 탓에 미흡한 부분도 없지 않다. 이날 행사가 지난 총회 직후부터 충분히 준비되거나 행사가 아니라 급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지난해 9월 총회 이후 올해 4월말까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불법선거운동을 벌여왔던 각 후보 진영의 맥빠진 푸념과, 이 같은 불법을 미리 막지 못한 선관위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도 있었다. 진정으로 공정한 정책대결을 펼칠 의도였다면, 뒷북을 칠 것이 아니라 미리 이 점을 알려줄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말이다. 이번 공청회에는 34개 노회 중 수도권 9개 노회를 제외하고 25개 노회 총대들이 참석했다. 선관위는 내년부터 5~6개 권역으로 나눠서 공청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청회는 일부 민감한 문제는 적당히 넘어가기도 했지만, “복음병원은 전문경영인이나 출자이사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 농어촌 미자립교회에 대한 보조 및 정책수립도 필요하지만 통폐합도 고려해야 한다(김성천 목사)” “교단 신학과 신앙을 지키면서 연합운동을 주도하고 선도해야 독선적이고 폐쇄적이란 비난을 일소할 수 있다. 극심한 계파간 갈등을 화합으로 이끌어야 하며, 극단주의를 벗고 젊고 생동감 있는 교단으로 거듭나야 한다(곽삼찬 목사)” “너그러운 인사정책과 포용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단군상 철거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물리적인 방법을 지양하고 법적·논리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김수경 목사)” “총회장은 총회 전체의 화합 중재자이다. 북한 지원 문제는 의미 있고 당위성은 있으나 정권이나 정치인과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윤지환 목사)”등에서 보는 것처럼, 각 후보가 가진 소신을 읽게 하는 장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책공청회가 골 깊은 교단 내 ‘연줄고랑’을 얼마나 메울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정책토론회에 전국의 총대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과 참여를 유발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정책은 정책일 뿐”이라며 소속 조직의 보스 옹립 분위기, 지연·학연 등의 굴레를 벗어버릴 수 있는 또 다른 각고의 노력이 성패의 관건이란 것이다.

“공청회 때 보니 A후보가 제일 나았다. 하지만, 이미 정해진 노회 차원의 지지 후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한 총대의 말은, 이러한 교단의 시도가 뜻처럼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지 고민하게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