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한기총의 돈 봉투 투표
이광선 목사, 금권 선거 전력 고백
"금권 선거 추방하겠다" VS. "금권 선거로 길 목사 모는 수순이다"
입력 : 2011년 02월 09일 (수)
조회 : 5277, 정성훈 기자
이광선 목사가 "지난 2009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에 출마하여 돈 선거를 했다"고 시인했다.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는 "대표회장이 되려면 믿음보다는 돈이 많아야 된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혼탁 그 자체였다. 한기총 대표회장을 역임한 인사가 처음으로 금권 선거를 고백한 것이기에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광선 목사는 9일 오전 11시에 자신이 시무하는 서울 약수동 신일교회에서 "한국교회에 드리는 참회와 호소의 글"을 발표했다. (사진 제공 유현우)
이 목사는 2월 9일 오전 11시 자신이 시무하는 서울 약수동 신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교회에 드리는 참회와 호소의 글"을 발표했다.
이광선 목사는 그 글에서 이번 고백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부끄러운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지 않고는 한국교회가 절대로 개혁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해서 고백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통회·자복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한국교회를 향한 비난이 빗발칠 것 같아 수없이 망설였다"고 했다.
이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에) 처음 출마했을 때 "양심과 법"에 따라 선거를 치렀으나 절반의 지지도 얻지 못하고 패배한 후, "주여, 내년에는 흙탕물에 빠져서라도 대표회장이 되어 한기총의 개혁을 이루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라고 간구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흙탕물이란 "금권 선거"를 말한다. 주변 사람들이 "목사님 이번에는 남들처럼 하십시오. 그리고 당선 직후부터 금권 선거를 추방할 제도 개혁을 꼭 이루십시오"라고 하자, 이광선 목사는 그 말에 따라 돈 뿌리는 선거를 하여 압도적인 표차로 대표회장에 당선됐다고 고백했다.
금권 선거의 전력을 고백한 이광선 목사는 선거 부정을 뿌리 뽑겠다는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이 목사는 "깨끗한 선거를 하면 반드시 패배하는 것이 한기총의 현재 선거 풍토"라며, "존경받는 인사가 대표회장에 선출될 수 있도록 선거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기총 대표회장이 교회 목사나 교단 총회장들이 은퇴 전에 거쳐 가는 명예직이 되면 안 된다. 임기 1년은 너무 소모적이니 2년 단임제로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양심 고백의 배경에 대해 길자연 목사 측 한 관계자는 "이광선 목사가 길자연 목사를 금권 선거 당사자로 몰아가기 위해 그런 양심선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광선 목사가 한기총 개혁을 위해 양심선언을 결심했다면, 구체적으로 얼마를 누구누구에게 줬는지 낱낱이 밝혀 그 사람들을 한기총에서 영원히 제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길자연 목사가 금권 선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절대 사실이 아닌 유언비어"라고 했다.
한편, 이광선 목사는 오는 17일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한국교회와 한기총 개혁을 위한 기도회"를 갖는다고 밝혔다. 기도회 후 "한기총 개혁을 위한 기도 모임"을 결성하여, 기도 운동과 전국적인 서명운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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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선거 후폭풍…금품선거 양심고백
비대위 "한방 40명에게 1인당 1백만원씩 뿌려" 주장
CBS TV보도부 박성석 기자
[TV 뉴스 다시보기]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신, 구 대표회장 간 갈등으로 내분 사태에 빠진 가운데, 대표회장 선거운동 과정에서 구체적인 불법 금품선거가 이뤄졌다는 양심고백이 나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새로 취임한 길자연 대표회장의 선거를 둘러싸고 한기총이 선거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그 동안 대표회장 선거과정에서 수억 원에서 수십 억 원의 금품선거가 이뤄졌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증언이나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한기총 대표회장 불법선거에 대한 양심고백이 잇따라 나오면서 금품선거 심각성의 일면이 드러나고 있다.
길자연 대표회장의 인준을 인정하지 않는 한기총개혁을위한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길자연 대표회장 선거에서는 안 받았지만 이전 선거에서 비대위원 자신들도 후보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신광수 목사(한기총개혁을위한비대위 공동위원장)는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우리부터 고백한다. 지난날 한기총 선거현장에서 옳지못한 금품수수했다. 잘못했고 통회하며 자복한다"고 공개 사죄했다.
특히 기자회견장에는 길자연 목사와 같은 교단인 예장합동측 강주성 목사가 참석해 지난해 9월 교단 총회에서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로 추천받기 위해 금품을 전달하는 장면을 목겼했다고 폭로했다.
강 목사는 당시 한 콘도의 방에 모인 40여명에게 1인당 1백만원씩 전달하는 현장에 있었다고 양심을 고백했다.
이에 대해 길자연 목사측은 금품전달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한편 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낸 이광선 목사도 비대위에 앞선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도 대표회장 선거운동을 하면서 금품을 살포했다고 고백했다.
이 목사는 대표회장 선거에서 한번 낙선한 뒤 지난 2009년 선거에서는 진흙탕에 뛰어들어 불법 금품선거를 통해 당선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폭로전이 10년간 이어져온 한기총 금품선거의 종지부를 찍는 개혁을 불러올지, 아니면 한기총을 더 심각한 내분에 빠지게 만들지, 앞으로의 사태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kehc1234@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