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정고시 일을 일요일로 시행하라는 요구에 대하여
(검정고시 일의 일요일 전환문제를 두고 교육부에 올라온 글 두 편 소개)
1.세상이 주관하는 세상 행사에 대한 우리의 입장
국가가 시행하는 시험일이 주일이어서 우리의 불편함은 지극합니다. 그러나 그 불편에 대하여 우리의 신앙노선은 우리에게 주신 또 다른 사랑이며 선물이라고 알고 개의치 않고 있습니다. 시험일이 평일로 바뀐다면 우리는 환영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도록 하려고 크게 노력하지는 않습니다. 세상에게 맡긴 세상사이기 때문에 최대한 "주어진 현실"로 받고 있습니다. 최근 주5일 근무제 등 여러 면에서 주일 시험이 평일로 바뀌어질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대표적으로 주일시험에서 평일시험으로 확실하게 바뀐 첫 경우가 바로 "검정고시"입니다.
2.검정고시일의 요일문제
검정고시에 관한 한 약 8년 전부터 완전 평일시험 원칙이 지켜지고 있었는데 최근 일요일 시험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방송사 뉴스가 바람을 잡고 다른 일부에서 분위기를 보고 있습니다. 검정고시는 우리 신앙노선상 약간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세상지식에 대하여 가장 무관심한 것이 우리 신앙노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세상지식에 대하여는 가장 최소한의 이용가치로만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검정고시가 중고교 학습내용의 최소화된 내용으로 시험을 보고 졸업자격을 부여하는 면을 특별하게 보고 있었습니다. 세상일에 관여하는 일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우리의 신앙입장이지만 가능한 의견 한번은 제시할 수 있다는 뜻에서 올린 다음 글을 소개합니다. 교육부 담당자들과 대화했던 분이 이치영목사님이어서 이치영 이름으로 글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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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홈페이지 교육기획과)
번호: 302
제목: 검정고시 시험일에 대하여
쓴이: 조병돈
일자: 2001-06-22
바쁘신데 제가 궁금한 것이 있으니 분명하고 신중한 답변을 원합니다. 전 검정고시 시험대상자나 출신자는 아닙니다, 다만 검정고시시험일이 왜 평일로 편성이 되어있는지 궁금해서 입니다.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어제 다시금 이유를 알수 없어서...)
질문은
1. 다른 국가시험들은 일요일에서 시험을 치르는데 왜 하필이면 검정고시만은 꼭 평일에 시험을 치르는지? - 1학기는 4.5일(식목일)이지만, 2학기는 8.1(수)
2. 이 제도는 언제부터, 왜 첨에 평일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3. 검시장에 가니 휴일에 치르도록 해 달라는 요구가 있던데 왜 아직까지 평일을 고수하는지?
대학생도 아닌 직장인이 다수인 검시대상자를 고려하면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데 답변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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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319
제목: 검정고시 시행요일의 변경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라 신중할 일입니다.
쓴이: 이치영
일자: 2001-06-26
검정고시 시험 시행일이 8년 이상 계속 일요일을 피하여 왔습니다. 당시도 이 문제를 두고 대단한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교육부 당국자는 특정 요일에 시험을 칠 수 없다는 부류의 국민들의 숫자가 적지 않음을 감안, 일요일을 피하기로 했고 지금까지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당시 이 결정에 이르게 된 결정적 요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1.일요일 검정고시 시행을 피하게 된 이유를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 요일을 두고는 기독교계가 일요일 휴식향유를 절대적으로 주장하였고, 반면 일요일에 꼭 휴식을 하면 안된다는 반대측이 없었던 것이 검정고시에 관한 한 일요일 시험을 피하게 된 첫번째 이유였습니다.
둘째, 정부의 타 부서 관리 시험과 달리 최소한 교육부 시행의 시험은 건국 후 지금까지 중입, 고입, 대입 고사 전부를 일요일 외의 날로 시행하여 왔던 행정의 일관성 때문이었습니다. 교육부의 시험은 국민의 4대 의무 중 교육의 의무를 단계별로 적용하는 필수적 요소이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다 응시할 수 있는 시험일을 택하게 된 것이며 이것이 교육부 시행 시험일의 일요일 배제 원칙으로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그 역사는 선진화된 미군정청의 매주 1일의 근로 휴식 개념의 전수였고 이어 이승만 및 윤보선태통령의 건국 초기 철학이 그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직까지 시험에 관한 한 교육부 시험이 모든 국가시험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며, 기타 부서들의 시험은 입사시험으로서의 공무원임용시험 또는 산업현장에 필요한 자격증 시험으로서 이는 국민의 4대 의무 차원이 아닌 경제진로에 관련된 시험이며 따라서 경제활동만 고려했던 관계로 그 시험일이 일요일이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검정고시란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정규학교 과정의 교육단계를 검시하는 것이니 교육부 차원의 전국규모 시험일의 원칙과 함께 해야만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셋째, 검정고시를 일요일에 치르지 않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결정 당시 국민적 합의로 추진되던 주5일제근무 시행 때문이었습니다. 비록 IMF 때문에 몇 년 미루어지게 되었으나 당시로서는 문민정부 출범초기였고 급격히 상승되던 제반 경제지표와 선진국형의 국민생활패턴을 고려 주5일제근무는 시행의 시기만 남겨둔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토요일이 일요일과 같이 공휴일이 되면 토요일 시험 시행으로 일요일 시험 거부 반대 주장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행히 현 2001년이라는 시점은 이미 주5일제근무가 범정부 차원에서 확정되었고 이제는 시대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시행임박한 사안입니다.
넷째, 당시 수험생의 비율이 현저하게 변화되던 것이 고려되었습니다. 각종 산업현장에서 학업을 마치려던 이들 때문에 과거 검정고시 시행일은 교육부에서 1년 2회의 시험 중 1회만은 교육부에서 유일하게 예외가 되는 일요일 시행을 인정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 이후 근무시간에 제한을 받는 직업에서는 고졸이하 학력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던 것입니다. 대신 가정주부나 자영업을 하는 이들과 같이 요일에 상관없이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이 수험생의 절대다수가 되었기 때문에 일요일 시험을 배제하게 된 것입니다. 현재도 검정고시 응시대상 중에서 가장 많은 수험생이며 동시에 가장 많은 혜택이 주어져야 할 주부들에게는 평일 수험이 더 유리하다는 점을 당시 고려했습니다.
2.이런 이유로 일요일 검정고시 시행은 신중해야 합니다.
첫째, 각급 학교에 단군상을 설치하는 문제로 기독교계와 각급 학교 현장의 마찰은 해결이 쉽지 않은 분규에 휩싸여 있습니다. 일본이 신사참배를 기정사실화하며 역사교과서 왜곡을 강행하여 나가는 것과 같은 맥락의 국수주의가 이 나라 단군종교계에서도 진행하고 있다는 인식을 기독교계는 강하게 경계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첨예한 갈등의 시점에 검정고시 시행담당부서까지 또 하나의 충돌을 주도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입니다. 자고로 정책입안이라는 차원에 계신 부서에서는 정책의 결정만큼이나 큰 비중으로 정책시행시기를 고려하게 되어 있고 이런 전략적이며 거시안목적인 혜안이 극도로 필요한 곳이 바로 최상급 부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검정고시 시행일이 꼭 일요일이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일요일 시험 정책이 불가피하다고 할지라도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둘째, 의약분업 등에서 보듯이 이미 선진화된 사회는 그 정책과 시행세칙의 계수조정에 있어서 오차한계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정도라면 여러 종류의 주장을 조화시켜 가는 과정이 더욱 강조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양측의 주장에 결정적인 가치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양측의 주장이 조화롭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일단 기존 정책방향은 유지되어야만 통제불능의 상황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양측의 주장을 파악하고 그 실무적 검토가 완료되었다고 해도 정작 시행에 있어서는 대단히 절차를 중시해야 할 터인데 하물며 양측의 주장에 대한 완벽한 파악과 가치평가를 내리기 전 섣불리 기존 제도에 대한 변경을 시도하게 된다면 죽도 밥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경험칙은 특별히 교육부가 새길 일이라고 사료됩니다.
3.만일 일요일 시험으로 다시 변경된다면 기존 준비생에게 불이익이 없어야 합니다.
현재 각종 시험 시행일이 일요일을 피하고 있는 것은 교육부의 제반 시험관리 원칙이며 검정고시 역시 8년전부터 이 원칙의 예외를 폐지하고 전면적으로 일요일 배제 시험시행일 원칙을 적용하여 왔던 바, 이런 교육부 검정고시 시행 요일 원칙을 전제로 학적을 관리하며 검정고시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만일 일요일로 시험일이 전환된다면 마땅히 경과조처를 두어 구제해야할 것입니다. 따라서 요일 변경이란 문제는 일부의 주장처럼 몇몇 개인의 구체적인 자기 체감온도에서 비롯된 선동적 구호로 진행될 것이 아니라 사회전반적 상황을 과학적으로 계량하고 계측한 이후 결정될 일이며 그 과정 그 여파까지도 면밀하게 계산되고 미리 조처되어야 할 것입니다.
4.참고로, 극 소수파를 배려하는 두 가지 사례를 예로 들겠습니다.
첫째, 현재 국회에서는 극소수 사이비 종파로 분류되는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이들에게 "양심적 집총 거부는 병역 면제가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으며 현재로는 통과가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물론 기독교계는 총체적으로 이를 반대하고 있지만 이미 독일 등 선진국과 이웃 대만에서까지 시행되고 있는 사회현상을 되돌기는 어렵다는 것이 객관적 정황입니다. 소수의 불편이라도 그 불편이 지극히 클 때에는 그 소수의 숫자를 단순한 머리 숫자로만 계산하지 아니하고 그들의 불편의 강도를 감안하여 그 불편지수를 곱하여 배려한다는 것이 전진된 사회의 계량법이라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둘째, 현재 우리나라로서는 참고만 할 정도이겠으나 현 세계화 추세와 우리 사회의 발전 양태를 고려한다면 곧 따라갈 수밖에 없는 사례입니다. Toefl 시험은 미국에서 주관하며 세계적으로 시행되는 가장 큰 시험입니다. 2000.10.부터 인터넷으로 문제를 다운받아 시행하는 체제가 되어 개개 수험생의 일정에 맞추는 상시 시험체제로 전환되었습니다만 2000.9. 이전까지 수십년간 시행되어온 세계적 시행일은 매월 1회였고 일년 중에는 토요일 7회, 금요일 5회이었습니다. 주5일제를 시행해오던 미국에서 유태인들과 안식교도들만은 토요일을 일요일처럼 절대공휴일로 지키기 때문에 비록 극소수이지만 그들의 불편강도가 지극히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금요일 시험은 토요일 시험을 거부하는 그들과 그렇지 않은 모든 사람 전부가 함께 시험을 치를 수 있는 날이기 때문에 또한 별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교육부 당국자들에게 남의 나라 일로만 보실지 몰라도 교육적 사고가 정상적으로 작동된다면 바로 우리에게 닥쳐질 다원화된 미래사회의 현실적 모습일 것이며 이 인식이 되어지지 않기 때문에 항상 우리 사회의 교육적행정의 난맥이 표출되고 있다고 봅니다. 선진국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앞서 걸어간 사람을 참고하여 우리 미래를 미리 보는 철학이 적어도 교육부에는 있어야겠다는 충언으로 봐주시고, 인류문화사가 선진화되는 추세를 거스린 예가 없었음을 참고하여 한 걸음 앞을 보고 오늘의 결정을 고려하는 담당자가 되어주십사는 긴 부탁의 말씀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