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처녀 임신
정자 없이 "수정"
양 복제한 영 에든버러 대
난자만으로 세포분할 시켜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입력 : 2005.09.11 22:47 35" / 수정 : 2005.09.12 07:33 33"
영국의 과학자들이 인간의 난자(卵子)만을 가지고 마치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된 것처럼 세포 분할을 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른바 아빠 정자 없는 ‘처녀 임신’이다.
9일(현지시각) AFP 통신 보도에 따르면,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학의 폴 드 소사 교수팀은 인간의 난자에 전기 충격 등을 가하는 방식으로 세포 분할을 유도하여 난자만으로 초기 배아(胚芽)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유성 생식이 아닌 단성(單性) 생식인 셈이다. 에든버러대학은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대학이다.
연구팀은 그러나 난자만으로 만든 초기 배아를 치료 목적의 배아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단계(배반포)까지는 키우지 못했다고 전했다.
배아줄기세포는 배반포 단계로 키워진 배아에서 얻을 수 있는 세포 덩어리로, 실험실 배양 과정을 통해 인체 200여 종류의 조직을 만들 수 있다.
폴 드 소사 교수는 “이 같은 방식으로 여러 개의 배반포를 만드는 데는 약 300개의 난자가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난자만 갖고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인간 난자를 갖고 난자와 정자가 만난 수정란처럼 세포 분할시키는 연구는 이뤄져 왔지만, 이처럼 구체적인 데이터가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4월에는 일본 도쿄농대와 서울대의대 유전체이식 연구소팀이 세계 최초로 ‘아빠 없는 쥐‘를 탄생시킨 바 있다.
만약 인간 난자만을 갖고 배아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선천성 유전질환 등 난치병을 앓는 여성 환자들에게 이식 치료용 줄기세포를 난자만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의 이병천(수의학) 교수는 “단성 생식으로 인한 유전자 구조 결함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