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고신 50주년과 우리의 사명 - 고신 50년을 말한다 (12) [고신]
분류: 교단- 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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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설립 50주년 기획특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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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고신 정신
고신 정신이란 고신 운동을 주도했던 지도자들과 당시 고신교회가 가졌던 신앙적인 특색과
정신을 말한다. 고신 운동을 이끌어갔던 내적인 확신과 그 힘을 말한다.
1. 철저한 신본주의 신앙정신이다.
하나님 중심, 말씀 중심의 신앙원리를 확고히 하고, 이에 철저히 충실하려고 했던 칼빈주
의 신앙이다. 칼빈주의란 종교개혁자 칼빈이 성경에서 분명하게 드러냈던 신학체계를 말한
다.
칼빈주의는 오직 성경, 오직 은혜, 오직 하나님의 주권과 영광을 그 중심내용으로 하고 있
다. 고신정신은 바로 이런 신앙을 말한다. 인간의 공로, 인간의 영광, 인간의 권세, 이 모
든 인본주의를 배척하고 하나님의 주권과 영광에 전적으로 충성하려 했던 신앙이다.
2.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죄를 철저히 뉘우치고 회개하는 운동이었다.
신사참배의 죄는 우상숭배의 죄요, 국가지상주의에 대한 굴복이었다. 이는 살아계신 하나님
을 부인하고 반역하는 가장 무서운 죄악이다. 이런 죄악에 빠지지 않기 위해 몸부림쳤던 것
이 고신 운동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연약하여 넘어졌을 때 이를 통절히 여기고 회개했던 것
이 바로 고신 운동이었다. 나아가 우상숭배의 죄뿐 아니라 계명을 어기고 말씀대로 살지 못
한 모든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였다.
3. 코람데오(CORAM DEO) 정신[神前意識]이었다.
우리가 언제나 하나님 앞에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정직하게 행하
고, 경건하게 살고자 했던 정신이다. 하나님은 부소부재하신 분이시다. 그런데 이 진리는
교리책에나 있는 사실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고백되고 체험되었던 진리였다. 교회, 가정,
회사, 시장… 그 어디로 가든지 우리는 하나님을 떠날 수 없고, 하나님을 피할 수도 없다.
그리고 코람데오 정신은 외식주의와 반대이다. 외식주의는 사람 앞에 잘 보이려는 거짓된
경건이다. 그러나 코람데오는 사람이 보든 보지 않든 하나님께서 보시고 있다는 사실을 인
식하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사는 참된 경건이다.
4. 의를 위한 투쟁정신이다.
고신 교회는 하나님의 의를 위한 투쟁을 결코 회피하지 아니하였다. 힘들고 고달픈 일이었
지만 하나님의 의를 세우기 위해 끝까지 선한 싸움을 싸웠다. 여기에는 먼저 자기와의 싸움
이 있었다. 세상 부귀를 버리고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먼저 구하는 자로서의 싸움이 있었
다. 주일을 지키기 위해 좋은 직장도 사양하였고, 정직하고 바르게 살기 위해 물질적인 이
익도 기꺼이 포기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불의와 싸웠다. 다수의 불의한 횡포 앞에서 “아니오”라고 소리쳤고, 죄를
죄로 지적하였다. 하나님의 말씀과 법대로 하지 않고 정치적인 술수와 권력으로 불의를 행
하는 자들을 끝까지 항거하였고, 화목을 핑계로 의를 양보하는 우를 범하지 아니하였다.
5. 고신 정신은 개혁주의 교회건설 운동이었다.
‘개혁주의 대한교회 건설과 개혁주의 세계교회 건설’이 고신 초기 지도자들의 모토였다.
그들은 수(數)를 추구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한상동 목사는 많은 수의 교회를 확보할 수 있
는 서울보다는 오히려 부산을 택했고, 거기서 고신 운동을 시작하였다. 이 전략의 성공여부
에 대한 평가는 각기 다를 수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는 다수의 사람보다는 바
른 믿음과 경건을 가진 ‘적은 무리’를 귀하게 여겼다는 사실이다. 개혁주의 교회는 성경
의 진리를 수호하는 교회이며, 말씀대로 믿고 말씀대로 사는 교회를 말한다. 이런 교회를
추구하는 선교정신이 바로 고신 정신이다.
Ⅱ. 고신의 사명
이와 같은 역사와 정신을 가진 우리 교단이 이 시대에 감당해야 할 사명은 무엇인가?
1. 우상숭배의 죄악을 철폐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하나님 외에는 그 어떤 것에도 숭배를 하거나 영광을 돌려서는 안 된다. 그리고 교회 안팎
에 알게 모르게 조장되고 있는 우상을 철저히 파악하여 분쇄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조상숭
배, 단군숭배 등이 무서운 우상숭배의 죄악임을 알리고, 온갖 미신들과 기복신앙에 빠져있
는 백성들에게 건전한 국민정신을 고양시키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사시고 참되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그에게 경배하도록 복음을 전하는 일에 열심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는 보이는 우상보다 보이지 않는 우상에 빠지는 경향이 매우 크게 나타
나고 있음으로 이 일에 정신을 차리고 경성하여 회개하고, ‘오직 하나님 영광’이라는 개
혁교회의 모토를 힘써 지켜가야 한다. 특히 오늘날 교회 안에 두라 평지의 금신상처럼 우
뚝 서고 있는 우상들을 철저히 회개하고 분쇄하여야 한다. 현대 한국교회 안에 두 가지 대
표적인 우상이 있다.
1) 물량주의 우상이다.
본질보다 외형을 더 추구하는 것은 외식하는 죄요 물질주의 우상숭배이다. 영적인 부흥보
다 수적인 부흥에 집착하는 것도 물량주의 우상숭배이다. 이런 우상숭배가 오늘날 한국교회
를 위협하고 있다. 교회는 무조건 크고 봐야한다는 풍조가 만연되어 있다. 무조건 큰 교회
가 부흥하는 교회요 좋은 교회라고 생각한다. 목사들도 말 잘하고, 사람 많이 모이게 하면
좋은 목사요 능력있는 목사로 대접받는다.
그래서 오늘날 전도는 사람 모으기 운동으로 전락했고, 교회는 사람 모으는 일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상한 집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수의 우상, 외식주의 우상, 물량주의
우상을 물리쳐야 한다.
2) 인본주의 우상이다.
한국교회는 교회직분과 교회정치, 심지어 예배까지 인본주의에 물들고 있다. 직분자를 하나
님이 세우신다는 신앙이 사라지고, 선거운동이 공공연히 일어나더니 드디어는 세상 정치가
들보다 더 타락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교회의 직분을 개인적인 영광과 권세로 생각하는 죄를 회개해야 한다. 교회의 리더십은 종
의 리더십이다. 교회직분은 명예가 아니고 멍에이다. 섬김을 받는 자리가 아니고 섬기는 자
리이다. 그러나 우리의 실상이 어떠한가? 섬기기는커녕 섬김을 받고자 하고, 누가 크냐며
주도권 다툼과 자리싸움에 교회들이 편할 날이 없을 지경이다. 직분자들이 하나님의 주권
과 영광을 찬탈하는 무서운 죄악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인본주의는 가장 무서운 현대적
인 우상숭배이다.
2. 자유주의 신학과 이단종파들과의 투쟁을 통해 성경의 진리를 수호하고 교회를 보호해야
할 사명이 있다.
약 25년 전에 고 박형룡 박사가 고려신학교 졸업식에서 설교하면서 외친 말씀이 있다. “지
금은 우리에게 귀신 神 자, 귀신 社자 신사숭배를 강요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지
금 새 新 자, 생각 思 자 신사숭배와 투쟁해야 할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였다. 우리가
이를 효과적으로 감당하기 위해서는 신학교육이 크게 강화되어야 하고, 교인들과 교회는 신
학교육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한상동 목사님을 비롯한 초기 지도자들이 한국교회의 재건방안을 신학교육에서 찾았던 것
은 매우 주목할만한 일이다. 그들에게는 영적인 혜안이 있었던 것이다.
3. 지속적인 교회갱신운동이 우리의 사명이다.
양적인 부흥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사명은 양적인 부흥보다 교회갱신과 개혁에 있다.
고신이 교세를 가지고 한국교회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 교단
의 힘은 많은 교회수와 교인 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혁주의 신앙과 개혁주의 정신에 있
다.
한국교회의 문제는 수의 문제가 아니다. 일천만 교인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수라도 말
씀대로 바로 믿고 바로 사는 성도가 중요하다. 어떤 어려움이 있고, 어떤 손해가 있어도 말
씀대로 믿고 말씀대로 행하는 고신정신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신앙과 생활이 일치하
고, 신앙과 윤리가 함께 가는 교회를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 교단이 수적으로는 작은 교단이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한국교회로부터 존중히 여김을
받아온 것은 이런 고신 정신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정신이 쇠퇴함으로써 그저 교
회수나 교인수로 평가되는, 하나의 중소교단이 되고 말았다.
특히 작금에 일어나고 있는 복음병원 사태는 우리 교단의 영적인 상태가 어떠한가를 보여주
는 하나의 뚜렷한 예이다. 복음병원이 자선병원으로 시작하였으나 약 20년 전부터 수익기관
으로 바뀌었고, 상업주의에 입각한 외형적 성장주의를 추구해왔다.
그러면서 돈과 인맥에 연관된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고, 이 기관에 간부가 되고 이사가 되
는 일이 교단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으며, 복음병원을 둘러싼 교단정치는 세속정치
에 못지 않을 만큼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지금은 노조원들의 파업으로 복음병원은 위기에 있다. 그리고 고신을 비난하는 소리가 교계
뿐 아니라 부산, 경남 사회 전반에서 높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우리는 과연 기독교대
학과 기독교병원을 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할 상황에 있다. 50주년을 맞았다
고 우리가 기뻐하고 있지만, 기뻐하기보다 오히려 모두 함께 울어야 할 상황이다.
우리는 다시 회개운동 개혁운동을 일으켜야 한다. 돈도 아니요, 권세도 아니요, 수(數)도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먼저 구하는 운동이 새롭게 일어나야 한다. 인본주의, 물
량주의, 세속주의를 극복하고 순교정신으로 우리의 신앙을 지키고 의를 지키는 운동이 일어
나야 한다.
4. 개혁주의 교회건설이 우리의 가장 큰 사명이다.
우리는 개혁을 통해 한국교회의 모델이 되어야 하고, 개혁주의 교회건설의 견인차가 되어
야 한다. 고신 교회가 한국교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이것은 고신이 가
진 역사적인 사명이다. 이를 위해 세 가지만 제안한다. 이유는 아래 기관들이 고신 운동의
중심이었던 까닭이다.
1) 신학교육이 정예화되어야 한다.
수준 높은 영적 지도자를 배출하는 것이 개혁교회를 건설하는 첩경이다. 현재 기득권을 가
진 사람들을 개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새순이 돋아나야 한다. 하나님께서 순이
라 이름하는 종을 세우신 것처럼 우리도 새순을 길러 새 역사를 이루어야 한다.
오늘날 사람들의 지적, 문화적 수준은 크게 향상되어 있다. 한편 현대인들의 영적 상태는
심각한 교만과 타락에 빠져있다. 교회 역시 침체와 타락의 늪에 빠져 있다. 이러함에도 불
구하고 목사들의 수준은 여기에 대처할 수 있을 만큼 향상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 고신은
이런 21세기 환경에서도 복음전파의 사명을 다하고 한국교회를 개혁할 수 있는 정예화된 인
재를 길러내야 한다.
2) 학생신앙운동은 요원의 불길처럼 계속 타올라야 한다.
학생신앙운동은 청소년신앙운동이다. 청소년은 우리의 희망이고 미래의 주인이다. 고신은
처음부터 이들을 주목했고, 이들에게 개혁주의 신앙을 심었다. 지금도 학생신앙운동은 살아
있다. 하기수양회는 여전히 수 천명이 회집하는 열정적인 집회로 강력한 신앙운동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비가 쏟아지는 어둠 속 운동장에서도 움직이는 사람 없이 수 천명의 학생들
이 찬송하며 기도하는 광경은 그야말로 SFC가 자랑할 수 있는 그리스도 정병의 모습이다.
이들을 위한 기도와 재정, 그리고 사람을 투입하는 일을 결코 아껴서는 안 된다.
3) 복음병원은 설립이념으로 거듭나야 한다.
복음병원은 구호병원으로 시작되었다. 시작한 사람들이 순수한 사랑과 신앙의 인물들이었
고, 병원설립를 위한 기금과 운영자금도 전란 중에 있는 우리 동포들을 위한 미국교회들의
헌금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 기관이 수익기관이 되고, 이후 상업주의에 의해 점령당했
다.
다시 본래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과 같이 수익을 전제로 하는 병원을 교회가 직영하는 것
이 과연 합당하냐 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규모를 축소하는 한이 있더라도
‘구호병원, 복음병원’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현실 상황은 우리에게 신속한 결단을
강요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5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들에게 경고를 보내시고 있다.
정주채 목사 -향상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