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고신 성도들의 신앙생활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 (10) [고신]
분류: 교단- 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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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설립 50주년 기획특집 / 고신 50년을 말한다 (10)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나는, 예컨대 고신 성도들의 교회
출석이나 성경 읽기, 기도, 전도나 헌금, 교회 봉사와 사회 생활에 관해서 기본적인 조사
가 있다면 그 조사 결과를 한국교회의 일반 교인들의 신앙 생활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접근은 고신 교단에서 자라고 양육 받은 나의 체험을 토대로 고신 성도의 신앙생활
이 지닌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다. 만일 기본적인 조사가 있다면 이 체험을 토대로 조사 결
과를 해석하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나 자신은 고신 교회의 ‘인사이더’이지만, 의도적으로 ‘아웃사이더’의 관점
을 취해 보고자 한다. 한국 성도들의 신앙 생활에 특징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
는 것으로 글을 시작해 보자.
1. 한국 성도의 신앙 생활
먼저 고신 교단 소속 성도라고 해서 무슨 별다른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을 지적해 두어야겠다. 고신 성도도 다른 교단 소속 성도와 비슷하게 신앙생활하고 있으
며, 최근에 올수록, 그리고 도시교회일수록 그 차이는 미미하거나 거의 없다고 해야 할 것
이다.
그러나 고신 교단을 포함해서 한국교회 전체를 통틀어보자면 한국 교회 성도들의 신앙 생활
은 외국 교회 성도들과 분명히 구별된다. 다 같이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고,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거룩한 하나님의 교회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더라도 실제로 일상
속에서 신앙을 표현하고 구현하는 모습은 다르게 나타난다.
무엇보다 한국 성도들은 열심이 특심이다.
성경 읽고 기도하는데 열심이고, 모이는데 열심이며, 헌금하고 전도하는 데 열심이고, 교
회 봉사에 열심이다. ‘성경통독모임’이란 이름으로 1주일만에 신구약 전체를 읽어내는 사
람들은 다른 나라에는 없다. 새벽기도, 수요기도, 금요철야기도, 산기도, 이렇게 수많은 기
도가 있는 나라도 없다. 모든 순서마다 출석한다면 1주일에 적어도 열 차례 교회에 모이는
나라도 없다.
헌금 종류도 많거니와 액수로 보아 우리 한국교회 교인들만큼 교회에 헌금을 이렇게 많이
하는 나라도 없다. 전도훈련이나 열기에서도 단연 한국교회는 최고이다. 교회봉사도 마찬가
지다. 이 열심이 한국교회를 이만큼 성장하게 하였다. 그러므로 한국교회 성도라면 교회 출
석, 성경 읽기, 기도, 전도, 헌금 생활, 이러한 것들이 신앙 생활의 중요한 몫을 차지한
다.
열심 못지 않게 정이 많은 것도 한국교회 성도들의 특징일 것이다.
외국에도 정이 많은 교인들이 없지 않으나 우리처럼 정을 귀하게 여기고 그리워하고, 그것
이 없을 때 섭섭해하는 사람도 없다. 심방이나 구역모임, 지금 도시교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예배 후 애찬 모임은 성도들이 서로 정을 나누는 통로가 되었다. 정이 앞서기 때문에
목사나 장로가 실수를 하여도, 서로 정이 있을 때는 원칙보다는 상황이 훨씬 더 중요한 판
단 근거로 작용한다. 그래서 원칙주의자들보다는 정이 많은 사람들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는 훨씬 존경받는다.
셋째로, 해서는 안될 것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다.
예컨대 술 담배를 해서는 안되며, 주일을 어겨서는 안 된다. 해야될 일에 대해서는 소극적
이면서도 해서는 안될 일에 대해서는 비교적 적극적이다. 그러므로 때로는 융통성 없게 보
이고, 앞뒤가 막힌 것으로 보일 수가 있다. 율법주의적이라는 비난을 받지만, 해서는 안될
일로 일단 관습화된 것에 대해 고집스럽게 집착하는 일도 한국 성도의 특징임은 틀림없다.
2. 고신 성도의 신앙 생활
앞에서 말한 특징을 공유하는 점에서 고신 성도도 한국 교회 다른 성도와 다를 바 없다. 그
러나 몇 가지 면에서 고신 성도는 유난한 면이 있다.
우선 무엇보다도 고신 성도들은 우상 숭배에 민감하다.
우상 숭배 거부는 신사참배 반대 운동으로 태어난 고신의 태생적 특징이다. 고신 교단 소
속 교회 학생들에게는 지금도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일은 조회나 교련 때마다 해야 했
던 국기 경례 거부가 아닐까 한다. 그 순간을 기도하면서 넘긴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몸이
긴장된다. 최근 단군상 반대 운동에 고신 교단 지도자들이 가장 분명하고 강한 목소리를 내
고 있는 것은 고신의 이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주일 성수도 고신 만큼 강하게 주장하는 교단도 없다.
어릴 때를 생각해 보면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는 일들이 한 둘 아니다. 토요일 12시 시계 소
리가 들리면 시험 공부도 중단해야 했고, 주일 오후 노방 전도나 축호 전도를 갔다가 오면
서 붕어빵 하나 사먹지 못하고 돌아와 저녁 예배 마친 뒤 집에 가서 저녁을 먹은 일도 여
러 번 있었다.
정직은 아마 고신 성도들이 생각하는 덕목 중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용서, 관용, 온후, 용기 등 그리스도인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덕목이 여럿일텐데 그 중에서
도 고신 교단 성도는 정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중2때 농업 시험
을 치다가 우연히 옆자리 학생의 답을 하나 보아, 그 시험을 100점 맞게 된 것이 아직도 나
에게는 생생한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컨닝은 고신 교회 학생이 해서는 안될 가장 큰 범
죄였다. 내가 잠깐 고신대를 다닐 때 어느 여학생이 보이지 않았는데 뒤에 들은 얘기는 컨
닝 때문에 퇴학을 당했다고 하였다. ‘코람데오’, ‘하나님 앞에서’란 표어를 고신 사람
들은 하나님 앞에서 정직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신비주의를 거부한 것도 고신 신앙 생활의 한 특징이다.
한상동 목사님을 위시해서 고신 지도자들에게도 특별한 신앙 체험이 있었으면서도 방언, 신
유 등 신비주의적인 색채가 조금이라도 깃든 것에 대해서는 대단히 경계하는 것이 일반적
인 분위기였다. 그 대신 말씀과 말씀 안에서의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래서 자연스럽
게 고신 교단 교회의 예배는 조용하고 침착한 편이며, 성도의 삶도 열광적이기보다는 차분
하고 성도간의 관계도 다른 교단 사람들보다는 비교적 이성적이고 합리적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권징을 철저히 실행한 것도 고신교회의 특징 중에 하나다.
다른 이유보다는 혼전 관계로 처벌을 받는 경우를 어릴 때 종종 보았다. 그 때 처벌을 받
은 사람 가운데는 아직도 교회를 멀리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볼 때 가슴 아프나 권징을
바르게 시행하려고 했던 점에서 고신 교회는 올바른 교회가 되고자 애썼다고 할 수 있다.
고신 교인들의 이런 모습이 율법주의로 보일 수도 있었지만 말씀에 충실하고 신앙과 생활
의 순결을 지키려고 한 점에서 고신 교단 성도들의 신앙 생활은 분명 한국 교회에서 정당하
게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3. 반성과 전망
한 개인의 장점이 곧 단점이 될 수 있다는 평범한 상식에서 출발해보자.
한국교회 성도와 고신 성도의 신앙생활이 지닌 장점은 곧 단점도 될 수 있다. 한국교회 교
인들이 기도나 모임, 성경 읽기 등에 열심이 특심이고, 정이 유달리 많으며, 해서는 안될
일로 관습화된 일에 대해서는 대단히 민감하다는 사실은 분명히 한국 교회 성도들의 장점이
다. 그러나 교회에서는 열심이되, 교회를 벗어나면 세상 사람과 쉽게 동화해버릴 수 있고,
정이 많되 교회 바깥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할 수 있으며, 술 담배 등 ‘해서는 안될
일’로 관습화된 것에 대해서는 민감하되 막상 해야 될 일에 대해서는 둔감할 수 있다.
고신을 포함해서 한국 교회 성도들은 신앙 생활의 외연을 교회 생활과 같은 것으로 본다.
교회 생활이 곧 신앙 생활의 전부라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에 이제 변화가 있어야 한다. 성
도의 신앙 생활은 조직 교회뿐만 아니라 조직 교회 바깥에서도 실천되는 것이다. 성도는
세상에서 하나님의 교회로 부름 받아서 다시 세상으로 보냄 받은 선교사들이다.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교회 안에서 성도들을 잘 가르쳤다. 그러나 이제는 요한복음 17장 예수님의 기
도의 말씀처럼 성도들을 세상으로 보내야 한다. 그리스도인으로 거룩하고 의롭고 평강을 세
우는 삶을 세상에서 살도록 양육하고 훈련시키고 그리고 마침내는 세상으로 파송해야 한
다. 그리하여 상처투성이로 돌아온 성도를 다시 싸매고 치유하고 좀 더 온전하게 무장시켜
세상으로 다시 보내야 한다. 이 때 비로소 ‘교회 중심’이란 말이 제 뜻을 얻게 된다. 나
는 이것이 개혁주의 신앙의 핵심이라 배웠다.
이 점에서 고신은 어느 교단보다 통전적이고 역동적인 신앙생활을 회복할 수 있는 유리한
신학 전통을 가지고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고신은 우상숭배에 대해서 매우 민감하다.
일본의 태양신을 섬기는 일에 대항했고 국기 경례를 하지 못하도록 했고 지금은 단군상 건
립에 가장 적극적이고 헌신적으로 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 마땅한 일이고 옳은 일이다. 하
지만 우상의 범위를 설정하는 일에 협소하지 않는가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눈에 보이
는 우상을 세우는 일에는 민감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우상에 대해서도 우리 모두가 그렇
게 민감한가? 예컨대 유신시절 국가 권력에 대해서 고신은 선지자적 목소리를 내지 못했
다. 신앙의 보수가 정치나 경제와 관련해서도 보수주의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도록 만들었
다. 그러나 이제 변화가 있어야 한다. 고신 전통 속에 면면히 흘려 내려오는 우상숭배에 대
한 강한 거부와 투쟁은 이 시대의 우상인 돈, 지역주의, 오늘날 문화를 지배하는 쾌락주의
와 상업주의, 그리고 교회 안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는 세상의 우상에 대항하는 데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그래야 신사참배 반대 운동, 교회를 다시 세우고자 한 진리 운동, 생활
의 순결을 외치던 고신의 선배들의 신앙 운동이 그야말로 새로운 운동력을 가진 운동으로
거듭날 것이다. 우상 숭배를 거부하는 일과 삶의 전 영역에서 하나님의 주권과 영광을 드러
내고 삶을 회복하는 일만 하더라도 고신 교회가 앞으로 존재할 이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