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 “부활절 풍습, 전통과 행사 위주에서 벗어나야” - 마산제일교회
좌로 치우쳐도 탈선, 우로 치우쳐도 탈선
행사중심은 카톨릭, 사회구제중심은 신신학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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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보 2008-03-19 11:00:31]조회 : 23
부활절, 목회자에게 듣는다 - 마산제일교회 김홍석 목사
부활절 풍습 대부분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유래
“지역 사회에 다가서는 부활절 돼야”
2008년 부활절을 맞아 마산제일교회 담임 김홍석 목사로부터 부활절 전통, 외국 교회와 한국 교회의 부활절에 대해서 들어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 금년 부활절은 다른 해보다 빠른 것 같습니다.
- 그렇습니다. 해마다 4월에 고난주간과 부활절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금년에는 3월 23일이 부활주일이므로 예년보다 빠른 느낌이 듭니다.
△ 왜 해마다 부활절은 다른 날로 지키게 됩니까?
- 성탄절은 매년 12월 25일로 정해져 있지만, 부활절은 해마다 날짜가 바뀌게 되는데, 4세기 초까지 동방교회와 서방교회 등의 지역에 따라서 부활절을 각기 다른 날에 지키다가 니케아공의회에서 ‘춘분이 지난 후의 최초의 만월(滿月) 다음에 오는 주일’로 지키기로 하였으므로 부활절은 매년 3월 22일에서 4월 26일 사이에 지키게 된 것입니다.
△ 교회가 부활절에 전통적으로 했던 일은 무엇입니까?
- 부활절이 되면 주로 세례식을 갖거나 참회자들에 대한 위로, 죄수의 석방, 가난한 자들에 대한 구제, 교역자들에 대한 위안 행사 등을 가졌습니다. 부활절 특별예배와 부활절 칸타타 등으로 찬양예배를 드리기도 하며, 온 교회 성도들이 부활의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 외국에서 경험한 부활절에 대한 인상과 느낌을 말씀해주십시오.
- 2003년 6월 현재 시무하는 마산제일교회에 부임하기 전에는 1996년부터 미국 한인교회에서 시무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생활이 기독교 절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심지어 학생들의 방학도 부활절 방학, 추수감사절 방학에다가 성탄절을 전후로 며칠 간 겨울방학을 할 정도였습니다. 고난 주간과 부활절은 미국인들에겐 상당한 축제적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경우, 토착민이 아니고 이민자들이기 때문에 지방마다 부활절 풍습이 다르다고 보시면 됩니다. 독일 이민자들이 주로 정착한 지역과 영국에서 온 사람들이 정착한 지역의 풍습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 스타일의 꽃 축제가 열리는 지역도 있고, 어떤 도시에선 팬케이크의 날이라고 정한 영국의 풍습에 따라 카니발 성격의 축제를 지내기도 합니다. 미국 교회는 새벽기도회가 없지만, 대개 부활절 아침에는 새벽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많습니다. 어떤 곳에선 찬양대원들이 동트기 전에 노래를 부르며 집집마다 다니기도 하고, 가족들이 함께 양로원이나 가난한 이웃들을 찾아 부활음식을 함께 나누고, 빵에다 흰 설탕으로 십자가를 만들어 선물하기도 합니다.
△ 다른 나라 부활절의 경우도 아는 대로 말씀해주십시오.
- 독일에서는 사흘간의 카니발 후에 긴 사순절을 보낸 후 부활주일을 맞이하는데, 전통적인 퍼레이드와 축제가 개최되어 부활절의 의미를 고조시킨다고 합니다. 겨울을 정리하고 새 봄을 준비하는 의미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한 곳에 모아 태우기도 하고, 아이들은 정원에 숨겨진 계란과 초콜릿 토끼를 찾는 게임을 즐기는데 이런 풍습은 미국 펜실바니아 등지로 그대로 전래되어 제가 살고 있던 지역에서는 아이들이 부활절 ‘에그 헌팅’을 즐겼던 적이 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예수님의 마지막 한 주간을 재현하는 일환으로 십자가 행렬을 갖기도 하고, 불가리아에서는 전통적으로 빨간 계란을 빵 안에다 넣는 부활절 빵을 굽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빵, 계란, 각종 장식, 행사 등 대부분의 부활절 풍습이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유래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한국 교회가 부활절을 어떻게 준비하며, 보내야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이제 한국에 기독교가 전래된 지도 1세기를 지나 2세기를 향하고 있습니다만, 한국적 기독교 문화 정착은 매우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지키고 있는 부활절 풍습은 미국적이거나 기독교적이라기보다는 로마 가톨릭적인 요소가 상당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대형 십자가를 지고 행진하는 등의 행사는 가톨릭교회에서 행하는 성금요일 수난 행렬과 매우 유사합니다. 중세교회 시절부터 성당에서 미사가 끝나면 십자가와 촛불을 앞세우고 도회지로 향하던 풍습에서 유래했다고 볼 수 있죠. 부활절에 흰옷을 입는 것이나 백합꽃으로 교회나 가정을 장식하는 것 등도 성경적이라기보다는 전래된 것입니다. 이제는 한국 교회도 부활절이나 고난 주간에 대한 성경적, 문화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 목회자들이 부활절에 대해서 성도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요?
- 어쩌면 당연하고 기본적인 말처럼 들리겠지만, 무엇보다도 목회자들이 한국 교회 성도들에게 예수님의 부활을 하나님의 말씀에 입각해서 정확하게 가르쳐야 한다고 봅니다. 부활절의 주인공은 예수님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한 인류 구속의 역사를 집중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봅니다. 부활을 다만 관념적으로만 생각하는 교인들에게는 부활의 역사적 사실과 영적인 의미를 함께 가르치는 기회가 될 수 있겠죠.
△ 현재 한국교회는 사순절 기간 및 고난 주간 특별새벽기도회, 부활절연합예배, 십자가 대행진, 부활절 달걀 만들기 및 달걀 전도, 부활절 특별 찬양 등의 행사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부활절 모습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요?
- 이미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가톨릭 교회적이고, 행사 위주로 흐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든 교회 절기가 다 그러하겠지만 부활절도 성도들을 경건 훈련의 기회로 삼는 것은 매우 유익하다고 봅니다. 다만 부활절 기간에만, 특히 고난 주간에만 지나치게 슬픈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제가 어릴 적에만 해도 고난 주간의 교회 모습은 거의 초상집 같은 분위기로 지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예수님의 죽음을 연상케 하기 위해 관(棺)을 들여다 놓는 교회가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우리가 주님을 따라가는 것이지, 예수님의 유일무이(唯一無二)한 그 십자가 사건에 동참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 달력을 보면, 우리가 고난의 금요일로 생각하며 슬퍼하는 날에 ‘Good Friday’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나의 죄를 위해서 십자가에서 죽으신 기쁜 날이라는 겁니다. 여기에서 한국 교회 분위기와는 많이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죠. 고난 주간을 슬픔 일색으로만 보내는 것보다는 영적인 의미를 성찰할 수 있는 기간이 되었으면 좋겠고, 십자가 행진은 다분히 행사를 위한 행사라는 생각입니다.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예수님의 인격과 사역을 본받는 과정에서 받는 고난을 감수하라는 것이지 통나무 십자가를 지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난 주간과 부활절을 경건훈련의 좋은 기회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나치게 감상적(感傷的, sentimental)으로 흐르는 행사들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 교회가 부활절을 의미 있게 보내야 하지만, 부활절이 너무 교회 내에서 머무르는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부활절이 사회와 연관해서 볼 때, 어떤 부활절이 돼야한다고 보십니까?
- 그렇습니다. 한국 교회가 부활절을 의미 있게 보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행사가 교회 자체의 행사인 경우가 많습니다. 성탄절과 함께 부활절은 불신자들에게도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는 기독교 절기입니다. 특히 바로 뒤이어 불교의 사월초파일이 있기 때문에 자주 비교가 되곤 하지요. 거의 전 시가지를 연등 행렬과 각종 불교 행사로 시민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좀 더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부활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자면 찬양 행사를 갖더라도 교회 자체의 찬양 예배에 그치지 말고 시민들이 동참할 수 있는 부활절 칸타타를 준비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보다 더 수준 높은 음악을 선사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고, 여러 가지 섬김과 나눔의 행사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마산제일교회는 부활절을 어떻게 지나고 있는지요?
한국 교회 부활절의 가장 인상적인 면이 부활절연합예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산제일교회에서는 몇 년 전부터 마산시기독교연합회에서 주관하는 부활절연합예배에 시내 다른 교회에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특히 금년에는 우리 교회의 김휘중 집사가 연합찬양대를 맡아 지휘하게 되어 많은 교인들이 찬양대에 적극 참석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교회 연합에 모범적으로 앞장서서 동참하고 있습니다.
또한 불우이웃들을 찾아 약간씩의 구제비를 전달하는 행사도 계획하고 있습니다만, 금년에는 교회 설립 제30주년 특별 사역들과 함께 진행되고 있습니다. 고난 주간인 3월 18일에는 450여명의 목회자들을 섬기기 위해 박종순 목사 초청세미나를 열었으며, 시력이 약한 노인들의 백내장 및 녹내장 안과 수술 지원, 그리고 장기기증운동을 검토하는 동시에 헌혈 행사 등을 준비해오고 있습니다.
이국희 기자 cookie228@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