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개역개정판 성경, 재개정 필요성 대두
크리스챤신문 07.10.13.
한국교회언론회, 개정판 사용중지와 회수 촉구
교단총회서 일부노회가 사용금지 헌의안 제출
지난 9월 열린 장로교단들의 총회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예장합동, 예장대신 총회의 일부 노회가 개역개정판의 사용금지를 요구하는 헌의안을 제출해 개역개정판 성경의 재개정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교회가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개역개정판 성경에 대한 지속적인 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교단 총회가 상정한 사용금지 헌의안에 따르면 개역개정판 성경이 한국의 예배용 표준 성경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고쳐야 할 곳이 5000군데, 잘 번역된 성경을 오히려 틀리게 번역한 것이 700여곳이나 되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 헌의안은 결국 모두 부결됐지만 예장 통합은 성서공회가 바로 잡는 방향으로, 예장합동은 연구위원회를 조직해 검토하기로 했다.
개역개정판 성경은 개정돼 보급된 지 10년째를 맞고 있으며, 16개 교단에서 사용을 결의한 상태다. 또한 개역개정판 성경은 지난 1998년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예배용 성경으로 공식 결정한 뒤 지금은 대다수 한국교회가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세 교단의 헌의안에 따르면 같은 단어의 일관성 없는 번역으로 인한 통일성 혼란, 누락과 첨가, 문법상 오류, 원문 왜곡의 오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창세기 14장 16절의 ‘인민’을 ‘친척’으로 번역해 아브라함을 아주 이기적이며 탐욕적인 인물로 묘사해버린 점, 또는 ‘포도송이가 달린’(민 13:23)은 단수를 나타내는 ‘한 송이’가 맞다는 등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대한성서공회의 한 관계자는 “일부 교단에서 상정된 헌의안 내용은 이미 답한 내용”이라며 “번역 원칙에 따라 오류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번역 작업은 특성상 개정하고 난 뒤에도 미흡한 부분을 수정한다”며 지속적인 번역 작업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와 관련 교계 전문가들은 개역개정판이 한국교회의 예배용 성경으로 결정되기까지 들여온 노력을 지금 당장 폐기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대 변화로 고어투의 말은 현대어로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교계 전반에 형성됐고, 교회의 미래를 생각할 때 큰 테두리 안에서 합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못된 부분은 계속 재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어 변화뿐 아니라 성경 본문 연구가 깊어질수록 성경 번역에 지속적으로 반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개역개정판은 4판까지 출간됐다. 이는 각 교단의 오류나 개정요구를 받아들여 개정번역위원회의 합의 하에 수정된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대한성서공회가 지난 1998년 초판 발행 후 4판째인 개역개정판 성경이 ‘개악’ 수준에 이른다”고 표명했다.
또한 언론회는 “대한성서공회나 감수위원 모두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피해는 성도들과 한국교회가 선교하는 제3국이 될 것”이라며 “개정판 사용중지와 회수가 시급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금의 개역개정판이 된 개역한글판(1956)은 1960년대부터 개정 논의가 시작돼 1983년부터 개정이 시작됐다. 그후 10년간 원고 작업을 거쳐 1993년, 17개 교단에서 파송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성경전서 개역한글판 개정감수위원회가 4년 간 157회의 독회와 토론을 거쳐 개정 원고를 감수했다.
이후 1600명 이상의 교계 인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1998년 개역개정판을 출간했다. 예장 통합은 1999년 총회에서 개역개정판을 공식 사용하기로 했고, 예장 합동도 2005년 사용을 결의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예장 고신과 예장 합동정통이 동참하면서 대다수 교단이 개역개정판을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