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이그나시우스
[고전2000년 - 제1회 이그나티우스의 ‘일곱 서신’] “나의 순교를 막지 말아라”
로마로 압송되는 여정 중 편지…그리스도 교회의 조직·신앙 조명
<종교개혁 선배는 해답을 알고있다>
“우리는 종교개혁의 후손들로서 ‘오직 성경만으로’(sola scriptura)를 고수하고 있다. 성경을 연구하면할수록, 목회를 하면할수록 이 모토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그런데 말씀을 삶의 현장에 적용할 때 실제 직면하는 것은 해석의 문제이다. 해석에 대한 여러 견해들에 있어 우리는 두말할 나위 없이 종교개혁 선배들의 해석의 관점을 따른다. 그들은 성경을 성경으로 해석하기 위해 이전의 선배들을 참고했다. 우리 역시 이전의 선배들이 남긴 귀한 유산들을 살펴보면서 종교개혁자들이 가졌던 귀한 가치관을 갖고자 한다. 그들이 가졌던 큰 감동들을 조금이나마 느꼈으면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직면한 사건에 대해 수년 또는 수십 년 동안 관찰하고 분석하여 서신으로, 책으로 남겼으며, 그것들이 지금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그들이 겪은 경험들과 사건들은 지금 우리들도 동일하게 직면하는 것들이다. 그들이 그것들을 어떤 자세로 그리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또는 후세의 신앙인들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 있는지, 배우고 익히는 것은 정말 귀한 일이 아닐 수 없다.”/라은성 교수
순교를 위해 로마로 압송되어 가는 안티오키아의 이그나티우스의 여정은 사도행전의 사도 바울의 로마 압송을 연상케 한다. 셀루치아 항에서 배를 탄 그와 압송단은 로마로 직항하지 않고 소아시아 연안을 따라가면서 여러 곳을 경유하였다. 집사 필로와 그의 순교 전기의 저자로 여겨지는 친구 아가토푸스가 동행했으며, ‘열 마리 표범’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를 잔인하게 다룬 10명의 군사들이 그를 감시했다.
배가 정박하는 곳마다 그 지역 그리스도인들이 순교하러 가는 이그나티우스 감독을 보러 모여들었다. 서머나에 도착한 그는 감독 폴리캅과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있던 소아시아의 세 도시 에베소, 마그네시아, 그리고 트랄레스에서 온 지도자들을 만났다. 그는 서신들을 이들의 그리스도인 공동체들에 보내, 감독들을 비롯한 성직자들과 합력하고 항상 기도하기 위해 모이라고 권면했으며, 이단에 맞서는 그들을 칭찬하고, 그리고 특별히 가현설을 경고했다.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이그나티우스는 자신의 순교를 막지 말도록 당부하고 있다. 당시에는 이미 상당히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으로 개종하고 있을 때였으며, 이들이라면 그의 형을 면하게 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트로아에 정박했을 때, 그는 빌라델비아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서머나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리고 폴리캅에게 각각 편지를 보냈다.
전승에 의하면 이그나티우스가 로마에 도착한 날은 콜로세움에서 벌어지는 검투 경기 마지막 날인 12월 20일이었다. 그는 곧장 집정관에게 끌려갔으며, 그를 죽이라는 황제의 명령을 받은 집정관은 그를 콜로세움으로 급히 보내 사자 두 마리를 풀어 그를 물어뜯어 죽이게 했다.
이그나티우스의 순교 과정에는 훗날의 전설들이 가미한 것도 있겠지만, 로마로 압송되는 도중에 그가 쓴 일곱 서신들, 곧 에베소, 마그네시아, 트랄레스, 로마, 빌라델비아, 서머나 교회에 보내는 편지들과 폴리캅에게 보내는 편지 들의 진위성은 현대 여러 학자들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그나티우스의 일곱 서신들은 그리스도께서 죽으시고 85년이 지난 시기의 그리스도 교회의 조직과 신앙과 실천들을 조명하는 기록들이 들어 있다는 사실에서 아주 중요한 문서들이다.
■이그나티우스는 사도 요한의 제자 40년간 감독 지켜
테오포루스(Theophorus) 곧 ‘하나님을 지닌 자’라 스스로 일컬은 안티오키아의 이그나티우스(Ignatius of Antioch)는 사도 요한의 제자일 가능성이 크다.
4세기의 역사가 유세비우스를 따르면, 이그나티우스는 사도 베드로와 사도 바울의 지시로 에보디우스를 계승하여 안티오키아의 감독이 되었으며 성실한 목회자로서 40년 동안 이곳에서 감독직을 지켰다.
로마 제국의 황제 도미티안(Domitian, 주후 81-96년 재위)의 박해시기에 이그나티우스는 매일 설교하고, 매일 기도하고, 그리고 매일 금식하면서 양떼들이 용기를 잃지 않도록 돌보았다. 그리고 그는 트라얀 황제(Trajan, 98-117년) 재임 시기에 마침내 순교한다.
주후 115년 겨울을 나기 위해 안티오키아 와 있던 황제 트라얀은 나이든 감독 이그나티우스를 직접 심문하고 그를 죽이라고 명령한다. 그는 로마로 압송되었으며 콜로세움에서 짐승에 찢겨 순교하였다. 전승은 트라얀 황제와 이그나티우스 감독 사이에 이런 말이 오갔다고 전한다.
“이 사악한 자야! 너는 도대체 누구이기에 내 명령을 무시하고 다른 사람들을 파멸로 이끌고 있느냐?”
“어느 누구도 테오포루스를 사악한 자라고 부르지 못합니다.”
“데오포루스라니, 누구냐?”
“자기 안에 그리스도를 지니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면 우리 안에는 대적들을 막아줄 신들이 없다는 말이냐?”
“악마에 지나지 않는 것들을 신들이라고 부르니, 실수하시는 것 같습니다. 신은 오직 하나님 한분뿐이십니다. 그분이 하늘과 땅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창조하셨습니다. 그리고 오직 한 분 그리스도 예수만 계십니다. 나는 오직 그분의 왕국에 들어가기만을 고대할 뿐입니다.”
“네가 말하는 그리스도가 본디오 빌라도가 십자가에 못 박은 그 자냐?”
“예, 그렇습니다. 그 분이 죽으심으로 죄와 죄의 근원을 못 박았고, 그분을 가슴에 지닌 사람들이 악마의 온갖 사악한 것들을 짓밟을 것이라고 선포하셨습니다.”
“그러면, 네 안에 그리스도를 지니고 있다는 말이냐?”
“예, 그렇습니다. ‘나는 너희 안에 너희는 내 안에 있다’고 말씀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 이그나티우스의 ‘에베소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합창단의 일원으로 자신을 여기십시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매여 있을 뿐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위대한 사람처럼 여러분에게 권면하지는 못합니다. 나는 이제 제자가 되기 시작했으며, 여러분에게 친구처럼 말하려고 합니다. 믿음, 인내, 오래 참음, 그리고 훈계로 여러분에게 말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에 대한 사랑이 나를 강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마음에 합할 수 있는 몇 가지를 권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성부의 마음이십니다. 지상의 가장 먼 곳에 있는 감독들은 그리스도의 마음을 가진 자들입니다. …
진심으로 말합니다. 감독의 마음에 합하도록 노력하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에게 합한 귀중한 장로는 감독과 조화를 이룹니다. 그래서 사랑으로 조화되고 일치될 때 예수 그리스도는 높임을 받으실 것입니다. 합창단의 일원으로 자신을 여기십시오. 하나님의 음에 맞추어 부르게 되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성부에게로 한 목소리가 되어 그 분에게 올라갈 것입니다. 그는 여러분의 찬양을 듣고 성자의 일부분이심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흠 없는 연합체로 살아가십시오. 그렇게 되면 야러분은 하나님과 연합하는 기쁨을 누리실 것입니다….
남은 인류를 위해 회개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기도해야만 합니다. 하나님께 연합되도록 말입니다. 여러분의 행위를 보고 그들이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들이 화를 낼 때 참고, 그들이 교만하게 행할 때 겸손하고, 그들이 욕할 때 기도하고, 그들이 잘못을 저지를 때 믿음안에서 인내하고, 그리고 그들이 폭력을 가할 때 친절하십시오. 그들에게 앙갚음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우리의 인내로 인해 그들은 우리가 자신들의 형제임을 느낄 것입니다. 주님을 닮으려고 노력하십시오. 주님은 잘못된 사람들로 인해 고통을 받으셨고, 사취를 당하셨고, 그리고 무시를 당하셨습니다.
육신과 정신의 모든 순수함과 건실함은 오직 그리스도 안에 있습니다.
※ 글쓴이 라은성 교수는
고신대학교(B.A)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M.Div, 구약신학), 미국 커버넌트신학교(Th.M, 성경신학)와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Th.M, 역사신학), 남아공 프레토리아대학교(Ph.D, 역사신학)에서 수학하고 현재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역사신학 교수로 재직하며 총신대학교신학대학원 등 여러 곳에서 역사신학을 강의하고 있다. 라 교수는 특히 중세교회사와 관련한 많은 논문들을 발표하였으며, ‘교회사에 나타난 이단과 정통’(그리심, 2001), ‘기독교 역사가들’(이레서원, 2002), ‘르네상스와 종교개혁’(그리심, 2002), ‘로마가톨릭주의와 복음주의’(그리심, 2003), ‘위대한 여인들의 발자취’(그리심, 2005) 등 많은 책을 번역하거나 저술하였다.
(사진설명=순교자 이그나티우스)
김은홍 기자 등록일 2005-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