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동정] 신학교들의 운영 방향과 관심
번호 : 274 등록일 : 2005-04-13
(분석) 신대원 분립운영이 대세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 커리큘럼 필요
“이번 이사회에서는 아마 신대원의 단설대학원 분립안건이 논의될 것으로 봅니다”
제54회 총회가 결의한 신대원의 단서대학원 설립 건이 조만간 학교법인 고려학원 이사회에
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총회장 명의로 임시이사회에 단설대학원 분립을 허락해달라고 요
청해 달라는 공문을 단설대학원 설립 추진위원회(위원장 김용구 목사)가 법인 사무국에 발
송했기 때문. 교육인적자원부의 임시이사 파송으로 학교법인 고려학원이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정이사체제로의 전환 이후에나 논의가 가능하리라던 예상을 벗어난 단
설대학원 설립 추진위원회의 전격적인 행보다.
그러나 통과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임시이사회가 책임을 질만한 결정에 대해서는 신중
한 태도로 장고를 거듭했던 지금까지의 관례로 보아, 단설대학원 분립 요청 안건도 그대로
사장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설대학원 추진위는 이번 안건의 상정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얻을 것
으로 보인다.
먼저 교단 내 여론의 직접적인 전달효과다. 임시이사 파송 사태를 겪으며 교단 내에 팽배해
진 “신대원을 고신대에 함께 묶어두는 것은 안 되겠다. 어떡하던 따로 떼어내야 한다”는
여론을 교육부에 그대로 전달함으로써 교단의 의지를 재확인할 수 있어서다.
다음으로는 안이 여러 갈래로 나눠져 있는 학교법인 미래와 관련한 방향성 부분에서 교단
내 여론을 일정부분 결집할 수 있는 효과다. 공통된 부분인 신대원 분리 운영을 강력하게
제기함으로써 다른 부분에서의 논의 자체를 용이하게 전개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이는 까
닭에서다.
총회 결의도 그렇고, 교단 내 여론도 그렇고 신대원은 분립운영이 대세를 이뤄가는 느낌이
다.
신대원의 커리큘럼은 계속 변화하는 중이다. 대폭적인 커리큘럼의 변화가 이뤄졌던 시기는
2001년. 2001년 3학년 2학기와 2000년 3학년 2학기의 교과과정표를 비교해보면 2001년 3학
년 2학기에 선택 4학점이 증가하여 선택 8학점이 된 것을 볼 수 있다. 양적인 면에서 두 배
로 증가한 수치다.
2005년도에는 질적인 면에서 상당한 변화를 이뤘다. 필수 및 선택과목을 각각에 맞게 세분
화한 것이다. 교육(교회교육, 성경교수법, 영유치교육, 유초등부교육, 청소년교육, 청년대
학부교육, 장노년부교육), 상담(목회상담원론, 상담실습, 상담사례연구, 가정사역, 청소년
상담), 전도(전도와양육, 개척교회론, 특수전도, 전도전략과실제, 전도학 및 실습, 제자훈
련), 선교(선교실습, 선교동원, 교회개척론, 선교현장실습, 공동체훈련) 등의 교과목이 바
로 그 것.
커리큘럼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목회현장의 요청이다. 일관된 목회현장에서의 지적은
“너무 아카데믹하다”라는 것.
“학자적으로는 잘 키웠는데 실제 목회현장에서는 서툽니다. 다 새로 배워야하고, 졸업하자
마자 세미나 찾아다녀야 하고, 설교 구성도 다시 배워야 하고…. 나 자신부터 졸업하고 나
서 세미나를 많이 찾아다녔습니다. 학자로는 키워졌는데 담임목사로서의 소양, 그런 것이
부족해서였지요”(A담임목사, 54세)
이 정도로는 안 된다는 좀 더 강한 목회 현장의 요구도 들려온다.
“사역현장은 신학을 논하는 현장이 아닙니다. 교회 현장은 예수의 제자를 만드는 현장입니
다. 신대원생을 보면 기도의 능력은 많이 섰는지 모르겠지만 (이것도 아직 부족하긴 합니
다) 의사소통의 능력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설교, 행동, 편지 등이 모두 넓은 의미에서 커
뮤니케이션입니다. 바로 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보수 신학한 사람들에게서 약한 것 같습니
다. 자기주장은 반대로 강하고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커리큘럼이 재
조정돼야 합니다.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등을 교양과목으로 충분히 넣을 수 있습니다”(B담
임목사, 42세)
신대원은 목회현장의 이러한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신대원의 커리큘럼 초점은
영성강화에 맞춰져 있는 듯 하다. 목회현장의 다양한 요구는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3년이
란 짧은 기간 동안에 현장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켜줄 수 없기 때문에 대신 기본에 충실하겠
다는 것. 기본이 잘못되면 그 위에 아무리 많은 것을 쌓아올리더라도 부실공사가 되기에 기
본이라도 확실하게 다져야 한다는 믿음 때문인 듯 하다.
“현장에서 그렇게 요구할수도 있겠지만 저희들 생각은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신대원 3년
과정이 단순히 기술전수하는 테크닉 과정이라 생각하면 곤란하고, 방대한 신학의 기초를 닦
아나가는 기간입니다. 더군다나 1주일 중에 화 수 목 금(반일)만 공부하는 상황에서, 또 교
회 봉사하는 바쁜 가운데 기초를 닦는 것만으로도 3년은 짧은 기간입니다. 그게 부족하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설교하는 거나 뭐든 기초가 부족하면 이단에 흔들릴 수
있고, 균형 잡힌 교인들 교육이 안 되고, 건강한 교회가 될 수 없습니다. 기초를 닦는 게
중요합니다. 제자훈련을 어떻게 해야 하고 그런 거보다는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 이런 가장
기본적인 것을 깊이 심어주어야 합니다”(한진환 신대원장)
천안 신대원의 선택과목이 많이 늘어났다고는 해도 다양성 부분에 있어서 총신에 비해서는
조금 작고, 장신에 비해서는 개설과목수가 절대부족하다. 천안 신대원의 선택과목수는 53
개, 총신 신대원의 선택과목수는 64개이지만, 장신 신대원의 선택과목수는 215개나 된다(장
신 신대원의 경우는 필수과목이 극도로 적고 교과목의 대부분을 선택과목에서 수용하고 많
다).
신대원이 선택교과목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방법은 현대목회과정의 활용.
이 시간에 신대원은 다양한 목회자를 초청해 2시간동안 자기가 가진 것을 다 쏟아내게 한
다. 초청대상은 구분이 없다. 성공한 목회자뿐만 아니라 개척교회 목사들도 초청해서 이야
기를 듣고 있으니까. 예비 목회자들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이 과정은 타 신대원에서도 도입할 정도로 평판이 높은 강좌가 됐다.
일선목회 현장에서는 이와 관련해 더 다양한 경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꼭 목회자뿐만 아니라 신앙인들을 초청해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합니
다. 우리 주변에 참 신실한 성공한 신앙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선지동산’이라는 사관학
교라는 개념에서 탈피, 일반 평신도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천안 신대원이 타 교단의 신대원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은 소수정예제도. 신대원이 자랑으
로 삼고 있는 소수정예 엘리트 교육의 성과는 목회현장이 요구하고 있는 이들이 목회현장으
로 나가서 현장에 설 때가 아닌, 기본기에 충실한 이들이 목회현장에서 2, 3년의 적응기간
을 거쳤을 때 나타날 듯싶다. 때문에 일선교회의 평가역시 신대원을 졸업할 당시가 아닌,
2, 3년의 적응기간을 거친 후로 연기되어야 할 듯하다. 물론 2, 3년 뒤에도 타 신대원 졸업
생들과 비교해 평가가 높게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때에 커리큘럼은 재조정되어야 하겠지만.
■ 이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