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조직신학 (Oliver Buswell) 번역출간
성경강해집처럼 친근 술술 읽히는 조직신학
평신도라도 기독교 교리를 쉽게 접하게 하는 책은 없는가? 일반적으로 구미 국가의 책들은 물론 한국어 역본을 보면 신학생과 목사라도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멀게만 느껴지게 하는 책들이 바로 조직신학이 아닌가 싶다. 최근 좀 더 대중에게 가까이 하면서 기독교 핵심 진리를 설명하려는 노력이 발견되기는 하지만, 기독교 신학 전반에 대해 일괄적으로 다루면서 평신도라도 가까이 하게 하는 책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러한 일반인을 포함한 신학도의 욕구를 채워줄 책이 발간되었다. 31세에 미국 휘튼대학의 총장으로 취임하였으며 나중에는 커버넌트신학교의 학장을 역임한 보수 신학자 올리버 버스웰의 ‘조직신학’이 바로 그것이다.
두 권으로 된 이 책은 사변적인 형식으로 기독교 신학을 전개해 온 기존의 저술 형식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쉬운 언어로 심오한 기독교 신학을 누구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책을 읽으면서 벅찬 감격을 느끼기를 아예 포기했던 사람들이라면, 이제 생각을 바꾸어도 좋을 것이다. 특히 제2권의 그리스도의 인격을 다루는 부분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아마도 자기도 모르게 독서삼매경에 빠지게 되어 어느덧 한 두 시간은 금방 지나간 듯 느껴질 것이다. 보통은 중간에 그만 책을 덮게 하지만, 이 내용을 읽는 순간 마치 영화 한 편 보는 것처럼 쉽게 빨려드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민감하고 복잡한 교리적인 내용을 분석하여 설득하기 보다는,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느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윽박질러서 지식을 강요하듯 하지 않고 감동을 받게 하여 교리를 알게 한다. 막막한 교리책에 무감동한 이들은 이 책을 읽어볼 만 할 것이다. 특히 벌코프의 ‘조직신학’에서 아쉬운 부분을 느낀 이들은 아마 이 책이 벌코프의 보충적 교재임을 발견할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주제에 따라 성경의 파노라마를 펼쳐놓은 듯 하다는 점이다. 조직신학이 아닌 성경신학 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성경을 근거로 신학적 주제를 설명하고 있다. 성경원어까지도 세세하게 분석하여 성경이 말하는 진리를 평이하게 서술하여 각 주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당연히 성경 강해집을 보는 듯하게 하여 독자로 하여금 각 교리 주제에 편하게 다가가게 하며, 또한 감동도 역시 갖게 한다. 글 내용 곳곳에서는 적절한 예화를 곁들임으로써 글을 진부하게 이끌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종래의 조직신학에서 전하고자 하는 기독교 핵심 교리를 빠짐없이 전달하고 있다. 하나님의 속성, 삼위일체론 등을 기술하면서 가능하면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노력한 흔적을 발견하며, 너무 사변적이거나 특별히 언급할 필요없는 소모적인 언어의 유희처럼 보이는 내용은 과감하게 포기하는 등,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주제만 집중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여느 보수주의 신학자와는 달리 사회윤리적인 관심을 인간론에서 잘 표현하고 있으며, 이는 구원론을 다루면서 그 절정에 이르고 있다. 칭의와 성화를 유기적으로 적용하여 참된 의인이라면 거룩한 삶을 살게 되어 있다고 언급할 정도로 기독교인의 윤리 실천적인 삶을 당연한 것으로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태복음 7장 21-23절을 인용하면서 신앙고백자체가 구원에 이르게 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완전주의는 반대하면서도 “사악한 삶으로 간주되는 자는 분명히 중생한 자로 여겨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할 정도로 종래의 구원론에서 다른 것보다 훨씬 강력하게 윤리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침례의 부당성을 성경(원어)적으로, 지리적으로 분석하여 설득력있게 세례의 정당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이 부분은 벌코프의 ‘조직신학’보다 훨씬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다만, 교회론에서 교회의 본질, 칼빈의 관심을 기울인 ‘보이는 교회’의 중요성, 그리고 교회와 국가의 관계 등을 할애하지 못한 측면, 그리고 상대적으로 종말론을 지나치다 할 만큼 비중있게 다룬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을 상쇄할 정도로 기독교 신학을 평이한 언어로 기술하고 이를 성경으로 뒷받침한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신약신학의 거두인 브루스(F. F. Bruce) 박사가 이 책에 대해 이렇게 논평한 바 있다. “이 책은 철두철미하게 성경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성경을 권위를 믿고 서술하였다. 아무쪼록 이 저서가 복음주의 신학 대학에서 교재로 채택되어 사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더하여, 목회자를 비롯하여 일반 평신도들도 읽음으로서 오늘날 교회를 경시하는 풍조 속에서 기독교의 교리를 다시 천명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권문상·박찬호 옮김, 웨스트민스터 출판부 펴냄)
김은홍 기자 등록일 2005-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