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의 입장. 사도신경 주기도문
번호 : 296 등록일 : 2005-06-15
(분석)주기도문·사도신경 재번역 바르게 되었나?
사도신경 평가는 주기도문 보다 후한 편
주기도문 재번역에 대해 “현행 주기도문이 재번역 보다 훨씬 낫다”는 등의 혹독한 비판
이 제기되는 것에 비하면 사도신경 재번역에 대한 신학자들의 평가는 비교적 후한 편이다.
“사도신경 부분은 대체로 잘 된 것 같다”(유해무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훨씬 더 나아
진 번역이다”(고영민 천안대 부총장)
한기총과 NCC 두 기관의 주기도 사도신경 재번역 특별연구위원회(위원장 이종윤 목사)가 최
종 합의한 사도신경 재번역문은 현행 사도신경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논란이 됐던 부분은 현행 ‘그 외아들’의 번역 부분. 현행 사도행전에서 ‘외아들’로 번
역하고 있는 라틴어 ‘Filium’(유일하신 아들) 또는 헬라어 ‘휘온 톤 모노가네’(독생하
신 아들)에 관한 번역이 적당하냐에 대한 판단에서부터 논란은 시작했다.
재번역에서 이를 ‘유일하신 아들’이라고 번역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해무 교수는 ‘유일
하신 아들’보다는 ‘독생자’로 번역하는 것이 그 의미를 제대로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
다. ‘하나님의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라는 의미를 잘 살리기 위해서는 ‘외아들’ 또는
‘유일하신 아들’이라는 표현 보다는 헬라어 원본을 따라 ‘독생자’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반해, 고영민 부총장은 현행처럼 ‘외아들’을 지지했
다. 라틴어역의 ‘유일하신 아들’을 헬라어와 연관시키게 되면 신약성경에 있는 그리스도
에 대한 여러 명칭들과 ‘모노게네스’를 비롯한 명칭 문제 등 매우 복잡한 문제들이 생겨
나게 되므로, 라틴어역을 따라 ‘유일하신 아들’로 하는 것이 좋은데, ‘유일하신 아들’
이라는 명칭 못지않게 ‘외아들’이 그리스도의 독창성을 강조해줌과 아울러 우리말에 익숙
해져 있는 개념의 명칭이므로, 굳이 고치기보다는 ‘그 외아들’을 ‘그의 외아들’로 바꾸
는 것으로 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번역위가 이를 ‘유일하신 아들’로 번역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행 ‘외아들’
이 정확한 번역이 아니라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헬라어역에 따라 ‘독생하신 아들’
로 번역할 경우에 생길지도 모르는 복잡한 문제를 판단, 라틴어역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재번역의 주된 목적이 그리스도의 명칭 규명이나 기독론의 전개가 아니므로, 라틴어역에 따
라 ‘유일하신 아들’로 번역하더라도 그 의미전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고려한 것.
실제로 불어역의 ‘Fils unique’는 유일하신 아들이다.
또 다른 논란의 주된 내용은 주격으로서 ‘나는’이 어디에 위치하느냐의 문제다.
재번역은 ‘나는…’이라는 주격을 맨 앞으로 옮겨왔다. 사도신경이 고백자인 ‘내’가 고
백하는 주관적 신앙의 내용이기 때문에, 나를 먼저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판단에서다. 라
틴어, 헬라어, 영어 역시 모두 ‘나는’이라는 주격이 맨 앞에 나오는 상황.
유해무 교수는 재번역에서 주격이 맨 앞에 나오는 것에 찬성을 표했다. 원문의 번역으로
볼 때나 신앙 고백문으로서의 사도신경을 생각할 때, ‘나는…’으로 시작하고 ‘믿습니
다’로 끝맺는 형태가 알맞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고영민 부총장은 현행 ‘내가 믿사오며’라는 번역을 선호했다. 번역적으로는 ‘내
가’가 앞에 나오는 것이 맞지만, ‘당신의’ 라는 2인칭 주어가 한국인에게 낮춤어의 느낌
을 주듯이 ‘나’를 앞에 두는 것은 우리 정서에 어울린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하나님의 칭호
를 언급한 후 ‘내가 믿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이 예의바르고 겸허한 표현이라는 설명이
다. 또 다음 문장의 연결을 위해서는 ‘내가 믿사오며’로 두 문장을 이을 수 있으므로, 현
행 사도행전의 ‘내가 믿사오며’가 더 나은 번역이라는 지적이다.
현행 ‘거룩한 공회’로 번역되는 부분도 논란의 대상이다.
라틴어로 ‘sanctam ecclesian catholicam’, 헬라어로 ‘하기안 카톨릭켄 에클레시안’은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보편적, 공동적, 카톨릭 교회’라는 의미. 여기서 카톨릭은 물론 오
늘날의 로마 카톨릭이 아닌, 동서 교회 분리 이전 정통교회라는 개념으로 사용되던 용어.
위원회는 이를 ‘거룩한 공교회’로 번역했다.
유해무 교수는 ‘거룩한 공교회’라는 번역에 찬성했다.
반면, 고영민 부총장은 이를 ‘거룩한 공회’ 만큼이나 낯선 조어라고 지적하며, ‘거룩한
교회’를 제안했다. 거룩한 교회가 주님께서 의도하셨던 바로 그 교회이자, 전세계 교회가
추구해야할 오직 하나의 교회라는 이유에서다.
재번역에서 각주로 표기된 ‘장사 되시어 지옥에 내려가신지’는 사도신경의 오랜 논쟁거리
다. 재번역위원회는 논의 끝에 이를 각주로 표기하기로 했다. ‘‘장사 되시어 지옥에 내
려 가신지’가 공인된 원문(Forma Recepta)에는 있으나 대다수의 본문에는 없다’라고.
유해무 교수는 이에 대해 분명하게 “틀림없이 연옥 문제 때문에 삭제했을 것으로 본다. 그
러나 나는 악의 세력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승리에 도취된 순간에 부활로
말미암아 악의 세력이 경악하는 것으로 이를 이해 한다”며 이를 본문에 기재할 것을 제안
했다. 현행 주기도문은 이같은 논란과 관련하여 본문에 기재도, 각주로 표기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주기도문 재번역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학자들도 사도신경 재번역에서는 일정 부분 공감하
는 부분이 많다.
현행 ‘저리로서’를 ‘거기로부터’로, ‘오시리라’를 ‘오십니다’로, ‘다시 사는 것’
을 ‘부활’로, ‘잉태하사’를 ‘잉태되어’의 수동태로, ‘마리아에게 나시고’를 ‘마리
아에게서 나시고’로, ‘장사한지’를 ‘장사되신지’로, ‘산 자’를 ‘살아 있는 자’
로, ‘교통’을 ‘교제’로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고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 그
래도 역시 재번역문에 대한 비판은 남아 있었다.
유해무 교수는 사도신경 재번역이 대체로 잘 됐음을 인정하면서도, 추가적으로 손질해야할
부분을 지적했다.
먼저 존칭어 부분. 유해무 교수는 “반드시 존칭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번역의
‘그의’는 ‘그 분의’로, ‘그는’은 ‘그 분은’으로, ‘성령’은 ‘성령님’으로 번역
되어져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다시 살아나셨으며’라는 표현. 그는 ‘부활하셨으며’로 압축하는 것이 올바
른 해석이라고 말했다. 성경에서 ‘부활’이라고 쓰고 있는 것을 굳이 ‘다시 살아나셨으
며’로 쓸 필요가 있느냐는 것.
세 번째는 ‘죄를 용서 받는 것과’라는 번역보다는 ‘사죄와’라는 번역이 적합하다는 주
장. 유 교수는 앞뒤의 ‘거룩한 공교회와 성도의 교제와 죄를 용서 받는 것과 몸의 부활
과’에서 보듯, ‘죄를 용서 받는 것과’보다는 ‘사죄와’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단순한
명사문장으로서 일관성 있는 표현이 더 낫다는 이유에서다.
고영민 부총장은 재번역문의 첫째 단락부터 수정을 요구했다. 재번역에서 ‘전능하신 아버
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주’로 표현하고 있는 부분보다는 현행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라는 표현이 오히려 원문에 더 가깝다는 지적이다.
사도신경 첫 부분에서 강조하려고 하는 것이 ‘하나님’이고, 라틴어 원본에서는 하나님을
강조하기 위해 대문자로 표시하고 있는 반면에 헬라어본과 영어 번역본에서는 ‘전능하신
자’와 ‘천지를 창조하신 자’에 관사를 첨가하지 않음으로써 하나님을 동일하게 수식하
는 형용적 명사임을 나타내 보여주고 있으므로, 현행 표현이 더 적당하다는 이유다.
고영민 부총장이 지적하는 두 번째 부분은 현행 ‘몸이 다시 사는 것’을 ‘몸의 부활’로
번역한 곳. 고 부총장은 라틴어 ‘resurrectionem’과 헬라어 ‘아나스타신’은 ‘다시 살
아나는 것’을 의미하므로, 재번역이 몸의 부활이라고 올바르게 번역하고는 있지만, 기존
의 기도문을 그대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칙과 자연스러운 음률, 뒤의 영생이라는 말
과의 차별성을 고려할 때 현행대로 ‘몸이 다시 살아나는 것’으로 번역하는 것이 더 낫다
고 주장했다.
현행 ‘영원히 사는 것’을 ‘영생’으로 재번역한 것과 관련해서도 그는 원문이 미래에 전
개될 영원한 삶의 지속성을 의미하는 ‘영원히 사는 것’이라는 표현이므로, ‘영원히 사
는 것’이 영원히 사는 개념을 의미하는 ‘영생’보다 더 적합한 번역이라고 말했다. 위원
회와는 상반되는 개념.
사도신경 번역과 관련해서는 또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유 교수는 사도신경의 번역과 관련해서 “구조상 사도신경은 3부 12개 조항으로 나뉘어져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삼위 하나님 고백이고, 사도란 의미에 맞게 12개 조항을 맞추는 일
이다. 이는 구조상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암송을 맞추기 위해 운율을 맞추는 작업
도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바로 신학적 번역의 중요성과 함께 음운론적인 번역의 중요성을 나타낸 말이다.
각 교단에서 한기총 NCC 주기도 사도신경 재번역 과정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62명(위원회
발표). 각 교단 학자와 목회자를 모두 망라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한기총 실행위에서 주
기도문 사도신경 재번역문이 별다른 논의 없이 통과된 것도 이 때문. “이미 교단 파송 신
학자와 목회자들이 검토한 것이 잘 된 줄 알고” 통과된 것.
그러나 개인 자격으로 위원회에 두 번 참석했던 정훈택 교수(총신 신대원)는 “한기총에
와 있는 사람들이 개인자격으로 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마 그래서 교단의 안을 책
임 있게 말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라고 위원회 구성에 이의를 제기했다.
여기에 더해 위원회에 예장 합동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재번역문 채택에 있어 큰 마
이너스 요인이다. 신학적인 사안에 있어 예장 합동 및 고신의 채택여부를 보고 움직임을 결
정하던 보수 교단들에게 있어 이는 큰 변수.
이제 공은 각 교단 총회로 넘어가게 됐다. 한기총 NCC 주기도 사도신경 번역위원회가 최종
합의안을 각 교단 총회에 허락해 달라고 상정했기 때문이다. 오는 9월 각 교단 총회가 어
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 이호욱 기자
■ 주기도 사도신경 재번역 경과
1. 2002년 9월 예장 통합 제87회 총회. 서울노회(노회장 이종윤 목사)서 주기도 사도신경
재번역 헌의. 재번역위(위원장 이종윤 목사) 구성 및 1년간 연구토록 결정.
2. 2003년 9월 예장 통합 제88회 총회. 재번역안 채택 보류, 한국교회가 통일된 주기도 사
도신경 사용할 수 있도록 힘쓰기로 결의.
3. 2004년 6월 18일 한기총 재번역 전문위(위원장 이종윤 목사) 구성. 6차례 모임
4. 2004년 9월 10일 NCC 특별위원회(위원장 이종윤 목사) 구성. 3차례 모임
5. 2004년 12월 3일 한기총 전문위 NCC 특별위 주기도 사도신경 새 번역안 도출
6. 한기총 실행위 새로 번역된 주기도 사도신경 각 교단 총회서 다루도록 회원교단에 제안
7. 2005년 5월 기하성 총회 주기도 사도신경 새 번역안 임원회 및 실행위에 일임
■ 현 행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를 믿사오니, 이는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시고,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 장사한 지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
아나시며, 하늘에 오르사, 전능하신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저리로서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성령을 믿사오며, 거룩한 공회와,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과, 죄를 사하여 주시는 것과,
몸이 다시 사는 것과, 영원히 사는 것을 믿사옵나이다. 아멘
■ 사도신경1) 재번역
나는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주를 믿습니다.
나는 그의 유일하신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습니다.
그는 성령으로 잉태되어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시고,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아 십자
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장사된 지2)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시고,
거기로부터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십니다.
나는 성령을 믿으며,
거룩한 공교회와
성도의 교제와
죄를 용서 받는 것과
몸의 부활과
영생을 믿습니다. 아멘
1)‘사도신조’로도 번역할 수 있다.
2) ‘장사되시어 지옥에 내려 가신지’가 공인된 원문(Forma Recepta)에는 있으나 대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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