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나비효과 - 절대예정 절대주권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자료
[만물상] 폭염(暴炎) 예보
김태익 논설위원 tikim@chosun.com
입력 : 2004.07.16 18:30 44" / 수정 : 2004.07.16 18:57 50"
남미 페루에서 멸치가 품귀현상을 보이면 태평양 건너편 일본의 두부 값이 오른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1973년 일본의 두부 값이 2~3배 폭등한 적이 있었다.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쪽 태평양의 뜨거운 바닷물이 남미 쪽으로 이동을 하면(엘니뇨현상) 페루 앞바다의 밑바닥 층에 차가운 해수(海水)의 공급이 끊긴다. 이에 따라 바다 밑에 축적돼 있던 영양분의 공급이 감소하면서 페루 앞바다에선 멸치떼가 사라진다. 사료로도 쓰이는 멸치가 품귀현상을 보이면 자연히 또 다른 사료원(源)인 콩의 수요가 늘면서 콩으로 만드는 두부 값도 덩달아 오르는 것이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도 있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의 논문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주에 발생한 토네이도의 원인이 될 수 있을까’에서 유래했다. 나비의 날갯짓 같은 미세한 공기 흐름이 진동을 만들고, 그 작은 파동의 증폭이 태풍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구 한쪽의 자연현상이 얼핏 보면 아무 관계 없어보이는 먼 곳의 자연과 인간의 삶에까지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얘기할 때 드는 사례들이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가 이번 장마가 끝난 후 사상 최악의 폭염(暴炎)이 올지 모른다고 경고하면서 그 근거로 올봄 티베트고원의 적설량이 예년보다 적었다는 점을 들었다. 한반도에서 4000㎞나 떨어진 히말라야산맥에 봄눈이 얼마나 왔나가 한국인들의 여름철 삶의 조건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30년간 티베트고원 적설량과 한반도 여름철 기온·강수량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 0.7의 높은 상관도가 나왔다. 서울이 50년 만의 최고 기온(38.4도)을 기록했던 1994년은 티베트 적설량이 최하였던 해 중 하나였다.
“괴롭던 장마가 즘즘하더니 찌는 듯한 더위가 또다시 괴롭게 한다. 매미는 덥다 못하여 ‘맵다’고 운다. 돈 있는 친구들은 산골짜기로 바위 틈으로 뺑소니를 친다. 한가한 양반들은 더위를 피하여 냇가로 숲속으로 기어들어간다. 그래서 쫓기지도 않고 피할 줄도 모르는 사람들만이 이 더위의 속맛을 혼자 맛본다.”(설의식 ‘찌는 더위와 땅’)
최악의 폭염이 예고되면서 직장마다 스페인식 낮잠시간 제도를 도입하자든가 반바지 출근을 허용하자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제일 좋은 건 히말라야 정상에서 기설제(祈雪祭)라도 지내는 것일지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마음의 화(火)를 줄이고 더위의 속맛을 즐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