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이제, 은퇴목회자 노후를 생각하자 (1) - 고신기관지
번호 : 223 등록일 : 2004-06-24
글싣는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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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교파 대책- 로뎀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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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총회 차원의 대책
(3) 타 교단의 대책
2004년 6월 22일 기준으로 은급기금 수혜자 3명(장애은급금 2명 포함). 최초의 수혜자가
나온 지 3년이 흘렀지만, 아직 총회 은급기금 수혜자 수에 큰 변화는 없다. 총회 은급제
가 실시된 것이 1994년. 아직 역사가 일천한 까닭에 본격적인 수혜자가 나오지 않은 까닭
이다.
따라서 94년까지는 총회적으로 은퇴목회자를 위한 어떠한 장치도 마련된 것이 없었다는 이
야기가 된다. 그래도 도시 목회자 중 교회 규모가 중형규모 이상일 경우는 교회에서 은퇴
목회자를 위한 별도의 준비를 마련해주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었을 수 있다. 문제는 도시
의 미자립교회 또는 소규모교회, 농어촌교회 은퇴목회자의 경우에 발생한다. 평생을 목회
에 전념한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남은 여생을 기도하며 묵상하며 보낼 수 있는 편안한
여생이 아니라, 당장 묵을 곳과 입을 것과 마실 것을 염려해야 하는 고난한 여생이다.
은퇴목회자 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10년 전인 1994년 한 해 평균 10여명에 불과하던
은퇴목회자 수는 올해 20여명(예상치)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리고 이 수치는 수 년
내에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벌써 교단적으
로 2세대가 은퇴할 시점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1세대가 은퇴할 시점과 비교해서 2세대가 은퇴할 시점에 와서도 총회의 은퇴목회
자 대책에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제는 은퇴목회자, 특히 도시 미자립교회, 소규모교회 또는 농어촌교회 은퇴목회
자를 위한 총회 차원의 논의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총회에서 반강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은급제가 수혜자 원칙에 입각해 운용되고 있으므로, 은급제 가입 여력이 없는 이들
도시 미자립교회, 소규모교회 또는 농어촌교회 은퇴목회자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까닭이다. (편집자)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무료로 살 집을 준다니요? 그게 어디 믿기는 일입니까?”
광고를 보고 반신반의하면서도 일단 로뎀의집 건축현장을 찾았던 이정희 전도사(여, 74세)
는 아예 그 길로 짐을 싸들고 의성으로 내려왔다. 아직 지어지지도 않은 집을 가리키며
“저건 내 것입니다”라고 했던 그녀의 접수번호는 2번이었다.
그녀는 그래도 요것조것 다 재고 로뎀의집을 찾은 경우. 접수번호 1번이자 첫 번째 로뎀의
집 입주자인 강달원 목사(87세)는 선택이 달리 있을 수 없었다. “나야 뭐 집도 없는데 그
냥 짐 싸들고 온 거지. 믿고 자시고 할 거 없이”
그런데 정말이었다. 정말로 돈 한 푼 없이 새집에 입주한 것이었다. 로뎀의집 입주자를 놀
라게 한 일은 그들이 입주한 후에도 계속 됐다. 자신들에게 무료로 집을 준 것도 고맙고
믿기지 않는데, 매달 20만원씩의 생활비가 그들에게 지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또 얼마 지
나지 않아서는 쌀 20kg(대일교회 제공)도 지원되기 시작했다. 고맙고 감격스런 일의 연속
이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한적한 시골에서는 그래도 노부부들이 살 수 있는 수준이다.
경북 의성에 위치한 로뎀의집은 농어촌교회 은퇴교역자를 위한 무료시설이다. 이곳의 입주
자 자격기준은 다른 것이 없다.
오로지 농어촌 교회에서 목사로, 전도사로 봉사하다 은퇴한 사람이면 족하다. 교단을 따지
지도 않는다. 로뎀의집 자체가 초교파시설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현재 입주자는 11채 주택
에 맞춰 모두 11가정. 로뎀의집은 고신 출신 교역자가 4명(목사 3명, 전도사 1명)이나 입
주해 있다. 출신 교단별로 보면 가장 많은 프로테이지다.
로뎀의집은 입주시에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주택은 무료로 제공된다. 입주자는 단지 각
서 한 장만을 작성하면 된다. 로뎀의집이 마련한 질서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입주자들의 사생활은 철저히 보장된다. 주택 한 채당 한 가구가 입주하는 것도 사생활 보
호를 위해서다. 입주자는 소일거리로 텃밭을 가꾸기도 하고, 산책을 하기도 하고, 예배당
에서 하루 종일 기도를 드리기도 한다. 그들의 사생활은 철저하게 보장된다.
로뎀의집의 특색은 예배당에 있다. 주택 10채, 11채라는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의성
은 물론, 이번에 완공된 순창 로뎀의집에도 예배당이 있다. 특히 순창은 은퇴 교역자들의
불편한 걸음걸이를 감안, 예배당이 1층에 마련됐다. 이유는 교회에서 은퇴교역자를 싫어하
고, 부담을 느끼기 때문. 은퇴교역자가 담임목회자와 다른 목회철학을 이야기함으로써 교
회의 분란을 초래하거나 출석하는 은퇴 교역자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을 교회가 느낀다
는 것이다. 따라서 로뎀의집 내에 마련된 로뎀의집은 괜히 멀리 있는 교회에 나가서 눈총
을 받느니 은퇴교역자들끼리 편안하게 예배드리시라는 작은 배려다. 입주 은퇴교역자들도
예배당으로 인해 자부심을 느낀다. 자신들의 보금자리가 ‘항상 깨어 기도하는 기도의 제
단’이라는 자부심이다.
로뎀의집은 주택 1채당 12평 규모다. 조금 작은 듯도 해보이나 노부부만으로 이루어진 가
정임을 생각하면, 결코 작은 규모는 아니다.
건물 모양은 두 가지다. 하나는 철근콘크리트 단층이고, 다른 하나는 요즘 유행하는 2층
비닐사이딩 모양이다. 나중에 입주할수록 더 이쁜 집을 갖게 되는 것이 이곳의 특징 아닌
특징. 돈이 많아서 한꺼번에 모든 건물을 지은 것이 아니다보니 한 채 한 채 지을 때마다
가장 적합한 모델을 찾아온 까닭이다.
로뎀의집 입주자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의료혜택에서 소외돼 있다는 것. 갑작스런 질
병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은 물론, 평상시에도 각종 노인성 질환에 대해 그냥
고통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입주자 대부분이 연고가족이 없는 관계로 치료비는 엄두
도 못 낼 형편이기 때문이다.
“뜻있는 병원에서 의료혜택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안과, 치과, 신경외과 같은 곳은 노
인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거든요”
로뎀의집은 새로운 시도를 준비 중이다. 로뎀의집은 지난 9일 경상남도 남해에서 로뎀요양
원 개원예배를 드렸다.
장기적으로 몸이 불편해서 요양이 필요한 농어촌 은퇴목회자가 요양시설을 무료로 이용하
면서 편안한 쉼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일이다. 이학재 목사가 로뎀의
집 뜻에 동참하여 선뜻 건물과 대지(시가 3억원 가량)를 기증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자리에서는 또 로뎀요양선교회를 발족, 이사진을 구성하고, 감사를 선임하는 등 사업
의 체계화 및 재정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올 해 제주도에 곧 착공예정으로 있는 로뎀 북방선교센타는 로뎀의집이 지향하는 바가 그
대로 나타나게 될 건물이다. 로뎀의집은 이곳에서 농어촌 은퇴교역자들을 북방선교사로 훈
련시켜서 선교사로 파송한다는 계획이다. 은퇴는 했지만, 아직 왕성한 활동력이 있고, 열
정이 남아 있는 은퇴 교역자들의 마지막 불꽃을 북방선교사로서 피울 수 있게 하겠다는 새
로운 시도다.
로뎀의집은 한국교회가 아무도 돌보지 않는 농어촌 은퇴교역자를 위한 하나 밖에 없는 귀
중한 시설이다. 더군다나 이 일이 한 시골교회 목사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은 한국교회, 특
히 가장 많은 목회자가 혜택을 보고 있는 본 교단에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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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이들이 오는 곳 로뎀의 집”
무료로 주택 제공, 매월 20만원 지급
매월 쌀 20㎏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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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선교회 이사장 예도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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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 이곳 로뎀의 집입니다”
로뎀요양원선교회 이사장 예도해 목사는 로뎀의집이 (물질이) 없는 사람들(농어촌 은퇴목
회자)의 안식처임을 거듭 강조했다.
예도해 목사가 로뎀의집을 개원하게 된 것은 그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그는 이렇게 표
현한다. “하나님의 강권적인 역사하심으로 로뎀의집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무의탁 노인을 위한 은혜의집을 운영하던 그에게 어느 날 은퇴 목회자 서너 분이 찾아오셨
다. “은퇴목회자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 그들의 방문목적이었다. 예 목사는 그
부탁을 대수롭지 않게 들었다.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가까스로 은혜의
집을 운영하고 있는 시골목회자인 그로서는 능력 밖의 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곤
시간이 흘러갔다. 물론 은퇴목회자들의 부탁은 조그마한 부담으로 마음 한 켠에 자리 잡
고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사고가 크게 났다.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상주병원에
서 안돼서 구미의 큰 병원으로 옮길 정도였으니까. 사경을 헤매다 깨어난 그에게 제일 처
음 떠오른 생각은 “하나님 감사합니다”와 “그대로 따르겠습니다”였다.
전세금을 빼서 은혜의집 위의 빈터에 기초공사를 시작했다. 바닥다지기가 끝나자 전세금
이 바닥났다.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어보였다. 그는 눈물로 기도했다. 그리곤 여권을 챙겼
다. 미국에 가면 어떤 방법이 보이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미국이 그를 잡아끌었다.
미국에 도착해서 예 목사는 아는 목사님께 무작정 매달렸다. “집회 한 번만 하게 해 주십
시오” 그 분은 저간의 사정을 듣고 선선히 집회를 허락해 주셨다.
미국 순회집회의 시작이었다. 기적이었다. 주택 7채를 지을 돈이 한번의 순회집회로 모금
됐다.
마침내 10채의 로뎀의집과 예배당이 경상북도 의성군 다인면에 완공됐고, 은퇴교역자 10명
이 신축주택에 입주를 완료했다. 이때가 2001년.
그리고 바로 2주 전인 2004년 6월 8일 전라북도 순창에 순창 로뎀의집이 완공됐다.
예도해 목사는 이제 은퇴교역자를 위한 로뎀의집 건축은 더 이상 생각지 않는다. 대신 그
가 구상하는 것은 제주도에 건축을 추진 중인 로뎀북방선교센타와 남해에 건축할 예정인
로뎀요양원.
아직 기력과 열정이 남아있는 은퇴교역자를 북방선교사로 활용하고, 질병에 고통을 겪고
있는 은퇴교역자에게 편안한 쉼터를 제공해 주고 싶어서다.
“이제 한국교회도 농어촌 은퇴교역자에게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됐습니다. 은퇴교역자가 마
지막 불꽃을 피울 수 있도록,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로뎀의집 사역에
관심을 기울여주십시오. 그리고 많이 방문해 주셔서 그들의 평생사역을 위로해 주십시오”
예도해 목사의 한국교회를 향한 부탁과 당부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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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새로운 안식처 로뎀 요양원 원장으로 새출발하는 이학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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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쪽빛 물결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고, 물기를 살짝 머금은 바람이 귓가를 가리키
는 곳, 남해. 바다 좋고, 공기 좋고, 햇볕 좋은 남해에 로뎀요양원이 세워지게 된다.
바로 앞에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뒷산 숲을 병품 삼아 안락한 쉼을 추구할 수 있는 로
뎀요양원이 남해에 세워지게 된 것은 전적으로 이학재 목사(남해전원교회)의 헌신이 있었
기에 가능했다.
이학재 목사는 지난 5월경 남해에 온 로뎀의집 사람들을 섬기게 됐다. 모두가 농어촌 은퇴
교역자인 그들은 남해 전원교회에서 하루를 묵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너무 좋아요, 이
곳에서 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럴 때마다 이학재 목사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언제든지 오시고 싶으실 때 오셔서 쉬십
시오”
그러다가 갑자기 이야기가 진전됐다. 예도해 목사의 로뎀의집 사역에 감명을 받고 있었던
이학재 목사가 이참에 로뎀의집에 자신이 갖고 있는 땅과 건물(시가 3억원 가량 추정)을
모두 기증키로 한 것. 이렇게 해서 하룻밤 사이에 남해 로뎀요양원이 결정됐고, 기증절차
를 모두 밟고 개원예배를 드리기까지는 채 보름도 걸리지 않았다.
이학재 목사는 지금도 꿈만 같다. 너무도 급박하게 모든 일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 신기한 것은 모든 것이 미리 준비돼 있었던 듯 아귀가 착착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이제 이곳에서 농어촌 은퇴교역자를 위해 모든 준비를 갖춰놓겠습니다. 일평생 농어촌
목회를 하시다가 병을 얻어 은퇴하신 목회자 분들을 섬길 만반의 준비를 해놓겠습니다”
개원식을 찾았던 목회자들 중 이학재 목사에게 농반진반의 말을 건네는 목회자도 상당수
보였다. “이 목사님, 잘 부탁합니다. 이 다음에 제가 와도 되겠습니까?” “몇 년 내로
요양원 본건물이 모두 완공될까요? 제가 은퇴가 얼마 안 남았는데…”
로뎀요양선교회는 일단 로뎀요양원 건물 신축을 내년에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올해에는 제
주도 북방선교센타 신축이 잡혀있기 때문. 그래도 대체적인 계획의 윤곽은 잡혀 있다. 맨
위에 위치한 대지 80평에 3층 규모의 요양원 건물을 신축하고, 산책로를 조성하며, 장기적
으로는 온천을 개발, 대형 목욕탕까지 갖춘다는 계획이다.
로뎀요양원은 이를 위해 요양원 진입도로와 주차장 마련 및 더 많은 부지확보를 위해 주
변 토지를 계속해서 매입해 나간다는 계획.
이제 이학재 목사는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한다. 그와 가족들의 땀과 노력이 어우러졌던 축
사를 개조한 건물, 뼈마디만 남기고 모조리 새로 갈아 치운 사택, 돌덩이 하나하나 손으
로 옮겨가며 조성한 진입로…. 로뎀요양원 개발에 따라 그 모든 것은 이제 하나하나 그의
기억 뒤로 사라져갈지 모른다. 그래도 그는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 그가 꿈꿔왔던 사역
이 이제 마침내 로뎀요양원으로 결실을 맺게 됐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