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은퇴목회자 노후를 생각하자 (3) - 고신기관지
번호 : 225 등록일 : 2004-07-07
(분석)
대도시 A교회에서 이번에 은퇴하는 B목사가 교회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은 퇴직금 3억원, 은
퇴위로금 3천만원 등 대략 8억3천여만원 정도. 이뿐만이 아니다. A교회를 개척하여 20년
이상 시무한 B목사는 원로목사로 추대되어 매월 사례비의 70%를 보조받게 됐다.
반면, 군지역인 C교회에서 이번에 은퇴하는 D목사가 교회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은 퇴직금 3
천만원이 전부다. 그나마 이마저도 손에 모두 들어오지 않는다. 교회건축에 작정하고, 급
한 일에 끌어 쓰느라 남은 돈이 없기 때문이다.
C교회에서 20년을 넘게 사역, 원로목사 자격이 충분한 D목사지만 넉넉지 못한 교회형편을
감안하여 한사코 영광을 사양했다.
B목사는 국민연금 및 개인연금 수령자가 된 지 오래다. 또 이번에 총회 은급제 혜택까지
보게 됐다. 담임목사의 노후를 걱정한 교회에서 알아서 가입하고, 부지런히 월납부액을 꼬
박꼬박 납입한 덕분이다.
반면, D목사는 이번에 개인연금 수령자가 됐다. D목사가 어려운 교회형편을 감안하여 최저
봉급생활자 기준으로나마 월납부액을 꼬박꼬박 납부한 덕분이다. 그러나 월 납부액이 상대
적으로 컸던 개인연금이나, 상대적으로 늦게 실시된 총회 은급제는 D목사에게는 혜택이 없
다. 시골교회 작은 교회 목회자의 사례금으로는 모두 가입할 형편이 안됐기 때문이다.
은퇴 후 B목사와 D목사의 입지는 하늘과 땅 차이다. B목사는 일견 보기에도 웬만한 대기
업 임원급에 준하는 대우를 받았고, 국민연금 및 개인연금과 총회 은급제 혜택까지 더해
노후걱정은 아예 할 필요가 없게 됐다. B목사는 교회에서 마련해준 아파트에서 생활하며,
주로 모 교회에 출석하고, 가끔은 초청해주는 교회 집회에 참석하며, 때때로 자녀들 가정
을 방문할 계획으로 있다.
그에 반해 D목사는 노후걱정은 커녕 당장 살 집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그나마 머물던
사택을 후임목사를 위해 비워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퇴직금과 위로금으로 받은 돈은 주택
을 구입하고 나면 거의 다 소진되기에, 또 그나마 도회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 곁으로 이사
하려하면 턱없이 부족하기에, 아직 구체적인 결정을 미룬 상태다.
이것이 현실이다. 경우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일부 도회지 목회자와 시골교회 목회자의 은
퇴 시점에서의 차이는 너무나 컸다. 반평생을 교회를 위해 일했다는 것은 같지만, 그 반평
생에 대한 보상은 너무나 큰 것이 현실이다. 시골교회 목회자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에 충분한 대목이다.
D목사의 경우는 시골교회 목회자로서는 그나마 형편이 조금 나은 경우였다. 농어촌미자립
교회에서 은퇴하는 목회자의 경우, 퇴직금은 고사하고, 당장 살 집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
이다. 당장 두 노부부가 살집과 생생활자금 중 어느 것 하나 마련돼 있지 않은 형편에서
목회자로서의 품위 있는 여생을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
그래도 아직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총회적으로 지금까지 매년 은퇴하는 목회자수가 한
자리 수에 묶여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정은 급변하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은퇴목회자
수는 두 자리 수를 넘어설 예정이다. 4,5년 후부터는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은퇴목회자수
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당연히 지금보다는 농어촌 또는 도시 미자립교회
와 특수선교분야 종사자들의 은퇴문제가 훨씬 더 불거질 것이 자명한 노릇이다.
은퇴목회자 문제를 고려한 총회는 1994년, 은급제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은퇴목회자의 노
후보장을 위해서였다. 교회와 목회자 개인이 절반씩을 부담케 한 총회 은급제 제도는 상당
한 호응을 얻었다. 교회가 은퇴목회자의 노후를 준비한다는 측면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총
회는 가입을 독려키 위해 비록 한시적으로 유예되기는 했어도 목회자의 임지 이동시 은급
제가입증명서를 첨부토록 하는 강제규정도 두었다. 그러나 이는 한계가 있었다. 은급제 자
체가 부담자 수혜원칙에 바탕한 제도여서였다. 정작 은급제 혜택이 절실히 필요한, 은급제
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농어촌 도시 미자립교회 은퇴목회자들에게 은급제 혜택은 요원한
일이었다.
현재의 부담자 수혜원칙의 개인연금 형태에 더해 상호수혜원칙의 기금 형태로 은급제의 기
능이 전환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금 형태로 운영되는 감리교 은급제의 경우는
좋은 선례다. 예를 들어 감리교의 경우처럼 목사 안수를 받을 당시의 한 달치 월급여 적립
을 가입조건으로 삼는다면, 총회 산하 전 목회자를 가입자로 끌어 모을 수 있기 때문이
다. 문제는 재원마련과 이미 은퇴한 목회자와의 형평성 여부.
그러나 이는 충분히 해결가능한 문제다. 재원은 은급기금의 취지에 동참하는 몇몇 교회의
협조를 유도해낸다면 충분히 해결가능한 사항. 또 이미 은퇴한 목회자와의 형평성 여부도
은퇴목회자를 위한다는 대의를 쫒는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 부분이다. 다만, 장차 은
퇴목회자수가 늘어나서 은급기금 재원부족 사태에 직면하기 전에 기금적 성격에 점차 연금
적 성격을 가미해가는 감리교 은급제의 선례를 연구, 이를 보완할 규정마련은 반드시 필요
하다. 목회자 간의 나눔정신이 꼭 필요한 부분이다.
또 한가지 당장 시급한 부분이 은퇴목회자를 위한 시설로서의 안식관 마련이다. 농어촌 또
는 도시 미자립교회 은퇴목회자들에게 당장 시급한 것은 ‘어떻게 노후생활을 영위하느
냐?’가 아니라 당장 거처할 곳의 마련이기 때문이다. 총회적으로 안식관을 갖고 있다는
것은 농어촌 또는 도시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에게 ‘이 다음에 기거할 곳이 있다’는 일종
의 보험으로 작용, 그들의 사기를 높이는 역할을 해줄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 부분에 있
어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은퇴교역자를 위한 로뎀의집을 건설, 초교파적으로 농어촌 은퇴교역자를 위해 주택을 마련
해주는 사역을 하고 있는 예도해 목사는 “이미 안식관을 갖고 있는 교단들도 안식관을
더 이상 건설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안식관 입주금을 올리는 추세다. 안식관 유지에 어려
움을 겪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경제사정이 어려운 은퇴교역자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본
래의 취지에 역행하는 처사다. 따라서 새로 안식관을 건립하려는 교단은 안식관 건립하는
시행착오를 겪기보다는 로뎀의집 같은 기존의 안식관을 후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총회 차원의 안식관 건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다.
그러나 이 입장 역시 한계가 있다. 초교파시설이기 때문에 총회 소속 은퇴목회자의 수용만
을 고집할 수 없고, 총회 차원의 사기 진작이나 힘을 모으는 데는 약점이 있다는 한계다.
한 가지 고려할 것은 대부분의 교단이 은급제는 은급재단에서, 안식관은 사회복지재단에
서 관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당한 시행과정을 거친 끝에 업무의 성격을 고려하여 나
온 결과다. 차제에 총회 차원의 대책을 세움에 있어 은급재단과 사회위원회간의 긴밀한 협
력관계가 요청되는 이유다.
창녕 여전도회관에는 은퇴여교역자를 위한 안식관이 들어서 있다. ‘안나의집’이다. 목사
들도 아직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안식관을, 여자들이 가녀린 손을 모아 이루어낸 감격의 상
징물이다.
강단에서 그토록 나눔을 강조해온 목회자들의 분발이 요청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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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관 건립의 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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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관 건립이 단순히 시설만을 건립하는 것이면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대
형교회 몇 곳이 힘을 합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까.
문제는 시설의 건축 보다 운영에 있다. 때문에 안식관의 규모는 대단히 중요하다. 규모가
커질수록 운영비는 배로 늘어난다. 그렇다고 작은 규모만이 능사는 아니다. 시설 자체가
금방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이러니가 있다.
입주금은 이러한 아이러니의 표본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은퇴 목회자를 위해, 특히 농어
촌 미자립교회 또는 도시 미자립교회 은퇴목회자를 위해 세워진 안식관이 본연의 건립목적
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입주금을 필요로 하거나 아예 무료여야 한다.
그러나 타 교단 운영 안식관을 살펴보면, 일정 금액 이상의 입주금을 받고 있는 곳이 많
다. 안식관의 역할보다는 일종의 실버타운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현재 무료로 운영되고 있는 로뎀의집의 경우, 로뎀의집 건축은 사실상 종료됐다(요양원과
휴양원, 그리고 북방선교센타로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다). 어찌어찌 후원금을 받아서 로뎀
의집을 건축할 수는 있지만,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절충형. 그러나 이 역시 본래의 목적에서는 벗어난 형태다. 돈이 있
는 은퇴목회자에게는 일정 금액 이상의 입주금을 받고, 돈이 없는 은퇴목회자는 무료로 입
주할 수 있도록 하는 형태다. 단 전제조건이 있다. 이로 인한 어떠한 차별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래서 아예 안식관을 지을 때 모두 똑같은 평형으로 건축하는 것이 바람직하
다.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다면 절충형의 선택도 고려해봄직 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건축
계획 단계에서부터 결정돼 있어야 한다.
안식관이 어렵다면 차선책도 있다. 아니 오히려 가장 이상적인 방안일지 모른다. 여수 충
무동교회 김희중 목사는 말한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은퇴목사님 몇 분을 모시고 싶다. 앞으로의 시대는 노령화 사회다.
은퇴목사님을 모셔서 주택을 제공하고 생활비를 제공하면서 교회의 노인사역을 맡긴다면,
자연스럽게 교회 안팎의 노인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결국 교회의 관심과 목회자의 의지가 은퇴목회자 대책을 좌우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