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호 기자님께,
글쓴이 : 변종길 날짜 : 2004/06/17 조회 : 35
교수님들의 신앙과 양심에 호소합니다.
오랜만에 들어와서 게시판을 보고 글을 씁니다. 그 동안 바쁜 일이 많아서 학교 게시판도 제대로 못보고 지나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보직을 벗고 나니 여유가 생겨서 좋군요.
최 기자께서 간절히 요청을 해서 뒤늦었지만 제가 간단히 답을 하겠습니다. 저는 예배학 교수도 아니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양심을 따라 답을 할까 합니다.
1. 우선 아셔야 할 것은 우리 신대원 교수들이 학교 게시판을 그렇게 자주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학교의 여러 일들이 많아서 원장님이 오랫 동안 게시판을 못 보았거나, 보았더라도 인터넷 공간은 토론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셨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빨리 답이 없다고 다른 식으로 너무 속단하지는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2. 정현기 총장님이 우리 학교에 오신다는 것을 저도 경건회 순서지의 인도자 예고 광고를 보고 알았습니다. 저도 순간적으로, 아니 총장은 목사가 아닌데 어떻게 경건회 강사로 오시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당일 날 경건회에 참석해 보니 "설교"가 아니라 "간증"으로 되어 있어서 안심했습니다. 간증 정도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고, 실제로 총장님은 신앙도 좋으시고 진실해서 간증이 은혜가 되고 좋았습니다.
3. 그 때 한 원장님이 "예배"라는 말을 사용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예배라는 말을 사용했다면 실수였다고 생각됩니다. 예배의 중요성, 특히 하나님 말씀의 중요성을 생각해서 "예배"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말았어야 할 것입니다.
4. 장로가 설교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질서의 문제이고 건덕의 문제이며, 교리적이거나 신학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성경적으로는 엄밀하게 장로는 설교할 수 없고 목사만 설교할 수 있다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한국교회 선교 초창기에 교역자가 부족했을 시에는 소위 "영수"가 시골 교회를 인도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중국이나 선교지에서는 불가불 장로나 집사, 심지어는 아무 직분도 없는 성도가 예배를 인도해야 할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5. 그러나 이런 경우는 특별한 경우이며 바람직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래도 신학을 공부하고 성경을 잘 배운 사람이 설교하고 예배를 인도하는 것이 교회를 위해, 복음 전파를 위해 옳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한국교회 상황에서는 교역자가 넘쳐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교역자 외의 성도가 설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피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것은 올바른 말씀의 전파와 교회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6. 더구나 신학대학원에는 대부분이 전도사로 봉사하면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는 신학생들이 모인 곳인데, 예배와 간증의 차이를 확실히 하는 것이 올바른 교육을 위해 필요했다고 생각됩니다.
7.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질서의 문제, 건덕의 문제를 마치 영생과 구원이 달린 중대한 문제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정말로 중요시여겨야 할 문제는 목사와 강도사와 전도사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바로 전하며, 성도들을 올바르게 지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장로와 집사와 같은 직분자들을 잘 훈련시켜서 교사나 구역예배 인도와 같은 모임에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인도할 교역자가 없을 경우에는 기도회 인도도 경우에 따라서는 맡길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본질에 치중해야 하며 제도나 법에 지나치게 경직되게 접근하면 안 됩니다.
8.이 말은 제도나 법을 무시해도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가를 잘 생각하자는 의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평신도라도 은사가 있으면 설교할 수 있지 않으냐? 강단을 개방하자는 주장에는 반대합니다. 아무리 은사가 있더라도 정규 신학교육을 받거나 아니면 노회의 시험을 거쳐서 정식으로 허락받기 전에는 설교하는 것이 합당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이렇게 생각해 보면 간단합니다. 길 가는 아무 사람이 "나는 강의에 은사가 있으니 대학 강단에서 강의하게 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장면 배달하는 사람도 한 두 시간 정도는 잘 강의할 수 있지만, 정규적으로 강의를 하고 연구를 하는 교수직은 아무래도 정식으로 공부하고 인정받은 사람이 해야 되겠지요. 그 이유는 강의와 연구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설교와 예배도 마찬가지 원리입니다. 그래서 신학교육이 필요하고 검증과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상으로 간단히 답하였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교수들을 너무 비겁하다거나 눈치 본다고 매도하지는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혹 그렇게 비칠지도 모르나 바로 살려고 애쓰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04. 6. 17
변 종 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