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안식일과 율법 제정에 대한 반론 - 김주석
글쓴이 : 김주석 날짜 : 2003/11/18 조회 : 191
Re: 좀 더 심사숙고해 주셨으면 합니다.
(*인사와 논란에 대한 서론)
예수 그리스도님 안에서, "장동관"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개혁주의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에서 현재 "목사"로의 부름을 확인해 가고 있는 한 신학도이고요, 이름은 "김주석"이라 합니다.
먼저, 저희 교회의 "교리 표준"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이하, "『WC』"로 약기)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신 님의 글을 읽으면서, "신앙고백"에 관하여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통해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저의 신앙을 다시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해 주신 야웨님과 및 "장동관"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님께서도 보셨겠지만, 최근에 들어 자신이 맹세한 "신앙고백"에 관하여 무분별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혹 님께서도 이와 같은 우를 범하고 계시는 건 아닌가 싶어 내심 우려도 되고요. 물론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한 사람인지라 전문적인 해설을 드릴 수는 없지만, "다음 글에서 반론을 더 구체적으로 제기하"시겠다는 말씀을 보면서, 심사숙고를 통한 재고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간단한 생각 거리 몇 가지를 적고자 합니다.
(*안식일의 제정에 대하여)
님께서 "이의"를 제기하신 부분은 "『WC』 XXI, 7."이었고, 여기에 대하여 님께서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의 중대한 오류"라 하셨습니다. 일단, 님께서 적으신 번역문을 그대로 발췌해 봅니다.
"구약의 제 7일 안식일이 세상의 시초부터 그리스도의 부활 때까지는 주간의 마지막 날이었고, 그리스도의 부활 때부터는 주간의 첫째 날로 바뀌었으며, 성경에서 주의 날로 불리우고, 그리스도인의 안식일로서 세상 끝날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대하여 님께서는 아래의 두 가지를 "반론"으로 제시하셨습니다.
1. "성경에는 창세 이후부터 율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안식일을 지켰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2. "실체가 오면 그림자의 역할은 끝납니다. 따라서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율법을 성취하심으로써 그림자였던 안식일의 역할은 끝나고,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실체인 예수 안에 있는 안식(구원)이 성취되었습니다(히 4:1-11). 실체가 오면 그림자의 역할이 끝나므로 그림자는 사라집니다(히 8:13)."
이제 각 반론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적고자 합니다.
1. "성경에는 창세 이후부터 율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안식일을 지켰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 여기에서 "율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라 함은 분명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기 전까지"를 의미하겠지요? 하지만, 성경에서는 분명히 "시내 언약" 이전에 "안식일을 지켰다"는 지적을 하고 있음을 아셔야만 합니다.
(출16:23) "모세가 그들에게 이르되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셨느니라 내일은 휴식이니 여호와께 거룩한 안식일이라 너희가 구울 것은 굽고 삶을 것은 삶고 그 나머지는 다 너희를 위하여 아침까지 간수하라"
(출16:25-26) "모세가 가로되 오늘은 그것을 먹으라 오늘은 여호와께 안식일인즉 오늘은 너희가 그것을 들에서 얻지 못하리라 육일 동안은 너희가 그것을 거두되 제 칠일은 안식일인즉 그 날에는 없으리라 하였으나"
(출 16:29) "볼지어다 여호와가 너희에게 안식일을 줌으로 제 육일에는 이틀 양식을 너희에게 주는 것이니 너희는 각기 처소에 있고 제 칠일에는 아무도 그 처소에서 나오지 말지니라"
위의 구절들에 나오는 "안식일"이라는 단어는 "십계명"(출20: 8)에 나오는 "안식일"(히브리어로, "욤 하샤바트")이라는 단어와 동일한 것입니다. (참고로, 혹시나 님께서 "성경 원어"에 익숙치 않으시다면 한글로 편집된 "성구사전"(Concordance)들이 시중에 얼마든지 있으니 꼭 한 권 정도는 구입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단, "원어"를 고려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스트롱 코드"가 달린 사전을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덧붙여, 님의 사고를 돕기 위해 약간 첨언하자면, 모든 언약 체계 안에는 항상 십계명과 같은 이른 바 "언약 조항"이라는 게 있음을 아셔야 하겠습니다. 단, 이 때 각 언약 체계들 간에는 "연속성"(『WC』 VII, 6.)과 "불연속성"(『WC』 VII, 5.)이 있다는 사실도 꼭 명심하셔야 하고요.
혹 지금 제가 드리는 말씀들을 제대로 이해하시기 어려우시다면, 아래의 책 한 권 정도쯤은 읽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 권해드립니다. 아울러, "언약 체계"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해당 쪽수도 함께 적겠습니다.
C. van der Waal, 『The Covenantal Gospel』, Inheritance Publications 1990, pp. 5-114.
(한글로도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 명종남 역, 『반더발의 성경언약 연구』, 나침반 1995, pp. 21-228. 참고로, 해당 쪽수에는 들지 않지만, 이 책 "제 9∼10장"의 내용을 좀 더 보신다면 신약 성경을 이해하시는 데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율법의 제정)
참고로, "시내 언약" 이전에도 엄연히 "율법"이 존재한다는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와 같은 내용들에 대해서도 한번 심사숙고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즉, 님께서는 "성경에는 창세 이후부터 율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안식일을 지켰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하시면서 이의를 제기하셨지만, 사실은 그것이 아니었음을 이제 아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단순히 "성문화된 율법 제시"가 없다고 해서 그러한 "율법"의 존재 유무를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하는 사실을 지적하기 위해 좀 더 다른 예들을 살펴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① 물려 찢긴 것에 대한 배상법(출22:13)과 관련하여: (창31:38-39) "내가 이 이십년에 외삼촌과 함께하였거니와 외삼촌의 암양들이나 암염소들이 낙태하지 아니하였고 또 외삼촌의 양떼의 수양을 내가 먹지 아니하였으며 물려 찢긴 것은 내가 외삼촌에게로 가져 가지 아니하고 스스로 그것을 보충하였으며 낮에 도적을 맞았든지 밤에 도적을 맞았든지 내가 외삼촌에게 물어 내었으며"
② 약혼하지 않은 처녀를 욕보인 경우(신22:28-29)와 관련하여: 창세기 34장
③ 정한/부정한 짐승 구별법(레 11장)과 관련하여: (창 7: 2) "너는 모든 정결한 짐승은 암 수 일곱씩, 부정한 것은 암 수 둘씩을 네게로 취하며"
④ 수혼법(신25: 5-10)과 관련하여: (창38: 6-11) "유다가 장자 엘을 위하여 아내를 취하니 그 이름은 다말이더라 유다의 장자 엘이 여호와 목전에 악하므로 여호와께서 그를 죽이신지라 유다가 오난에게 이르되 네 형수에게로 들어가서 남편의 아우의 본분을 행하여 네 형을 위하여 씨가 있게 하라 오난이 그 씨가 자기 것이 되지 않을줄 알므로 형수에게 들어갔을 때에 형에게 아들을 얻게 아니하려고 땅에 설정하매 그 일이 여호와 목전에 악하므로 여호와께서 그도 죽이시니 유다가 그 며느리 다말에게 이르되 수절하고 네 아비 집에 있어서 내 아들 셀라가 장성하기를 기다리라 하니 셀라도 그 형들 같이 죽을까 염려함이라 다말이 가서 그 아비 집에 있으니라"
⑤ 율법 = 율례(히, "미쉬파팀"; 출21: 1; 24: 3): (창18:19) "내가 그로 그 자식과 권속에게 명하여 여호와의 도를 지켜 의와 공도(히, "미쉬파트")를 행하게 하려고 그를 택하였나니 이는 나 여호와가 아브라함에게 대하여 말한 일을 이루려 함이니라" Cf. 참고로, 다음 구절은 솔직히 "율례" 그 이상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 (창26: 5) "이는 아브라함이 내 말을 순종하고 내 명령과 내 계명과 내 율례와 내 법도를 지켰음이니라 하시니라"
(*인사와 양해)
죄송하지만, 이쯤에서 양해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마음 같으면 님께서 제시하신 "두 번째 반론"에 대한 저의 생각도 마저 말씀드리고 싶지만, 지금 저의 몸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습니다. 최근에 저희 교단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갖가지 일들로 인해 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상당히 고생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님께서 제기하신 "이의"를 재고하도록 돕는 일에는 위의 글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정도로 글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참고로, 님의 "두 번째 반론"과 관련하여 "『WC』 VII, 5-6."과 "『WC』 XIX"을 참조하시면 많은 도움을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관심있게 지켜보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만, 저 역시 "김영환" 목사님의 주장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물론, "김영환" 목사님께서 마저 다 제시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한 본인의 남은 해명도 계속 기다리고 있고요). 갑자기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장동관"님의 이의 제기가 이러한 일들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곧... 공교회성을 확보/유지케 하는 "성경" 말씀과 또 그 말씀을 신실하게 순종해 온 "교회의 전통"을 엄정하게 살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개혁주의 전통의 중요 기점인 "종교개혁 당대"(16세기)에 관한 면밀한 연구와 함께 "신앙고백" 문서들에 관한 역사적인 이해를 포함합니다.) 하지만, 우리들 역시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를 살고 있다 보니 갖가지 난무하는 "해체주의"적인 연구라든지 "독자 반응 비평"에서 쉽게 자유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비록 지금은 우리가 혼돈 가운데에서 몸부림치고 있지만, 태초에 말씀으로 천지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새롭게 하시리라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분은 하늘에 계신 우리의 아버님이십니다.
샬롬이 우리와 함께 하길...
2003년 11월 18일, 성령 강림 후 23번째 주간 셋째 날에...
김 주 석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