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한국 토속형 찬송가 - 고신대 김정일교수님 [교계동정]
분류:소식- 교게 동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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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찬송가 작곡발표회 갖는 고신대 김정일 교수 관리자 35 2003-11-12 11:19:13
한국적 색채 물씬나는 아름다운 찬양
■"한국적 음악=유불교 문화" 잘못된 등식
"현재 우리가 부르는 찬송가는 서양음악 일색입니다. 무작정 "한국적인 음악= 유불교 문화"라는 등식은 잘못된 것이지요. 물론 한국음악 자체가 유불교의 잔재라고 생각하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음악을 담은 그릇이 유교이고 불교일 따름입니다. 민족 정서에 부합하면서도 얼마든지 대중적인 찬송가 가능합니다."
김정일 교수(고신대 종교음악과)가 꺼낸 화두에는 한국적인 것을 외면함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배어 있다. 아울러 한국적인 찬송의 필요성도 절절히 묻어난다.
김 교수와 계속된 이야기 속에서의 키워드는 결국 둘. "한국적"이란 말과 "대중적"이란 말.
"미국이 가스펠이라는 음악 양식을 토착화하듯 우리도 우리 식의 음악으로 토착화를 이뤄야 합니다. 그리고 보편성과 타당성을 갖추어 세계화를 추구해야죠"
■음악적 키워드는 "한국적"
김 교수가 "한국적"인 코드에 주목하게 된 것은 오롯이 그에게 작곡을 가르친 은사 나운영 교수의 영향이 컸다.
"수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성가곡 "시편 23편"의 작곡자이기도 한 스승인 나운영 선생님은 한국적인 정서와 리듬이 담긴 찬송가를 만들어야 함을 살아 생전 많이 강조하셨습니다. "선 토착화, 후 현대화"를 좌우명으로 삼으셨던 선생님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가 담긴 음악에 늘상 관심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되풀이되는 은사의 한결같은 되뇌임이 그에게 그대로 녹아져 내린 것이다.
외국에서 가진 개인적인 체험도 그를 한국적인 찬송가 만드는 일에 더욱 집중하게 했다.
김 교수에게 한번 더 한국적인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한 것은 바로 독일 유학시절 만난 은사 프레드릭 교수.
프레드릭 교수는 어느 하루 그에게 한국적인 색채가 잘 드러나는 음반 하나를 가져다 줄 것을 주문해 왔다. 요청에 따라 김 교수가 그에게 내민 건 한국 가곡이 담겨있는 음반.
돌아온 반응은 의외였다. "이건 서양 화성이지 않느냐. 이것말고 진짜 한국음악이 담긴 것을 달라"는 것이었다.
김 교수를 적잖이 당황하게 했던 이 일은 그를 더욱 한국적인 정서가 묻어나는 찬송가 작곡에 몰두하게 만들었다.
■"찬송은 신앙적 영감 불러 일으켜야"
김 교수는 그동안 모두 80여 곡을 작곡했다.
간혹 성가곡이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 열여섯 마디 음보의 찬송가이다. 여기에 그가 불어넣고자 한 것은 바로 한국적인 색채가 물씬 묻어나는 음악이다.
그렇다고 대중성을 간과한 건 아니다.
"화성도, 선율도 중요하고 음악적 형식도 중요하지만 작곡에 있어 이에 못지 않게 염두에 둔 것이 회중들이 부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회중들이 부르지 않는 찬송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또한 불렀을 때 신앙적 영감을 불러 일으켜야 좋은 찬송이지요"
그래서 그는 무명인의 찬양시, 박윤선 목사 등 유명인의 시에 곡을 붙인 찬송가를 만들고는 곰삭이고 또 곰삭였다.
그런 탓일까. 그의 곡들은 편식(?)으로 서양화성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 귀에 그다지 낯설지 않다는 평이다.
결국 이 말은 한국적인 흥을 추구하되, 보편성도 잃지 않았다는 말일 게다.
■오는 20일 작곡발표회 가져
이렇듯 김정일 교수가 만든, 우리네 정서가 함빡 담긴 찬송곡들을 오는 11월 20일 만나 볼 수 있다.
김정일 교수는 회갑기념 작곡 발표회를 고신대 음악당에서 갖는다. 지난 1998년 종교음악과 설립 20주년을 맞아 가진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이번 작곡발표회에서는 "임하소서 성령이여" "바람으로 오소서" 등 합창곡과 "감사 찬송" "새 누리가 밝아온다"를 비롯한 독창곡 등 모두 19곡을 선보인다.
이번에 발표될 찬송곡들은 5년 전 첫 번째 작곡 발표회 이후 만든 곡들로, 합창곡은 고신대의 페로스 합창단이, 그리고 독창곡은 김 교수의 사사를 받은 제자인 허종영, 김태경, 이홍길 등이 부를 예정이다.
"그동안 영감에 의해 오선지에 옮긴 곡들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찬송의 은혜를 맛보는 시간이 될 겁니다."
25년 전 태동된 고신대 종교음악과와 세월을 함께 해 온 김 교수는 계속해 소신을 실어 힘주어 말한다.
"한국적인 찬송은 회복되어야 할 음악입니다. 그동안 그래왔듯 앞으로도 "한국적인 교회음악"을 만들고 보급하는 일에 더욱 힘쓸 것입니다."
이를 통해 김 교수는 새 지평을 꿈꾼다.
농익은 신앙을 토대로 오선지에 담아낸 흥이 어우러진 찬양이 한국교회에 널리 번져 나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