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안낳는 日本] 국력붕괴 위기감<上>
이대로 가면 100년내 人口 절반으로 격감
지자체, 출산율 높이려 결혼추진課 신설
도쿄=최흡특파원 pot@chosun.com
입력 : 2004.07.14 18:12 26" / 수정 : 2004.07.14 18:55 34"
일본에서는 ‘나라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낮은 출산율을 의미하는 ‘소자화(少子化)’가 지속된 결과, 2007년부터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1억2700만명인 일본 인구가 2050년 1억, 2100년엔 6000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결국 일본이라는 나라의 덩치가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 일본도쿄의 한 보육원에서 교사2명이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있다.일본정부는 부부가 아이를 낳지 않아 인구가 감소하는 "소자와"현상을 막기 위해 보육시설 확충 등 인구증가를 위한 대책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선일보 DB사진
중부 나가노(長野)현의 시가(四賀) 마을에 최근 ‘결혼추진과’가 신설됐다. 인구 6000명인 이 마을은 90년대 이후 계속 출산이 줄었고, 2002년 태어난 아이는 불과 40명이었다. 마을은 “출산율을 높이려면 결혼을 시켜야 한다”는 당연한 결론을 내린 뒤, 담당부서를 만들고 ‘결혼 중매’에 나선 것이다.
인구 감소는 ‘성장이 불가능한 사회’를 만든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구 감소 자체로 국력이 줄어들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제침체·연금파탄·사회보장비용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재정난·고령화 등 수많은 부수적 문제로 사회 역량이 소모돼 버리기 때문이다.
최근 도쿄 남서부 다마(多摩)시의 한 아파트 분양 때 경쟁률은 870대1이었다. ‘부동산 광풍’ 같지만, 내용은 정 반대다. 아무리 분양모집을 해도 사람이 오지 않아 도쿄 주택공사가 원가의 30%라는, 상식 밖 ‘떨이’가격으로 내놓았기 때문이었다.
도쿄 중심가에서 전철로 30분 거리인 이곳은 70년대 베드타운으로 개발됐고, 3만이던 인구가 90년에 14만4000명까지 늘었다. 그러나 이후 고령화(高齡化)에 따른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일어났다. 인구 숫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어린이가 10여년 전의 44% 수준으로 줄어들어 94년 이후 초등학교 4개, 중학교 2개가 문을 닫았다.
일본 후생노동성 소자화대책기획실 이노구치 준지(井之口淳治) 실장보좌는 “아이들이 줄면서 학교가 문을 닫고, 다시 선생님을 양성하는 교육대학도 다른 대학과 합병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연금 개혁법안을 마련했다. 현역시절의 59% 수준이던 보험금 수령액을 2023년까지 5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이 법안은 통과 1주일도 되지 않아 흔들렸다. 법안의 전제는 2003년 1.32의 출생률을 기록한 뒤 조금씩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법안 마련 며칠 뒤에 발표된 2003년 출생률은 1.29였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연금 타는 인구가 적어, 월급의 80% 수준을 은퇴 후에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속된 출산율 하락으로 일하며 연금 내는 세대가 줄자, 제도의 유지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오가와 나오히로(小川直宏) 니혼(日本)대학 교수는 “일본은 인구가 경제성장의 디딤돌이 되는 ‘인구 보너스’의 단계에서, 걸림돌이 되는 ‘인구 오너스(onus·부담)’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얘기한다.
출산율이 낮으면 부양할 어린이가 적어 일시적으로 고성장을 기록한다. 그러나 20~30년 지나면 일할 사람은 줄고 부양해야 할 고령층이 늘어난다. 이때부터 인구가 성장을 방해하는 인구 오너스 단계를 맞는다.
일본은 1980년대까지 세계가 부러워하는 고성장을 했지만 보너스 효과가 줄어든 90년대에 제자리걸음을 했고, 2000년부터는 인구 때문에 손해 보는 단계에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