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출산율 세계 최저, 젊은여성 '결혼도 아이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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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2년차인 이정선(28·웹디자이너)씨와 남편 김보한(32·애널리스트)씨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최근 가족들에게 ‘선언’했다.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아내 이씨는 “아이 때문에 부부의 삶을 송두리째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김씨 부부가 결혼 전부터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건 아니었다. 그저 딸린 아이 없이 둘이서만 오순도순 살면 즐겁지 않을까 하는 정도였다.
아이 없이 살겠다는 부부의 생각을 굳힌 건, 바로 결혼한 친구들 때문이었다. 친구들은 만날 때마다 아이에게 쏟아부어야 할 시간과 교육비 걱정으로 ‘살기 힘들다’는 소리만 연발했다.
이씨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말을 할 때마다 주위에서 따가운 시선을 보냈지만,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뒷받침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아 키울 엄두가 안 났다”고 했다.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7월 21일부터 25일까지 20~30대 여성 10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씨 부부 같은 상황은 그대로 드러났다. 현재 자녀가 한 명도 없는 20~30대 기혼 여성 중 15%는 ‘자식을 아예 낳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또 현재 자식이 1명인 주부 중 절반은 ‘아이를 더 이상 낳을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아들을 낳기 위해 자식을 하나 더 낳는다는 ‘남아 선호’는 이제 옛말이 됐다. 성별에 상관없이 아이를 아예 안 낳거나, 하나만 낳아 잘 키우겠다는 것이 대세가 된 것이다.
‘결혼도, 아이도 싫다’는 생각은 미혼 여성들에게서 더 극단적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73%는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미혼 여성 중 56%는 ‘결혼 후 자녀가 없어도 괜찮다’고 응답했다. 지난 9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결혼한 부부가 반드시 자녀를 가져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대답한 사람은 8.5%에 불과했었다.
울리히 벡(Ulich Beck·59) 독일 뮌헨대 사회학연구소장은 “이 같은 상황은 한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여성에게 노동시장에 진입하라, 맞벌이에 뛰어들라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가정도 소중하다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조사에서도 응답 여성들은 ‘결혼도, 아이도 싫다’는 반응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로 ‘육아와 사회생활을 병행하기 힘들기 때문(24%)’을 꼽았다.
특히 최근 들어 결혼 진입 비용이 커지면서 미혼 남녀들의 결혼 기피 현상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80년 전국 직장인의 월평균 임금은 15만원, 서울 시내 주공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80만원 안팎이었다(통계청·주택공사). 하지만 현재 전국 직장인의 평균 월급은 140만원인 데 반해, 서울 시내 아파트 평당 분양가는 1000만원을 훨씬 넘는다. 부부 한 쌍당 평균 결혼 비용은 8600만원에 달한다.
회사원 김현정(36)씨는 “예전처럼 꼭 나이 맞춰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결혼해서 더 열악한 경제조건에서 사느니, 지금처럼 혼자 사는 게 더 낫다는 생각도 한다”고 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돼 화제가 된 ‘무자녀 혁명’의 저자 매들린 케인은 “아이 없이 살려는 움직임은 이 사회에 그 어떤 운동보다도 훨씬 더 깊고 넓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한국갤럽 공동 조사에서 미혼 여성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는 평균 1.14명에 불과해, 현재의 출산율(1.17명)이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특별취재팀)
입력 : 2003.08.10 18:43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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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부부가 결혼 전부터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건 아니었다. 그저 딸린 아이 없이 둘이서만 오순도순 살면 즐겁지 않을까 하는 정도였다.
아이 없이 살겠다는 부부의 생각을 굳힌 건, 바로 결혼한 친구들 때문이었다. 친구들은 만날 때마다 아이에게 쏟아부어야 할 시간과 교육비 걱정으로 ‘살기 힘들다’는 소리만 연발했다.
이씨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말을 할 때마다 주위에서 따가운 시선을 보냈지만,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뒷받침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아 키울 엄두가 안 났다”고 했다.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7월 21일부터 25일까지 20~30대 여성 10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씨 부부 같은 상황은 그대로 드러났다. 현재 자녀가 한 명도 없는 20~30대 기혼 여성 중 15%는 ‘자식을 아예 낳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또 현재 자식이 1명인 주부 중 절반은 ‘아이를 더 이상 낳을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아들을 낳기 위해 자식을 하나 더 낳는다는 ‘남아 선호’는 이제 옛말이 됐다. 성별에 상관없이 아이를 아예 안 낳거나, 하나만 낳아 잘 키우겠다는 것이 대세가 된 것이다.
‘결혼도, 아이도 싫다’는 생각은 미혼 여성들에게서 더 극단적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73%는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미혼 여성 중 56%는 ‘결혼 후 자녀가 없어도 괜찮다’고 응답했다. 지난 9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결혼한 부부가 반드시 자녀를 가져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대답한 사람은 8.5%에 불과했었다.
울리히 벡(Ulich Beck·59) 독일 뮌헨대 사회학연구소장은 “이 같은 상황은 한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여성에게 노동시장에 진입하라, 맞벌이에 뛰어들라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가정도 소중하다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조사에서도 응답 여성들은 ‘결혼도, 아이도 싫다’는 반응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로 ‘육아와 사회생활을 병행하기 힘들기 때문(24%)’을 꼽았다.
특히 최근 들어 결혼 진입 비용이 커지면서 미혼 남녀들의 결혼 기피 현상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80년 전국 직장인의 월평균 임금은 15만원, 서울 시내 주공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80만원 안팎이었다(통계청·주택공사). 하지만 현재 전국 직장인의 평균 월급은 140만원인 데 반해, 서울 시내 아파트 평당 분양가는 1000만원을 훨씬 넘는다. 부부 한 쌍당 평균 결혼 비용은 8600만원에 달한다.
회사원 김현정(36)씨는 “예전처럼 꼭 나이 맞춰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결혼해서 더 열악한 경제조건에서 사느니, 지금처럼 혼자 사는 게 더 낫다는 생각도 한다”고 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돼 화제가 된 ‘무자녀 혁명’의 저자 매들린 케인은 “아이 없이 살려는 움직임은 이 사회에 그 어떤 운동보다도 훨씬 더 깊고 넓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한국갤럽 공동 조사에서 미혼 여성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는 평균 1.14명에 불과해, 현재의 출산율(1.17명)이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특별취재팀)
입력 : 2003.08.10 18:43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