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교계와 돈의 관계 - '돈이 말한다 -정주채 목사 (고신 기관지)
분류: 소식- 교계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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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람들은 흔히 “돈이 말한다”는 말을 한다. 사람이 열 번 찾아가도 안 되던 일이 돈이 한
번 가니까 즉시 해결되고, 어디든지 돈 있는 사람이 큰 소리 치고 고자세를 취하면 사람들
은 “돈이 말하는군”하고 돈 없는 자신을 민망히 여기며 씁쓸해 한다.
이 세상 누구라도 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있으면 있을수록, 없으면 없을수록 더
원하는 것이 돈이다.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이나 어른이나 아이나 그 누구에게라도 매력
을 느끼게 하는 것이 돈이고, 갖고 싶은 것이 돈이고, 욕심부리게 하는 것이 돈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돈의 위력은 자못 크기 때문이다. 돈은 세상을 주름잡고 있다. 돈은 경우
에 따라서는 웅변 이상의 설득력이 있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천한 사람도 귀하게, 악한 사
람도 강하게, 미련한 사람도 돋보이게, 그야말로 돈타령의 가사처럼 “잘난 사람 더 잘난
돈, 못난 사람도 잘난 돈”이다.
그러기에 돈은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어디 있느냐는 듯 만능의 행세를 하고 있다. 과연 돈
만 있으면 귀신도 잡아오고, 호랑이 눈썹까지도 빼올 수 있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정
말 돈이 말하는 세상이다.
세상은 그렇다 하더라도 교회는 어떤가? 교회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가? 교회는 하
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먼저 구하고 있는가? 교회는 과연 영권이 지배하고 있나, 아니면 물
권이 지배하고 있나? 연속적으로 던져지는 질문에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복음병원을 둘러싼 교단의 여러 가지 상황들을 보면서 도무지 마음이
편치 못하다. 지금은 물권이 교단의 분위기를 좌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총회 때가 되
면 “총회가 복음병원의 주주총회냐?”는 비아냥거림이 많았다. 총회 후에도 바로 이어지
는 관심사는 복음병원이 어찌 되느냐는 것이다. 특히 요즘은 부도의 위기에 몰리다 보니 법
도, 질서도, 원칙도 다 입을 다물고 오직 ‘이 위기를 막고 병원을 살려야 한다’는 소리
만 높다.
필자는 몇 해 전 복음병원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지금이야말로 이때까지의 잘못된 관행을
중단하고 경영혁신을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며, 이 때를 넘기면 우리 자체의 힘으로
는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한 적이 있다. 그 때 했던 말
이, 지금 필자가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두려울 정도로 정확하게 전개되고 있다.
김해복음병원을 전문 경영인에게 넘기자는 주장은 이미 1993년도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
총회는 처리위원회까지 구성하였다. 처리를 하지 못하고 1년을 넘기자 총회는 다시 처리위
원회를 개편해서 그 일을 재차 맡겼다. 그리고도 처리를 하지 못했다. 1999년에는 그야말
로 전쟁이라도 하듯 야단법석을 해서 “조속히 매각한다”는 결의까지 했다. 그러나 역시
결의로 끝나고 말았다.
왜 처리하지 못했나? 당시 처리위원 중의 한 분은 “한 마디로 돈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직접간접으로 돈에 연결된 사람들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김해복음병원을 매각한다는 결의
가 나온 후 필자가 만났던 어떤 책임자 중 한 분도 “사람들이 돈과 관련되면 얼마나 무서
워지는지 모른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렇다. 복음병원이 위기에 있다며 동분서주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복음병원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은 돈과 관련된 사람들이 많다. 우리 교단이 작은 교단이
다 보니 개인은 개인들대로, 기관은 기관들대로 병원의 운명과 연관되어 있다. 그래서 이들
은 모두 병원과 도립(倒立)을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입장들이다.
그러다 보니 병원의 ‘부도를 막는 일’이 지상과제가 되고 있고, 이 분위기를 감히 역행
할 자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때 한 걸음 물러서서 문제의 본질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돈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이 말하는 것을 들어야 한다.
2003.3.15.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