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 고신과 주일 성수
공무원과 주일성수
2013.01.10 13:56 입력
▲차철규 장로
요즘은 주 5일 근무제라 주일성수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필자가 공직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퇴직할 때까지 주일성수를 하기란 결코 쉽지가 않았다.
필자는 1966년도부터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는데, 박정희 군사정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워 밤낮 없이 새마을운동이며, 사방공사 등으로 공무원들을 주일도 없이 일하게 했다.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기독교인도 주일성수를 하는 것이 어려웠겠지만 특히 공무원은 더 어려웠다. 공무원은 복무규정에 따라 공무수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주일에 근무해야 할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필자가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주일 성수하기가 제일 힘든 때가 재산세 납기 때이다. 자신이 맡은 구역은 납기 내 100% 책임 수금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공휴일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필자는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날부터 주일성수가 안 되면 사표를 낸다는 각오로 사직서를 마음에 품고 다녔기 때문에 겁도 없이 주일 성수를 생명을 걸고 지켰다. 그렇다고 징수 성적이 나쁜 것도 아니었다. 도리어 다른 직원보다 먼저 100% 달성했다.
한번은 주일성수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필자를 보고 친구가 안타까워 “주일성수를 안 지킨다고 당장 죽는 것도 아니고 또 손해 보는 것도 아닌데 왜 어리석게 그런 바보짓을 하느냐”면서 “목사님에게 허락 받고 출근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주일 성수는 인간이 제정한 것이 아니고, 창조주인 하나님이 친히 만들었기 때문에 주일 성수의 주인은 하나님이다. 교회를 맡아 담임하는 목사가 가라고 해서 가고, 가지 말라고 해서 못 가는 것은 아니다. 신앙은 하나님과 자신과의 관계이고 싸움이다.
동장으로 근무할 때이다. 구청장이 부임해 업무보고를 주일에 받겠다는 것이다. 기관장이 자주 바뀌어도 주일에 업무보고를 받겠다는 구청장은 처음이었다. 그 당시 그 구청 산하에 29개 동이 있었는데, 주일 아침 10시부터 업무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마침 필자가 근무한 동이 첫번째라 제일 먼저 보고를 마쳤다. 하지만 다른 동장의 보고가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필자는 주일성수에 목숨을 걸었기 때문에 주일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부구청장에게 말씀을 드리고 화장실을 가는 척 하면서 자리를 빠져 나왔다. 업무 보고를 마칠 때까지 전 동장이 모두 기다리고 있었는데 필자만 없는 것을 늦게 알게 돼 난리가 났다고 한다.
다음 날 출근했으나 구청장은 공휴일에 업무보고를 받는 것이 무리수임을 알았는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런 주일 성수문제로 순간 순간 고비를 얼마나 넘겼는지 모른다. 공직 생활 30년을 돌아보면 그래도 공무 때문에 주일 성수를 한번도 어겨 본적이 없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천해감에 따라 주일성수도 많이 변해져 가고 있다.
하지만 정말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이라면 주일성수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물론 주일성수를 지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 손해를 감수하고 주일성수에 목숨을 거는 자만이 진정한 신앙인이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새해가 시작됐다. 한국 교회 안에 다시 한 번 주일성수가 회복되어지기를 기대한다.
■ 차철규 장로 / 제4영도교회 은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