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김창인 충현교회 설립자, 아들 세습 공개 회개
세습 1호 목사 "잘못했다" 공개 사죄
충현교회 김창인 원로목사 기자회견…"아들에게 교회 준 것 후회"
데스크 승인 2012.06.12
김은실 (raindrops89)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영상 설명 : 충현교회 김창인 원로목사가 세습을 회개하고, 현재 담임인 김성관 목사가 12월 31일부로 교회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 충현교회 김창인 원로목사가 세습을 공개 회개했다. 김 목사는 6월 12일 경기도 이천의 한 교회에서 열린 원로 목회자 예배 모임에서 "교회를 무리하게 아들 김성관 목사에게 물려준 것을 일생일대의 실수라고 생각하며 그것이 하나님 앞에서 큰 잘못이었다"고 고백했다. 김 목사는 "사과의 시기가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나의 잘못을 한국교회 앞에 인정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창인 목사는 지난 1997년 아들 김성관 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주며 대형 교회 세습의 신호탄을 쏘았다. 충현교회 세습 뒤에 광림교회가 세습에 성공했고 소망교회도 세습 논란에 휩싸였다. 충현교회가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줄줄이 터진 대형 교회 대물림을 선도한 셈이다.
▲ 김창인 원로목사는 "무리하게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준 것을 일생일대의 실수라고 생각한다"며, 세습을 회개했다. ⓒ뉴스앤조이 유영
세습 뒤 충현교회는 몸살을 앓았다. 세습 절차부터 문제였다. 충현교회는 당시 공동의회에서 청빙 찬반을 기립 투표에 부쳤다. 김창인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찬반 기립 방식 투표도 잘못이었다"고 반성했다. 아들 김성관 목사는 담임을 맡고 나서 교역자 30여 명을 해고하고 장로와 집사 10여 명을 제명하거나 출교해 비난받았다.
김창인 목사는 아들에게 "2012년 4월 20일 자로 은퇴 연령이 지났으므로 올해 12월 31일부로 충현교회 당회장, 재단이사장을 비롯한 교회의 모든 직책에서 떠나라"고 충고했다. 김성관 목사는 15년간 충현교회를 시무했으나 임기를 연장해 20년간 시무하고 원로목사 자격을 얻으려 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은퇴를 앞둔 현재도 후임 청빙은 준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0년 1월 17일에 발생한 김성관 목사 피습 사건도 언급됐다. 당시 아들 피습 사건의 배후가 아버지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김창인 목사는 "아버지가 20억 원을 들여서 일본 칼잡이를 고용하여 아들을 죽이려 하였다는 거짓 설교를 수년 동안 해 오면서 선량한 교인들에게 깊은 상처를 입혔다"며 "피습은 자작극이었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김창인 목사가 낭독한 성명서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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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인 원로목사 기자회견, 사실과 다르다"
충현교회 당회, <주간 충현>에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 밝혀
데스크 승인 2012.06.18
유영 (neovocalist)
▲충현교회 당회가 김창인 원로목사의 세습 사죄 기자회견에 대한 공식 입장은 <주간 충현>에 밝혔다. 당회는 김 원로목사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김성관 목사 청빙에 불법은 없었으며, 은퇴 날짜는 내년이라고 반박했다. 원로목사가 교회 설립자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뉴스앤조이 유영
충현교회(김성관 목사) 당회가 김창인 원로목사의 세습 사죄 기자회견에 대한 교회 입장을 6월 17일 자 <주간 충현>을 통해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일어났던 사태에 대해 침묵하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다. 당회는 "김 원로목사 기자회견과 관련한 보도에 제명 출교된 김 아무개 장로 인터뷰가 나온 것으로 미루어 교회를 음해하려는 연장선으로 판단된다. 매체를 통해 알려진 것은 사실과 다른 점이 많아 부득이하게 교회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당회가 잘못된 사실이라고 밝힌 것은 김성관 목사 청빙 결정을 위한 공동의회·김 목사 은퇴 날짜·김 목사 테러 사건 등 세 부분. 먼저 원로목사가 "김 목사를 무리하게 지원하여 공동의회를 무기명 비밀투표 방식으로 하지 않은 것을 회개한다"고 말해,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김 목사를 청빙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비판했다. 공동의회는 예장합동 동서울노회에서 주관했으며, 노회와 총회가 적법하다고 확인 및 승인했다고 말했다. 또한 김 목사는 당시 미국에 거주하고 있어서 당회장이 되기 위한 어떤 인위적인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원로목사가 말한 김 목사 은퇴 날짜도 잘못됐다고 당회는 지적했다. 김 원로목사는 지난 6월 12일 기자회견에서 "나는 교회 설립자로서 말한다. 김 목사는 2012년 4월 20일로 은퇴 연령이 지났으므로 12월 31일부로 교회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라"고 했다. 당회는 이에 대해 총회에서 정한 목사 정년은 만 71세가 되는 생일 전날까지이므로 은퇴 날짜는 2013년 4월 19일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원로목사가 자신이 교회 설립자라고 밝히면서 김 목사에게 물러나라고 요구한 것도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당회는 "교회의 설립자는 예수님이며, 교회는 개인이 물려주고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원로목사가 교회를 물려준 것이 아니라 주님의 섭리와 교회법에 따라 두 담임목사에 이어 김 목사가 위임된 것이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김 목사 테러 사건이 자작극이 아니냐고 말한 원로목사의 발언을 문제로 삼았다. 테러 자작극은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이미 경찰과 검찰 수사로 전모가 밝혀졌고 십 수 명의 관련자들이 구속 또는 제명 출교를 당했다고 했다. 또한 직접적인 테러를 가한 현행범은 재판을 받아 복역했고, 현재 다른 사건에 연루되어 복역 중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 목사를 고발했던 김규석 장로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당회가 제대로 된 해명을 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김 장로는 "공동의회의 경우, 기립 박수 등 절차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노회와 총회에는 공동의회 결과만 전달하면 인준받는 것 아니냐"며, 교회 입장을 반박할 성명을 곧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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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 이후 바람 잘 날 없는 충현교회
이어지는 출교와 소송, 의혹 제기…"재산 1조, 내역은 최측근만 아는 폐쇄 구조"
데스크 승인 2012.06.16 15:57:34
유영 (neovocalist)
▲충현교회 김창인 원로목사가 지난 6월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교회를 세습한 것을 회개한다고 밝혔다. 김 원로목사가 충현교회를 아들 김성관 목사에게 세습한지 15년 만의 일이다. 김 원로목사의 세습 이후 대형 교회들의 세습이 이어져, 한국교회 세습 악습이 고착화하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뉴스앤조이 유영
충현교회 김창인 원로목사가 지난 6월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교회를 세습한 것을 회개한다고 밝혔다. 세습을 결정한 공동의회가 열린 지 15년 만의 일이다. 당시 김 원로목사는 담임목사 청빙 투표에 적극 개입해 그의 아들이 당시 수백억 원의 재산을 가진 교회 담임목사가 되도록 도왔다. 이후 교회는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1997년 5월 11일, 충현교회 담임목사 청빙을 위한 공동의회가 열렸다. 후보는 목회 경력이 전혀 없는 김 원로목사의 아들 김성관 목사. 김 목사는 강도사 고시와 목사 안수에서 교회법을 위반한 의혹을 받고 있었다. 교단에서 막강한 힘이 있었던 김 원로목사가, 아들이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도록 뒤를 봐주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공동의회에서도 김 원로목사의 힘은 불법으로 이어졌다. 먼저 투표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예장합동 교단 헌법은 무기명 투표로 해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원로목사는 교인들에게 기립 투표로 찬반을 결정하자고 했다. 공동의회 의장 자격도 문제였다. 원로목사는 교단 헌법이 정한 정년 70세를 넘겨 당회장과 공동의회 의장 자격이 없었다. 교단 헌법은 김 원로목사에게 족쇄가 되지 않았다.
세습 이후 계속되는 교회 분란
원로목사의 힘으로 강행한 교회 세습 결과는 처참했다. 김 목사 청빙 후 충현교회에서는 분란이 이어졌다. 1999년 김 목사가 괴한들에게 폭행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김 목사는 설교 시간에 사건 배후에 장로들과 원로목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부자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김 목사는 김 원로목사의 설교와 교회 운영을 비난하는 설교를 했고 원로목사 지원비도 끊었다.
폭행 사건은 교인들을 제명·출교하는 등 징계로도 이어졌다. 1999년에는 장로 8명, 2000년에는 안수집사 5명이 출교됐다. 장로들은 폭행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김 목사는 이를 무시했다. 폭행 사건이 세습 반대 세력을 배제하고 원로목사 세력을 몰아내는 좋은 구실을 했다. 이를 두고 김 원로목사는 지난 6월 12일 기자회견에서 "당시 폭행 사건이 자작극이 아니었냐"고 김 목사에게 되물었다.
이후에도 교역자 50여 명과 교회 직원들이 해고됐다. 억울하게 해고당한 부교역자와 직원이 소송을 걸어 승소했지만, 교회에서 계속 사역할 수는 없었다. 20년간 시무하다 해고당한 현정남 전도사는 소송에서 이겼지만 밀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총무과장 김정순 권사도 복직했지만 6개월 동안 "왕따"만 당하다 다시 사직서를 제출해야 했다.
교회 소유 재단에서도 분란이 일었다. 2005년 5월에는 복지재단 이사회와 충현복지관에 아이들을 보내는 학부모가 대립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김 목사 측근 장로 2명이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을 복지관 사무국장에 앉히려 했던 무리한 인사가 화근이었다. 지난 2011년 11월에는 충현교회 김규석 장로가 김 목사를 교회 재산을 횡령한 혐의로 고발했다. 김 목사는 지난 4월 4일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으로 15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원인은 재산 때문?
▲김 원로 목사가 힘으로 강행한 충현교회 세습 결과는 처참했다. 15년간 교회 분란이 끊이지 않았다. 세습 원인으로 지목된 막대한 교회 재산 문제는 결국 지난 2011년 11월 교회 장로가 김성관 목사를 고발하는 것으로 터져나왔다. 현재 교회 부동산만 1조 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뉴스앤조이 유영
많은 사람이 무리한 세습의 원인을 교회 재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재 충현교회가 소유한 부동산만 1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충현교회 예배당은 1980년 공사를 시작해 9년 만에 완공한 대리석 석조 건물이다. 교회 대지는 6000평에 달한다. 완공 당시 언론은 본당·교육관·선교관까지 모두 갖춘 국내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교회 재산은 부동산이 전부가 아니다. 충현교회는 충현교회유지재단·복지재단·충현동산 등 재단법인 3개를 소유하고 있다. 1972년에 세워진 충현동산이 등기한 재산은 8700만 원이었다. 유지재단은 1988년 설립했는데, 당시 등기한 소유 재산이 100억 원이 넘었다. 복지재단은 1995년에 설립, 45억 원이 넘는 재산을 등기했다. 1997년 세습 당시 3개 재단 등기 재산만 146억 원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중 충현교회유지재단 재산 규모가 가장 크다. 충현교회는 모든 재산을 유지재단에 귀속해 관리한다. 교회 장로의 말에 의하면, 김 목사는 지난 2011년 당회에서 교회 재산은 2조 원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장로와 교인은 김 목사가 퇴임 후에도 재단 이사장을 계속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한다.
교회 운영은 담임목사 손아귀에
세습 후 15년이 흘렀고, 이 기간 충현교회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운영됐다. 충현교회는 교회 홈페이지가 없는 유일한 대형 교회다. 외부에 존재를 알리지 않는다. 교회 내부에서도 교회 운영에 대해 알지 못한다. 김 목사를 고발한 김규석 장로는 당회와 장로들도 교회 헌금 현황과 재정 현황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했다.
교회 소유 재단에 대한 감시도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로는 "교회 재단에 관해 외부 감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재단이 보유한 부동산과 동산의 규모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다. 재단의 재산 증감에 대해 김 목사가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고 했다.
교인도 계속해서 줄고 있다고 한다. 교회에서 성찬을 준비하는 한 권사는 "김 목사의 독단적인 교회 운영과 자신만이 복음을 말한다고 천명하는 설교에 교인들이 참지 못하고 떠나간다"고 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현재 충현교회 수찬 인원은 5000명이 안 되며 계속해서 줄고 있다.
결국 교회 세습이 충현교회를 계속 망가트려 왔다. 충현교회 세습을 반대했던 당시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대표 손봉호 명예교수(현 기윤실 자문위원장)는 김 원로목사의 세습이 충현교회와 한국교회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주었고, 교회를 망치는 역할을 했다고 한탄했다. 또한 세습 문화를 고착화한 김 원로목사의 뒤늦은 후회를 안타까워했다. 손 교수는 "회개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김 원로목사는 회개한다고 했지만, 엄청난 불명예를 안고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했다.